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 부족, 단기간 해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이성한 기자 = 민간 원전 스타트업들이 플루토늄 같은 방사성 물질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따라 플루토늄 부족이 차세대 원전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연 채굴이 불가능한 플루토늄은 원자로에서 사용하고 남은 우라늄 기반의 사용후핵연료에서만 나오는 부산물이다.
엄청난 폭발력으로 핵탄두 제조에 쓰이기 때문에 수십년간 세계적으로 사용과 추출이 엄격한 통제를 받았다.
하지만 새로운 원전 프로젝트들의 일부는 시스템 구동에 플루토늄이 반드시 필요해 기업들은 실증 실험과 원자로 가동에 필요한 원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FT는 원자력 업계 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세계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 부족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노르망디 라아그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업체의 한 임원은 FT에 "플루토늄은 시장 자체가 없으며,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대규모 핵 재처리 시설을 짓는데 400억유로(약 63조3천억원)와 10년이 걸린다고 추산했다.
보안을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그는 "플루토늄 비축량은 세계 다이아몬드 총량과 비슷하다. 마치 다이아몬드로 가는 자동차를 만드는 격"이라며 플루토늄의 희소성을 표현했다.
라아그에 있는 프랑스 국영 원전 연료 그룹 오라노가 지난해 처리한 사용후핵연료 규모는 1천200t이다.
독일, 일본, 유럽 국가의 원전들도 사용후핵연료를 이곳으로 보낸다. 영국이나 미국 등은 핵무기 확산 우려로 인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역량을 확보하지 않기로 했거나 뒤늦게 재처리 시설 건설을 검토하는 단계다.

현재 세계 플루토늄 비축량은 571t이지만 대부분 군사적으로 획득한 것이라 민간 발전회사들의 접근은 막혀 있다.
이에 따라 120여개 신형 원전 벤처기업들이 핵연료를 찾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자력기구(NEA)의 프랑코 미셸 센디스 분석관은 "스타트업들이 실증로나 시제품 원자로를 가동할 정도의 연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낼 것"이라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원자로를 실제 돌리려면 현재의 연료 인프라와 용량을 확장하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FT는 "세계 소형 원전(SMR 또는 마이크로 리액터) 프로젝트 가운데 약 10%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한 혼합산화물 연료인 MOX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인 하레우(HALEU)를 사용한다"면서 "그러나 러시아가 시장을 지배하는 하레우는 공급망 차질로 인해 MOX가 대안으로 주목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 냉전 시절 남은 플루토늄 50t을 희석해 매립하려던 계획을 바꿔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 이 가운데 20t을 민간 원전 스타트업에 개방하기로 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정도 물량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더 많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FT는 "결과적으로 연료 확보 가능 여부는 차세대 원전 경쟁에서 생존자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라며 "일본 등 많은 업체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기술적 결함과 규제 당국의 제동 등으로 완공이 무려 27차례나 연기됐다"며 그 과정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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