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지난 6월 14일 미국 백악관 뒷마당에서 'UFC 프리덤 250' 대회가 열렸다. 종합격투기 아레나가 미국 권력의 심장부를 차지한 날이었다. 명분은 건국 250주년을 기념한다는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80번째 생일이었다. 지난 23일에는 워싱턴DC 도심에서 건국 250주년 기념 자동차 경주 '프리덤 250 그랑프리'가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차를 타고 코스를 한 바퀴 도는 기념 주행까지 했다. 미국 언론은 일련의 행사를 정치와 스펙터클이 뒤섞인 '트럼프식 정치'의 단면으로 평가했다.
권력자의 사익 추구는 돈거래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불리는 경제적 사익,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데 공권력을 활용하는 정치적 사익, 측근에게 이권을 주는 후견적 사익, 자신의 이름과 흔적을 남기려는 상징적 사익이 있다. 여기에 사법 리스크를 상쇄하려는 사법적 사익도 보탤 수 있다. 트럼프 일가의 기업, 암호화폐 사업 등은 경제적 이해충돌의 대표 사례다. 백악관 UFC 대회와 자동차 경주는 국가 행사를 자신의 정치적 위세 과시에 동원한 정치적 사익에 가깝다. 사익 추구는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전 헝가리 총리 집권 이후 측근 기업들이 공공 조달의 수혜자로 떠오르며 정실주의 논란을 낳았다.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은 상징적 사익의 극단에 있다. 그는 수도에 거대한 금상(金像)을 세운 데 이어 1월의 명칭마저 자신의 칭호인 '투르크멘바시'로 바꿨다.
사법적 사익의 경계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있다. 그는 사기·배임·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던 중 2022년 말 재집권했다. 네타냐후 정부는 이듬해 대법원의 정부 결정 심사권을 제한하고, 법관 인선에 정치권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내용의 사법 개편을 추진했다. 정부는 선출되지 않은 사법부에 집중된 권한을 민주적 통제 아래 돌려놓는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야당과 반대 진영에선 형사재판을 받는 총리가 자신을 심판하는 사법제도의 힘을 약화하려 한다고 맞섰다. 재판 당사자가 심판 규칙을 바꾸고, 심판자의 권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이해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막스 베버가 근대 국가를 분석하면서 주목한 건 공적·사적 영역의 분리다. 왕정 시대에는 국가와 군주의 경계가 흐릿했다. 왕의 재산과 국고가 구분되지 않았고, 관리들도 왕을 섬기는 가신에 불과했다. 루이 14세 통치하에서 왕의 취향은 국가의 미학이었고, 왕의 권위는 국가의 위신이었다. 근대 국가는 이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발전해왔다. 국고는 통치자의 지갑이 아니고, 공무원은 권력자의 가신이 아니다. 검찰과 법원도 집권자의 창이나 방패가 돼선 안 된다. 대통령과 총리는 국가를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일정 기간 권력 행사를 위임받은 공직자다.
UFC를 좋아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유다. 자동차 경주를 국가적 축제로 삼는 것도 정치적 선택이다. 네타냐후 정부가 사법제도 개혁을 주장하는 것도 그 자체만으로 사익 추구라 단정할 순 없다. 문제는 권력자의 취향과 가족·사업상 이해, 사법 리스크 등이 국가의 공간과 권력, 제도에 영향을 미칠 때다. 통치자를 위한 행사인지 국가를 위한 행사인지, 공익을 위한 법인지 집권자를 위한 법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공화정은 권력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 고안된 정치체제다. 대통령직도, 국고도, 사법부도 집권자의 사유물이 아니다. 권력은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것이지,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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