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옥수수밭에 첨단 HBM 기지 구축…인디애나 터잡는 SK하이닉스 팹

입력 2026-08-28 04:28  

[르포] 옥수수밭에 첨단 HBM 기지 구축…인디애나 터잡는 SK하이닉스 팹

[르포] 옥수수밭에 첨단 HBM 기지 구축…인디애나 터잡는 SK하이닉스 팹
여의도 8분의 1면적 옥수수밭에 공장 세워 첨단 HBM 수확…공정률 7%
美최고수준 퍼듀대 R&D 센터가 지척…"극첨단 수준으로 연구·교육"



(웨스트라피엣<인디애나州>=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버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공항을 출발해 52번 국도를 달렸다. 창밖은 끝없는 농장과 숲이었다. 1시간여 뒤 웨스트라피엣(West Lafayette)이라는 시골 마을이 나타났다.
웨스트라피엣은 '퍼듀대학교 도시'로도 불린다. 이 대학의 존재가 도시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의미였다. 토지도 상당 부분 퍼듀대 소유라고 한다. 대학 캠퍼스를 가로지르자 탁 트인 평야가 나왔다. 바로 그곳이 공사장이라는 표식처럼 타워크레인 너댓대가 우뚝 서 있었다.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처음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 '인디애나 팹'이 눈에 들어왔다.
김현중 SK하이닉스 건설팀장은 "원래 여기는 옥수수밭이었다"고 말했다. 인디애나 대평원 곳곳에서 자라는 옥수수와 콩이 133.5에이커(약 16만3천평)의 정방형 팹 부지에서도 지난해까지 재배됐다는 것이다. 김 팀장이 지휘하는 약 300명의 공사 인력은 올해 4월 이 광활한 옥수수밭을 갈아엎고 터 파기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공정률은 7%라고 소개했다.
예닐곱개의 엘리베이터타워 사이로 2층 골조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이었다. 김 팀장은 이를 두 개가 아니라 한 개 층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공장의 특징인 복층구조라는 것이다.
윗부분에 반도체를 만드는 클린룸(청정실)이, 아랫부분에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가스 배관과 화학물질 배출 처리시설 등이 들어선다고 한다. 상·하부 사이에 구멍이 송송 뚫린 '와플 구조'다. 반도체 생산 장비의 무게를 버티기 위해 아랫부분에는 기둥이 무척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초미세공정인 반도체 생산은 작은 흔들림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만큼 철근과 콘크리트가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공사에 쓰이는 철근을 모두 이으면 미 대륙을 동서 대각으로 가로질러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에 이르는 거리와 비슷한 2천635마일(4천240㎞)이다. 타설된 콘크리트는 버스가 달렸던 52번 국도에서 공사 현장과 티페카노 몰 사이 8.1마일의 왕복 4차선 도로를 포장할 수 있는 규모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에 전기 배선 같은 반도체 생산 설비를 들여놓는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되면 현재의 약 10배인 3천명이 일하게 될 것이라고 김 팀장은 예상했다. 2028년 하반기 완공이 목표인 공장에선 1천명이 일하게 될 예정이다.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총 7천명의 직·간접 고용이 이뤄진다는 게 SK하이닉스의 추산치다. 옥수수 농사 외에 이렇다 할 산업이 없는 이 지역으로선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 물론 환경오염의 우려는 배제할 수 없다. SK하이닉스는 미세먼지, 소음,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인디애나 팹에서 만들어질 반도체는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이 대기표를 뽑고 기다릴 정도로 물량이 부족하다는 최첨단·고성능 반도체다.
이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매년 디램(DRAM) 웨이퍼 수십만장으로 만들 수 있는 규모의 HBM이 생산될 예정이라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7일(현지시간) 기공식에서 밝혔다. 몇 개의 HBM이 만들어질지 궁금할 수 있지만, 웨이퍼마다 들어가는 칩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딱 집어 말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
2029년 본격 생산이 시작될 무렵의 HBM이 몇세대까지 발전해 있을지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지만, 개발 단계인 7세대(HBM4E) 이상은 확실하다고 한다. 이를 개발하고 생산·검증하려면 우수 인재가 필수다. SK하이닉스가 '퍼듀대의 땅'에 공장을 짓고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은 이유다. 퍼듀대는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미국 내 톱클래스라고 한다.
부지 인근의 퍼듀대 버크(Birk) 나노테크놀로지 센터는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과거 버크 가문의 기부로 세워졌다고 한다. 18만6천제곱피트(약 5천200평) 규모인 이곳에는 실제 반도체 생산설비와 클린룸 등을 갖춘 연구·실험실과 가상현실 학습장 등이 들어서 있다. 방진복으로 갈아입고 클린룸에서 실험 중인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센터에 소속된 천쯔홍 교수는 "10㎚(나노미터) 미만 해상도까지 미세한 구조를 패터닝할 수 있는 장비"를 갖췄다면서 "TSMC, 인텔,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이 극첨단 기술에서 필요로 하는 바로 그 정도의 미세한 스케일"로 수업이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zhe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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