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의장 "물가상승률, 목표치 향해 움직이지 않으면 할 일 해야"
"정책방향 뚜렷해지면 美증시도 탄력", "불신 완화시 큰 폭 상승"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수장이 지난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다시금 시사한 충격이 국내외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장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차츰 적응하고 있으며, 인상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인상속도 및 기업이익 관련 불확실성 소멸 여부가 향후 증시 반등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3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0.46% 오른 6,820.02로 마감했다.
다만 이날 상승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기댄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는 2.58% 내린 6,613.58로 출발해 한때 6,547.76(-3.55%)까지 밀렸다가 서서히 낙폭을 회복하는 흐름을 보였는데 '기타법인'이 홀로 1조5천억원을 넘는 '폭풍 순매수'를 보인 결과인 측면이 커서다.
정작 주요 수급주체인 개인(1천496억원)과 외국인(6천337억원), 기관(7천952억원)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동반 순매도를 기록했다.
실제 삼전·닉스 같은 구원투수가 없었던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모두 내렸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는 각각 0.14%, 0.44% 하락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8일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우하향으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02%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25%, 나스닥 종합지수는 0.52% 하락했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3.47%나 내렸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4.57%, AMD와 인텔이 2.33%, 2.85%씩 급락했고,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000660]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각각 0.27%, 0.35% 하락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상승 폭이 컸던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강도가 높게 나타났다"며 단 "마이크론의 경우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지속되며 가격 협상력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감에 주가 하방을 지지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증시 하방 압력의 핵심 배경으로는 지난주 말 케빈 워시 미 연준 의장이 내놓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이 꼽힌다.
워시 의장은 지난 28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잭슨홀 회의) 기조연설에서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겐 할 일이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이에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확률을 35.4%에서 57.5%로 크게 올려잡았다.
전문가들은 워시 의장이 금리 경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포워드가이던스(선제 안내) 후퇴'에 따른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는 금리 경로를 약속하기보다도 데이터가 변하면 판단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은 작아지고, 금리 변동성은 구조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워시 의장의 입장이 '쇼크' 수준은 아니며,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시점부터는 다시 증시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워시 의장 발언이 매파적으로 해석됐지만 뉴욕증시 하락폭이 제한된 점을 보아 시장의 감당 가능 범위를 넘어서진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허재환 유진증권 연구원도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파르지 않으면, 자정 기능에 따라 단기 금리가 인상될수록 장기 금리는 안정된다"며 "정책 방향이 뚜렷해질수록 달러는 더 단단해지고, 약간의 시차를 두고 미국 주식시장도 다시 힘을 낼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가 금리 상승분을 반영해도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있다는 점과 함께 9월 금리 인상을 선반영한다면,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디스카운트 핵심인 불신이 완화되면 큰 폭의 상방(상승 가능성)이 열려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오는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하는 8월 수출입 통계에서도 반도체 업황 호조가 재확인되면 상단을 높일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일각에선 AI 인프라에 대한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가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 입장에선 금리보다 기업이익에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두언 연구원은 "좋은 경기가 좋은 금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AI 시설투자는 기업 이익을 키우지만 동시에 미국 경기와 금융 여건을 강하게 만들어 금리 인상 명분도 함께 높인다"면서 "금리 하락에서 이익 성장을 사는 전략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제 질문은 '어떤 기업의 이익이 높은 금리를 이겨낼 수 있는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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