트럼프가 장악한 이사회, 법원이 중단 명령한 개보수 재추진 의결
'트럼프에 의해 복원·개보수됨' 문구 추가해 법원 금지명령 우회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미국의 대표적 공연장인 워싱턴 DC 케네디센터의 명칭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붙이려던 시도가 가로막히자,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복원됐다'는 문구를 추가하는 우회로가 시도된다.
케네디센터 이사회는 건물을 2년간 폐쇄하고 개보수하는 계획과 함께 이같은 문구 추가안을 13일(현지시간) 의결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CNN이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케네디센터 정면 외벽에 붙은 현재의 명칭(The John F. Kennedy Memorial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아래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복원 및 개보수'(Restored and Renovated by President Donald J. Trump)라는 문구를 추가하는 내용이다.
이사회는 또 케네디센터 이름을 바꾸지 않는 대신 센터의 부지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플라자'(President Donald J. Trump Plaza)로 명명하는 방안도 의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케네디센터의 명칭을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바꾸는 동시에, 암살당한 케네디 전 대통령을 기려 1971년 개관한 이 건물을 전면 개보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쿠퍼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지난 5월 "센터를 설립한 법은 이 센터가 케네디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명명돼야 한다는 점을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이사회의 일방적 결정만으로 다른 어떤 공식 명칭이나 공공 기념 명칭을 붙일 수 없다"고 명칭 변경을 금지했다.
쿠퍼 판사는 또 "최고 수준의 예술시설을 유지하고 운영해야 할 의무와 서거한 대통령을 기려야 할 엄숙한 책무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전면 개보수를 위한 공사도 중단하도록 명령했다.
이사회의 의결은 건물을 개보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주도했다는 표식을 남기는 방식으로 현행법과 1심 결정을 우회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건물 폐쇄와 개보수가 실행되려면 중단을 명령했던 법원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퍼 판사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면서 정치적 판결이라고 비난했고, 쿠퍼 판사의 명령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케네디센터 당연직 이사이면서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조이스 비티 하원의원(민주·오하이오)은 성명에서 이번 이사회 의결이 "법원의 판결을 우회하려는 노골적 시도"라고 비판했다.
현재 케네디센터 이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장악한 상황이다. 자신이 이사장이며 백악관의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과 댄 스캐비노 부비서실장,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부인 앨리슨 러트닉 변호사 등이 이사회에 포진해있다.
케네디센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화계에서 진보 색채를 빼겠다면서 벌인 '문화 전쟁'으로 공연이 잇따라 취소되고 관객들이 외면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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