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동관 지하 18m에 핵폭발 견딜수 있도록 설계…오바마 때 완공"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연회장 건설의 명분으로 든 '보안시설 강화'가 이미 충분한 상태라는 지적이 24일(현지시간)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전직 당국자를 인용, 현재 연회장 건설이 진행 중인 백악관 동관(이스트윙) 지하에 종전보다 크게 강화된 보안시설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시설의 핵심은 유사시 대통령을 비롯한 요인들이 피신해 '국가 지도부의 연속성'을 유지할 벙커다. 이 벙커는 지하 60피트(약 18m) 깊이에 있으며, 수십명이 몇주일 동안 지낼 수 있는 규모로 알려졌다.
제2차 세계대전 시절 만들어진 벙커의 성능은 지난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크게 강화됐다. 전용 승강기를 타고 지하 5층까지 내려가 핵폭발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설계됐다고 전직 당국자들이 전했다.
'대통령 비상작전센터'(Presidential Emergency Operations Center·PEOC)로 불리는 백악관 벙커는 9·11 당시 딕 체니 부통령과 로라 부시 영부인이 대피한 모습이 언론에 공개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시절인 지난 2020년 백인 경찰관에 의한 흑인 조지 플루이드가 사망한 사건으로 백악관 주변에 시위대가 몰려들자 이 벙커로 잠시 몸을 피했던 일이 있다.

백악관 지하의 강화된 보안시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착공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완공됐다. 몇개월 치 식량이 비축됐고, 자체적인 독립 공기 순환 시스템이 설치됐다.
이처럼 철통같은 보안시설의 존재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당국자들이 백악관 연회장 건설이 필요하다며 내세우는 논리적 기반을 허문다고 WP는 지적했다. 현재 벙커만으로도 충분히 대비 가능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연회장 공사를 시작할 때 외국 정상과 귀빈을 제대로 응접하기 위한 시설이 필요해서라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연회장의 군사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에서도 이를 "연회장 겸 군사단지"(ballroom slash military complex)로 불렀다.
연회장 지붕에 드론과 병력을 배치한 모습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여러 차례 게시한 것도 연회장 건설을 위한 동관 공사가 '파티용'이 아닌 '군사용'이라고 강변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핵폭발을 견딜 수 있는 기존 벙커가 있는데도 '폭탄, 로켓, 미사일, 핵폭발까지 견딜 수 있는 자재'를 사용해 백악관의 보안시설을 보강하겠다는 것은 총공사비 6억달러가 소요될 연회장 건설을 강행하려는 핑계로 보인다고 전직 당국자들은 꼬집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공사 중단을 막으려고 법원에 제출한 서류와 언론에 공개한 내용을 통해 극비여야 할 보안시설의 위치, 규모, 구조를 스스로 노출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1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약 9만㎡ 규모의 동관 연회장 건설은 현재 공사의 65%가 완료된 상태다. 내셔널트러스트가 제기한 소송에서 1·2심은 공사 중단을 명령했고,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지난 21일 트럼프 행정부의 상고 요청을 검토하는 동안 공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임시 명령을 내렸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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