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틀 만에 공습…"100여 표적 공격·보복 시 더 세게 응징"
이란, 역내 美 기지에 반격 주장…"결혼식 겨냥 4명 사망·50여명 부상…미국은 악마"
트럼프 "가장 큰 공격 아직 대기"…反서방 정상들, 美 규탄하며 외교해법 촉구

(서울·카이로=연합뉴스) 김용래 오수진 기자 김상훈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이 연이어 공습과 보복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중동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미군이 이틀 만에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을 단행하자 이란은 중동 내 미군기지를 겨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하며 즉각 보복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추가 대응에 나설 경우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공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고, 이란 측도 "침략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맞섰다.
1일(현지시간) 중동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미군은 미 동부시간으로 이날 정오(한국시간 2일 오전 1시)께 이란의 정예군 조직인 이슬람혁명수비대 표적들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미국은 이번 공격이 최근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의 민간 선박과 중동에 주둔한 미군을 공격하려 한 것에 대한 대응 조치라고 밝혔다.
이번 대규모 공습 과정에서 미군이 이란 정부 소유 유조선 2척을 공격했다고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복수의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미국 관리는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새 '유조선에는 유조선'(tanker for tanker) 방침의 일환이라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피격 이란 유조선들은 미국의 해상 봉쇄선 북쪽인 이란 해안에 정박해 있었으며, 미군 드론이 발사한 미사일은 해당 선박 엔진실을 명중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악시오스는 미군이 이란의 선박 공격 보복 차원에서 이란 유조선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란의 미 해상 봉쇄 위반을 막기 위해 썼던 기존 대응법과는 다른 차원이라고 전했다.
이란 국영 IRIB 방송에 따르면 남부의 거점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와 호르무즈 해협의 게슘섬, 라반트섬, 아살루예 등지에서 폭발음이 들렸고 동남부 지로프트의 민간 공항도 공격을 받았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어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1일 이란 군사 목표물에 대한 일련의 공습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알리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방공·레이더시설, 해상자산, 기뢰 부설 능력, 통신 시설 등을 포함한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이날 미군이 공습한 이란의 표적은 100여개 안팎이라고 악시오스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의 이란 남부 공습 과정에서 결혼식이 열리던 민가에 폭탄이 떨어져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다고 이란 측이 주장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 적신월사는 미국 미사일의 파편으로 호르모즈간주 쿠헤스타크에서 어린이 1명을 포함해 4명이 숨지고 5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또 이란 관영 IRNA 통신은 또 남부 후제스탄주에서 미사일 공격으로 7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란의 종전 협상 대표를 맡아온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결혼식장을 겨냥한 미국을 '악마'(Satan)라고 맹비난했다.
갈리바프는 의장은 엑스(X)에 올린 글을 통해 "미나브 학교에서는 어린이들이 학살당했고, 라메르드 체육관에서도 아이들이 참살됐으며, 쿠헤스탁 결혼식에서는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만약 어떤 강대국이 악마처럼 행동하고, 악마처럼 표적을 고르며, 악마처럼 살인을 저지른다면 그것은 악마 그 자체"라면서 "이와 똑같은 짓을 저지르는 '하급 악마'(junior Satan)를 감싸고 도는 존재라면, 그것은 바로 '거대한 악마'(THE Great Satan)일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혁명수비대에서도 전사자가 나왔다.
혁명수비대는 2일 성명을 통해 서부 케르만샤주에서 미국의 공격으로 항공우주군 소속 대원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메흐르 통신에 따르면 페르시아만에 있는 라반 섬에서는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즈 민병대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라반 섬에는 이란의 4대 주요 원유 수출 터미널 중 하나가 있다.
이날 미국의 이란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은 지난달 30일 호르무즈 해협 라라크섬의 혁명수비대 기뢰 설치용 로켓발사대 2곳을 타격한 지 이틀 만이다.
당시 이란은 요르단 내 미군 주둔 공군기지 2곳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고, 미국이 다시 보복하면서 양측의 무력 충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고 있다.

이란은 이날 미군의 공습 직후 즉각 재반격에 나섰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성명을 내고 "침략자들에게 뼈저린 후회를 안겨줄 응징에 이미 착수했다"며 미국의 무인공격기인 MQ-9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히고, 미국의 공격이 "오히려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를 더욱 공고히 하고 해협 내 외세 개입 세력을 억누르려는 우리 전사들의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탄도미사일로 요르단 미군기지를 공격했고,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인 에르빌에 주둔 중인 미군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군도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걸프지역 미군기지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군은 성명을 통해 "수십 대의 공격용 드론이 UAE의 알다프라 및 알민하드 기지에 있는 미군의 레이더 시스템과 진지를 타격했다"면서 "바레인 셰이크 이사 공군 기지에 있는 미군 레이더 시설과 병력 집결지도 타격 목표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악시오스가 인용한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란은 탄도미사일 약 25발을 요르단으로 발사했으나 요르단 영공에 도달한 것은 절반 정도였고, 이 가운데 10발은 요격되고 나머지 3발은 요르단에 떨어졌으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혁명수비대 측은 이번 공격으로 미군 여러 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으나 미국 측의 확인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이란 측은 서로 자신들의 공격이 정당한 행위라며 가혹한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이란 공격은 정당한 조치라며 이란의 보복이 있을 시 훨씬 더 강력한 응징이 가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가장 큰 공격은 아직 대기 중이다. 세 번째 공격이 가해지면 이란은 국가로서 완전히 전멸할 것"이라면서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선 "그들과의 합의는 종잇조각만큼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호세인 모헤비 이슬람혁명수비대 대변인은 엑스(X)를 통해 미국이 "새로운 공격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침략자들에게 가혹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하탐알안비야 중앙사령부 대변인도 2일 "침략적 미군에 협력하는 어떤 국가라도 더욱 가혹하고 광범위하며 파괴적인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국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며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 가운데 전 세계 원유 운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한국 해운사 소유 선박 1척 등 민간 선박의 피해까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상보안 분석가들을 인용해 지난달 31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한국 해운사 장금상선(영문명 시노코) 소유 선박 '세네갈 프로스페리티'호와 사우디아라비아 소유 유조선 '시드르'호가 공격받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장금상선 소유 선박'이라고 보도한 이 선박은 장금상선 관련사가 재용선을 준 선박으로 한국인 선원은 승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선박은 아니라는 얘기다.

서방에 적대적인 국가들은 미국을 규탄하며 외교적 해결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미군의 이번 이란 공습은 중국·러시아·이란 등 반(反)서방국가들이 주축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미국의 이란 공격을 규탄하고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다.
이날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이틀간의 회의를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10개국 정상은 미국의 이란 공격을 비판하면서 "이런 행위는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원칙과 규범을 위반하는 것으로 세계 평화·안보·안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란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해 지지를 재확인하고 "이번 무력 충돌이 오직 정치·외교적 수단을 통해서만 해결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 때 숨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에 대해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종전 합의에 미국이 복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이란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압박과 위협의 정책으로 돌아갈 경우 외교의 길은 좌초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미국과 이란이 보복과 재보복의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민간 선박까지 공격에 노출되면서 충돌이 역내 미군 시설을 넘어 국제 해상 교통과 원유 수송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고 이란도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이날 국제유가는 5% 안팎으로 급등했고, 뉴욕 증시 3대 주요 지수도 일제히 하락마감했다.
yonglae@yna.co.kr
美·이란, 보복-재보복 되풀이…"한국 선사 소유 유조선 피격"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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