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엘니뇨 겹쳐…그랜드캐니언 기습홍수 기후위기 탓일수도

입력 2026-09-01 15:53  

산불에 엘니뇨 겹쳐…그랜드캐니언 기습홍수 기후위기 탓일수도
작년 산불로 토사 유출 위험…메마른 지형에 엘니뇨 폭우 쏟아져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미국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을 덮친 기습 홍수가 산불, 가뭄, 온난화 등 복합적인 기후 요인이 결합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 내 브라이트 엔젤 크릭과 팬텀 랜치 일대에 발생한 홍수로 지금까지 최소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으며 80명이 구조됐다.
전문가들은 홍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년 7월 그랜드캐니언 공원의 약 6만700헥타르 면적을 휩쓸었던 대형 산불에 주목한다. 이번 홍수는 당시 산불 피해 지역 일부를 덮쳤다.
지표 유출수는 산불이 지나간 직후, 특히 경사면에 식생이 사라져 황폐해진 화재 지역에서 더 빠르게 흐르는 경향이 있다.
산불로 인한 지형 손상이 이번 홍수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산불 피해지에서 토사 유출 위험이 증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연방 정부의 산불 위험 평가단은 현장 상황 보고서에 산불 피해지 내 팬텀 크릭 상류의 유출수 위험이 이전보다 2∼8배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거센 물살이 공원을 덮친 후 헬리콥터로 대피해야 했던 방문객들은 계곡물이 유출수로 채워지면서 검은색으로 변했다고 증언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아울러 그랜드캐니언과 이 지역을 흐르는 콜로라도강 수계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가뭄 역시 이번 홍수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폭우는 수분 흡수력이 떨어진 데다 가뭄으로 메마르고 식생이 드물어진 가파른 지형에 쏟아졌다.
태평양 해수면 온도를 급격히 상승시킨 역대급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폭우가 더욱 강력해졌을 가능성도이 제기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기후수문학자 파크 윌리엄스는 "(미국) 서남부 지역에서는 엘니뇨로 인해 대기 중 수증기량이 많아져 폭우 형태로 쏟아지게 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한편 이번 홍수로 그랜드캐니언 공원에 물을 공급하는 유일한 상수도관이 심각하게 파손돼 복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AP에 따르면 항공 수색 결과 공원 관계자들은 약 20㎞ 길이 상수도관의 약 40%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공원 인프라와 방문객, 주민들에게 미칠 장기적 영향은 즉각 밝혀지지 않았다.
상수도관 파손으로 당장 공원 내 숙박 시설 운영은 중단됐다. 공원 측은 저장된 물을 지키기 위해 샤워 시간 단축, 수도꼭지 잠그기 등 절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드레이포 그랜드캐니언 부소장은 "수 마일에 달하는 상수도관이 파손됐을 것"이라며 피해 상황에 대한 전체적인 조사가 이르면 1일 완료될 것이라고 전했다.
ric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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