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묶자 온라인만 훨훨…재래시장엔 온기 없던 '규제의 역설'

입력 2026-08-16 07:00  

마트 묶자 온라인만 훨훨…재래시장엔 온기 없던 '규제의 역설'

마트 묶자 온라인만 훨훨…재래시장엔 온기 없던 '규제의 역설'
2012년 규제 이후 대형마트 비중 22.1%→8.5%…이커머스는 37.5%→59.6%
'전통시장 보호' 내걸었지만 전문소매점 점유율 53.3%에서 36.0%로 추락
홈플러스 사태로 업황 한계 드러나…"규제 틀 전면 재검토해야"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려는 논의가 국회와 정치권에서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고 의무휴업·심야영업 규제를 손질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가운데, 14년 전 규제 도입 당시와 달라진 유통 환경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2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된 대형마트 규제의 핵심은 월 2회 의무휴업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의 영업시간 제한이다.
당시에는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면 소비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과 새벽배송, 퀵커머스, C커머스 등이 급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마트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해도 소비가 전통시장 대신 온라인 플랫폼으로 대거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뚜렷해졌다고 분석한다.



◇ 마트 닫아도 전통시장 대신 '온라인'으로…무너진 규제 전제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및 6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감소했다.
전체 유통업체 매출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10.3%에서 올해 상반기 8.5%로 1.8%p 줄었다.
2018년 상반기만 해도 대형마트의 유통업체 매출 비중은 22.1%에 달했다. 8년 만에 비중이 13.6%p 감소한 것이다.
반면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37.5%에서 59.6%로 22.1%p 높아졌다.
특히 대형마트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식품에서도 온라인으로의 소비 이동이 뚜렷하다. 지난 6월 대형마트 식품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8% 감소했지만 온라인 식품 매출은 11.2% 증가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이동하기보다 온라인 플랫폼을 찾는 구조가 굳어진 셈이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역시 대형마트 규제의 반사이익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전통시장·골목상권·로드숍 등을 포함하는 '전문소매점'의 시장 점유율은 2012년 53.3%에서 2024년 36.0%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점유율도 9.0%에서 7.2%로 낮아졌지만, 온라인 유통 점유율은 10.4%에서 26.7%로 높아졌다.
대형마트를 규제해 전통시장을 보호하려던 정책이 시행되는 동안 전통시장·골목상권의 비중은 오히려 줄고 온라인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 홈플러스 사태가 보여준 마트의 현실…"틀 자체 바꿔야"
이처럼 유통시장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지만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규제의 기본 틀은 14년째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런 시장 구조 변화를 고려해 규제를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마트는 매출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이라는 이중 규제를 받고 있어 점포 운영과 경쟁력 확보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매출은 2024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9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에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데 이어 사업 양도도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형마트 업황의 구조적인 어려움이 드러나고 있다.
단순히 개별 기업의 경영 문제를 넘어 오프라인 대형마트 사업 자체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어두워졌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단순히 의무 휴업일을 조정하거나 영업시간 제한을 일부 완화하는 수준을 넘어 유통 환경 변화에 맞춰 대형마트 규제의 틀 자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국회에서도 대형마트의 심야 영업과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논의가 진행되는 등 규제 완화 논의가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소상공인·전통시장 업계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어 실제 제도 개편까지는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결국 핵심은 대형마트의 영업을 얼마나 더 허용할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마트를 규제하면 전통시장이 살아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규제 체계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현재의 유통시장에서도 여전히 유효한지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chom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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