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재정 고갈 우려 속 작년 12월 무산된 방안 다시 고개
내년 유럽 주요국 줄줄이 선거 모드…연내 지원책 마련 시급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 내 동결된 러시아 국유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방안을 재추진할 것을 EU 일부 회원국이 촉구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EU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자 제재를 통해 역내 예치된 2천억 유로가 넘는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동결했다.
5년째 러시아에 맞서 전쟁을 치르며 재정난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이 자산을 활용하려던 EU의 앞선 계획은 동결 자산의 대부분이 보관된 중앙예탁기관 '유로클리어'의 소재지인 벨기에의 완강한 반대로 작년 말 결국 불발된 바 있다.
FT 등에 따르면, 스웨덴을 필두로 네덜란드, 폴란드, 스페인 등 4개국은 EU 집행위원회에 공동 서한을 보내 작년에 무산된 이 방안을 다시 추진할 것을 압박하는 한편, 벨기에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법적·기술적인 대안이 어느 정도로 진척됐는지도 명확히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마리아 말메르 스테네르가르드 스웨덴 외무장관은 해당 서한에서 "지금이야말로 어떻게 하면 우크라이나와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 러시아의 동결 자산을 좀 더 활용할 수 있을지 새로운 논의를 시작할 때"라면서 "이것은 우크라이나가 스스로와 유럽 전체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공정하고,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서한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한 소식통은 스웨덴 등의 요구는 "러시아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의 재정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EU 집행위원회가 실무 작업에 착수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12월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유로클리어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활용한 우크라이나 지원이 무산됐지만, EU는 이 방안을 계속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벨기에의 반대를 돌파할 만한 뾰족한 묘수는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벨기에는 자국에 예치된 러시아 중앙은행의 동결 자산에 손을 대 러시아가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상환 책임을 오롯이 자국이 떠안는 등 러시아의 보복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의 동결 자산을 활용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재추진하라는 EU 일각의 이번 요구는 최근 러시아가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곳곳을 맹폭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EU는 지난해 유로클리어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돕는 방안이 무산되자 차선책으로 EU 예산을 담보로 900억 유로(약 156조원) 규모의 대출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합의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방공망 등 무기 구입 등에 필요한 예산 부족을 호소하면서 동맹국들에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EU가 작년 말 합의한 우크라이나 대출 지원금 900억원은 올해와 내년의 재정과 무기 구입 등을 위한 금액이지만,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공세를 크게 강화하면서 이 금액으로는 우크라이나의 필요를 충당하기가 턱없이 부족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실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 24일 키이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후 안보 지원을 위한 '의지의 연합' 회의에서 "올해 국방비 270억유로(약 43조5천억원)가 부족하다"며 동맹국들이 이를 분담해줄 것을 요구했다.
EU 입장에서도 당장 내년에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등 역내 주요국이 줄줄이 대선과 총선 등 굵직한 선거를 앞둔 터라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서기 전인 올해 안에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유로뉴스는 짚었다.
EU 집행위원회 측은 스웨덴 등 4개국이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하반기 EU 순회 의장국인 아일랜드 외무장관 앞으로 발송한 해당 서한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방안은 내달 1∼2일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비공식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유로뉴스는 예상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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