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결제·택시호출 되지만 인터넷 불가…北당국 인트라넷에만 연결"
WSJ, 2023년형 '해양 701' 분석…무차별 스크린샷 저장하고 삭제불가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북한 스마트폰을 분석한 결과 금융 기능과 택시 호출 등 일상적인 편의 기능이 탑재돼 있지만 정작 인터넷에는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입수한 북한 스마트폰 '해양 701' 기기를 분석한 내용을 영상으로 소개했다.
해양 701은 2023년에 생산된 북한의 중간 사양 스마트폰으로, 여타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송수신이 가능하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도 탑재돼 있다.
중국 '알리페이'와 유사하게 QR코드로 쇼핑 관련 결제를 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송금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송금 화면은 '내화'와 '외화'로 구분돼 있어 달러화를 보낼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금융 앱에는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돼 있었다.
아르헨티나 유명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가 등장하는 축구 게임 '국제축구 연맹전'도 이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국가 목록에 한국과 미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마이크로소프트(MS) '워드'와 유사한 아이콘을 한 '사무처리' 앱 등도 눈에 띄었다.
영상에 출연한 북한군 출신 탈북민 류성현씨는 북한 암시장에서 이와 같은 스마트폰은 약 250달러(약 35만원)에 판매되는데, 북한 군 장교의 월 급여가 1달러가 채 안 되기 때문에 구매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류씨는 "북한에서는 부자들만 이런 스마트폰을 쓸 수 있다"며 "북한 주민 10% 정도만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스마트폰의 가장 큰 특징은 북한 당국의 주민 통제가 방식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점이었다.
우선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글로벌 인터넷 연결 기능이 없고, 와이파이 버튼을 눌러도 무선인터넷이 켜지지 않는 것이 이목을 끈다.
이 스마트폰으로는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내부 인트라넷 네트워크에만 접속된다.
또 글을 쓸 때도 검열이 적용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름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굵은 글씨체로 바뀌고, '대한민국'이라고 치면 곧바로 '(금지어)'라는 표현으로 대치된다.
뿐만 아니라 줄임말인 '남친'을 입력하면 즉시 '남자친구'라는 말로 치환됐는데, 이는 '남친'이 한국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말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 스마트폰으로 'K-드라마'라 불리는 한국 영상물이나 미국 콘텐츠는 시청할 수 없다는 게 류씨의 설명이다.
북한 법에 따라 한국·미국의 콘텐츠를 보다 적발되면 5년간 노동교화형(징역형)에 처하고, 이들 콘텐츠를 유포한 사람은 총살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스마트폰은 자동으로 화면을 갈무리해 '화면이력' 폴더에 저장하는 기능이 적용됐는데, 이 기능을 끄거나 저장된 캡처 파일을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같은 감시·검열 장치는 주민들이 외부 영상물이나 정보를 접하는 것을 단속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된다.
WSJ은 "스마트폰 사용이 평양뿐 아니라 북한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스마트폰 이용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국가가 설정한 한계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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