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비판에도…이스라엘, 철수한 서안 정착촌까지 재개장

입력 2026-08-21 16:32  

국제사회 비판에도…이스라엘, 철수한 서안 정착촌까지 재개장

국제사회 비판에도…이스라엘, 철수한 서안 정착촌까지 재개장
국회의장·부총리 겸 법무장관·우익 재무장관 등 행사 참석
총선 앞 보란듯…팔레스타인 관할 땅에 군사기지도 함께 건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철수하면서 폐쇄했던 정착촌에 20여 년 만에 다시 정착민들을 보내면서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재개장 행사를 열었다.
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현 이스라엘 정부가 10월 총선을 앞두고 추진해 온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확대 정책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BBC는 정착민 지역협의회를 인용해 텔아비브에서 온 '개척 가족' 30가구가 20일(현지시간) 제닌 근처에 있는 카딤 정착촌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소규모 그룹으로 나뉘어 도착했으며, 그 중 일부는 차에 달린 이스라엘 국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군의 호위를 받으며 인근 팔레스타인인 마을들과 농지들을 지나왔다.
일부 정착민 가족은 침구류, 가구, 건축자재 등이 실린 트레일러를 끌고 왔다.
극우파인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정착촌 개장식에서 "북부 사마리아에서 일어난 추방이라는 범죄로부터 2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바로잡는 일을 완수했고 (…) 카딤 정착촌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여기서 '북부 사마리아'란 현재의 요르단강 서안 북부 지역을 가리키기 위해 이스라엘의 우익 정치권에서 즐겨 쓰는 성서식 표현이다.
행사에는 야리브 레빈 이스라엘 부총리 겸 법무장관과 아미르 오하나 국회의장, 요시 다간 정착민 지역협의회장 등도 참석했다.
다간 회장은 정착민들이 언젠가 가자지구에도 돌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카딤은 팔레스타인 도시 제닌 외곽의 작은 언덕에 있는 정착촌으로, 2005년 당시 이스라엘 정부의 일방적 철수 계획에 가님·사누르·호메시 등 다른 3곳과 함께 포함돼 폐쇄됐다.
해체 당시 이들 정착촌은 지나치게 고립돼 있고 방어 비용이 많이 들어 전략적 가치도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네타냐후 정부는 2022년 말 집권한 후 요르단강 서안 전역에서 100여곳의 신규 정착촌을 승인했으며, 이 중 19곳은 요르단강 서안 북부에 있다.
특히 20여년 전 폐쇄됐던 정착촌 4곳 중 가님·사누르·호메시는 이미 공식적으로 재개장해 신규 정착민들이 입주했으며, 카딤이 마지막으로 재개장했다.
최근 몇 주 사이에 카딤 언덕 정상에 가족들의 귀환을 준비하는 흰색 이동식 주택들이 다시 들어섰다.
BBC 취재진은 개장식에 참석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거절됐으며 이날 언론 취재진의 정착촌 입장이 불허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BBC 취재진은 정착촌 뒤편 비포장 도로를 따라가던 중 53년 전에 자신이 태어난 집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 채소 농부를 만났다고 전했다.
그는 어렸을 때 카딤 정착촌이 처음 건설되는 모습을 봤고, 약 20년 뒤 그곳 정착민들이 정부에 의해 떠나는 모습도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 정착민들은 우리와 나란히 살았고, 평화롭게 공존했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았고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았다"고 회고했다.
이 농부는 그러나 정착민들의 귀환을 지켜보는 지금은 두려움을 느낀다며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번질까 두렵고, 그들이 상점과 사업장들을 철거한 우회도로도 두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스라엘인 정착민들)은 내 조카들에게 채소밭과 감귤나무에서 떠나라고 하면서 '너희는 이곳에 있을 자리가 없다. 돌아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가족이 1948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당시 하이파에서 이곳으로 피란 왔다며 "내 안에는 더 이상 떠날 곳도 남아 있지 않다. 우리는 체념 속에서 살고 있다. 두려움의 삶이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비정부기구 피스나우의 정착촌 감시 프로그램 책임자인 하기트 오프란은 정부가 10월 총선을 앞두고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을 확대하려고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메크 도탄 정착촌 인근의 작은 팔레스타인 주택촌에 사는 교사 사메르 자베르는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 동안 요르단강 서안 다른 지역에서 정착촌과 정착민 공격이 늘어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분노와 씁쓸함을 드러냈다.
그는 "유럽은 우리에게 신경 쓸 시간이 없고, 미국은 이란 문제에 몰두해 있으며, 중국은 관심이 없다.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로 바쁘고, 유엔은 끝났으며, 아랍 국가들은 각자 내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 체제는 끝났다. 문명, 진보, 현대성은 거짓말"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정부는 제닌 주변에 새 정착촌을 지으면서 신규 군 기지 2곳도 함께 건설하고 있다.
이 중에는 제닌 난민캠프 인근 자브리야트의 수용된 팔레스타인 토지에 건설되고 있는 이스라엘군 전초기지가 포함돼 있다.
BBC는 자브리야트 전초기지가 1993년 오슬로 협정 체결 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완전한 통제 아래 있는 것으로 분류된 땅에 세워지는 첫 이스라엘군 기지라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자브리야트 전초기지 건설이 "작전상 필요에 따라" 지시된 것이라고 밝혔다.
solat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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