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항공기·전자기기 부품 등 환적…서방, 몰디브에 차단 압박"
러, 中·튀르키예 넘어 광범위한 제재 회피망 구축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인도양의 휴양지 몰디브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물류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화물 운송장 등 문서와 서방 당국자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수년간 수억달러 규모의 제한·제재 대상 물자가 몰디브를 거쳐 러시아로 유입됐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항공기 부품과 전자기기 부품을 비롯해 군사·민간 용도로 모두 사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물품 등이 포함됐다.
민수용 전자장비와 미사일 유도 시스템에 모두 사용될 수 있는 마이크로칩을 비롯해 항공기 부품과 광학 장비 등이 대표적이다.
그 규모는 중국,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등 러시아의 주요 제재 회피 경로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러시아의 제재 회피망이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구축돼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 튀르키예, UAE를 통한 러시아의 제한 물자 수입은 연간 약 15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도에 따르면 몰디브의 수도 말레의 국제공항에는 러시아 최대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항공기가 매일 도착한다. 화물은 현지 중개업체와 러시아 연계 물류업체 등의 도움을 받아 서류 절차를 거친 뒤 아에로플로트 항공편에 실려 도착 약 2시간 후에 모스크바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화물은 몰디브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고 공항 내에서 항공기 간 이동하는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 환적 화물에 대한 물리적 검사도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업체들은 운송 서류를 변경하고 새 항공화물 운송장을 발급하는 방식으로 물품 판매 기업의 이름이 러시아행 서류에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고 서방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 등은 몰디브 정부에 대러 제재 회피 경로를 차단하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몰디브 역시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다만 몰디브와 러시아와의 긴밀한 경제적 관계는 대응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몰디브는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이고, 러시아는 몰디브 방문 관광객 기준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또 몰디브 공항공사는 이 같은 화물 환적 과정에서 수수료와 항공유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2024년에는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둬 국내 국영기업 중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 되기도 했다.
몰디브의 느슨한 화물 검사 체계도 문제로 지목됐다. 현지 세관 인력이 제한적인 데다 환적 화물에 대한 물리적 검사 없이 서류에 의존하면서 철저한 검증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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