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국토 80% 가뭄 경고…중남미 이어 페루까지 엘니뇨 확산
페루 대통령 엘니뇨 대응 '최우선'…美, 병원선 보내 의료 지원키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지구 온난화와 결합한 '역대급' 엘니뇨 현상으로 중남미 지역이 극심한 가뭄과 식량 위기에 직면했다.
온두라스가 국토 대부분에 가뭄 경보를 내린 가운데 남미 페루 역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라프렌사·엘에랄도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온두라스 정부는 전날 수도 테구시갈파를 포함한 전국 298개 지자체 중 약 80%에 달하는 234곳에 가뭄 경보를 발령했다. 특히 피해가 심각한 75개 지역에는 최고 수위인 '적색경보'를 선포했다.
나스리 아스푸라 온두라스 대통령은 전날 저수지 건설과 식량 지원 등 긴급 대책을 발표하며 "이번 위기가 내년 4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가뭄이 촉발한 현장의 기아 위기는 임계치에 다다랐다. 온두라스 바예주(州) 고아스코란에 있는 마리아 콘셉시온 아길레라 씨의 집에는 주방 아궁이 불이 꺼진 지 오래됐고, 곡물 창고도 텅 비어 있다.
그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 우리에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며 "과자 몇 조각으로 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곡창지대인 요로주(州) 역시 장기 가뭄으로 옥수수와 콩 수확이 전멸 수준에 이르렀다.
적도 인근 태평양 수온이 상승해 전 세계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엘니뇨 현상은 최근 지구 온난화와 결합하면서 중남미 일대에 심각한 가뭄을 유발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이번 엘니뇨는 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수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니카라과에 걸친 기후 취약 지대 '중미 건조 회랑'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엘니뇨가 불타는 지구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피해는 남미 대륙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페루 정부는 최근 가뭄과 폭우 등의 우려로 전체 도시의 3분의 1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난달 취임한 게이코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은 엘니뇨 대응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엘니뇨 여파에 대응하는 페루를 돕기 위해 2027년 2월 미 해군 병원선 '컴포트호'를 페루 태평양 연안으로 파견하기로 했다. 버니 나바로 주페루 미국 대사는 "엘니뇨 피해가 정점에 달할 시기에 맞춰 의료 및 인도적 지원을 신속히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buff2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