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가 13년 만에 되살린 '반성' 다시 사라져…'전쟁 참화' 표현도 수정
현직 각료 7년 연속 야스쿠니 참배…자민당 핵심간부 이례적 단체 참배도

(도쿄=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한국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15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보류했지만, 과거 일제 피해에 대한 반성을 언급하지 않은 등 우경화된 행보를 보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추도사에서 '정치적 스승'으로 삼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반성'과 '부전(不戰·전쟁하지 않음)의 맹세'를 언급하지 않았던 것을 답습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전쟁 참화를 재현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관련해서는 아베 전 총리보다도 소극적으로 발언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의 패전 81년을 맞아 도쿄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 식사(式辭)에서 '반성'과 '부전의 맹세'를 언급하지 않았다.
과거 일본 총리들은 패전일에 이웃 나라가 겪은 피해를 언급하고 반성의 뜻을 표명해왔으나, 2012년 아베 전 총리가 재집권한 뒤 2013년 추도사부터 이런 언급을 중단했고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이를 사실상 계승했다.
지난해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13년 만에 다시 반성과 부전의 맹세를 거론하며 일본 내외의 주목을 끌었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올해 이를 다시 되돌린 것이다.특히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전 총리를 포함해 역대 총리가 사용했던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返さない) 않는다"는 표현을 "반복시키지(返させない) 않는다"로 바꿔 말했다.
전쟁 의지를 부정하는 능동형 표현에서 주체가 애매한 사역형 표현으로 바꾼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총리들이 2012년까지 '반성'을 언급하면서 함께 쓴 '침략'이나 '가해', '아시아 국가에 대한 손해와 고통' 등의 표현도 쓰지 않았다.
대신에 "(일본은) 인도·태평양의 빛나는 등대로 의지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 각국이 직면한 과제 해결을 위해 일본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일본, 안전하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안보 정책에 주력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했다.
반면, 나루히토 일왕은 전몰자 추도식에서 지난해 처음 언급했던 전쟁 중과 이후의 고난을 되새긴다는 발언을 이번에도 반복하면서 '깊은 반성'을 언급, 다카이치 총리와 대조를 이뤘다.
추도식에 앞서 이날 오전 다카이치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다마구시'로 불리는 공물 대금을 사비로 봉납했다.

총리가 아닌 자민당 총재 자격이었으며, 이날 자민당 간부들의 이례적인 단체 참배를 이끈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을 통해 공물 대금을 올렸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전에는 매년 8월 15일 정기적으로 야스쿠니를 참배했지만, 총리로서 첫 패전일을 맞은 이번에는 한국과 중국 등 인접국 반발을 고려해 참배를 보류한 것으로 관측됐다.
이날 스즈키 간사장과 아리무라 하루코 총무회장, 니시무라 야스토시 선거대책위원장이 자민당 핵심 간부들로서는 이례적으로 단체 참배에 나섰다. 이들에 이어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도 야스쿠니를 찾았다.
스즈키 간사장은 "나라의 초석이 된 영령에 대한 감사와 애도의 마음을 드리는 것은 당 방침"이라며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의 영령에 대한 평소 생각을 충분히 알고 있기에 그 생각을 받들어 당 집행부를 대표하는 형태로 3명이 참배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에서도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기카와다 히토시 오키나와·북방대책담당상, 오노다 기미 경제안보담당상, 기우치 미노루 경제재정담당상 등 현직 각료 4명이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현직 일본 각료의 패전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올해까지 7년 연속이다.
그중에서도 현직 방위상이 일본 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2024년 기하라 미노루 당시 방위상 이후 2년 만이다.
다만 고이즈미 방위상은 참배 뒤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부전의 맹세'를 언급했다.

일본 초당파 의원 모임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과 자민당 '보수 단결의 모임'도 이날 오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우익 정당인 참정당 가미야 소헤이 대표와 일본보수당의 햐쿠타 나오키 대표도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천여 명을 추모하는 시설로,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일본 군국주의 상징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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