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만에 유사 사건 재연…동남아 학교 총격 사건 잇따라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총기가 암시장 등을 통해 흔히 유통되는 필리핀에서 10대 중학교 학생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 학생 1명을 살해하고 자신도 숨졌다.
18일(현지시간) 현지 당국·경찰에 따르면 이날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남삼보앙가주 삼보앙가시의 아테네오 데 삼보앙가 대학교 부속 중고등학교에서 9학년 학생인 용의자가 소총과 권총을 갖고 교내로 들어와 학생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이로 인해 10학년 남학생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으며, 용의자는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용의자는 숨진 학생의 교실로 찾아가 희생자를 쏘고 교사를 향해서도 사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보디캠을 착용한 채 자신의 범행 장면을 소셜미디어로 생중계했다고 당국은 전했다.
현지 매체 등에 퍼진 범행 영상에는 1인칭 슈팅게임(FPS)처럼 총구가 복도를 따라 이동하다가 교실 안을 향해 총을 쏘고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달아나는 모습 등이 담겼다.
필리핀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경찰이 총격 사건의 동기와 사용된 총기의 소유주·출처를 확인하고 학교 내부로 총기가 반입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호세 멜렌시오 나르타테스 필리핀 경찰청장은 "불필요한 우려를 낳을 수 있는 미확인 보도나 사진, 영상 등을 공유하지 말아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앞서 지난 6월 하순 필리핀 중부 레이테주의 산호세 국립고등학교에서 14세·15세 용의자 2명이 권총을 쏴서 학생 3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한 지 두 달도 안 돼 다시 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지자 필리핀 정부는 한층 긴장하고 있다.
당국은 6월 사건 이후 이날 사고 현장을 포함한 전국 각급 학교에서 총격 사건 대응 훈련을 벌이는 등 학교 보안 강화를 추진해왔다.
카이머 앨런 올라소 삼보앙가시 시장은 "(6월 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학교 내 보안 조치가 강화되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면서 "수사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부분 중 하나는 용의자가 어떻게 학교 안으로 총기를 반입했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법 집행 기관에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학교 내 폭력 예방 조치를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페이스북 성명을 통해 "학교는 우리가 아이들을 맡겨 배우고 성장하며 앞으로 펼쳐질 삶을 꿈꾸게 하는 곳"이라면서 "이곳은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 중 하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에서 합법적인 총기 소유는 엄격한 규제 대상이지만, 대규모의 총기 암시장 등으로 인해 총기가 비교적 널리 유통되고 있다.
한편 이달 초 태국 방콕 북서쪽 외곽 논타부리주에서 14살 남학생이 자신의 집과 학교에서 권총을 마구 쏴 학생 등 8명을 살해하는 참사가 빚어지는 등 총기 단속이 비교적 허술한 동남아에서 미국을 방불케 하는 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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