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쫓아내는 것 아냐…일부 국가 수용 준비돼" 주장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집권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 성향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주민들의 '자발적 이주 장려'를 명목으로 한 대규모 '인종 청소' 계획을 발표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이 입수한 '가자지구 자발적 이주를 위한 국가 실행 계획'이라는 제목의 20쪽 분량 문서에서 벤그비르 장관은 자신의 계획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초박빙이 예상되는 10월 27일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벤그비르 장관은 이 계획 실행 첫해에 가자지구 주민 25만 명을 이주시키고, 이후 6년에 걸쳐 나머지 약 200만 명의 주민 전체를 떠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국가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일부 국가가 가자지구 주민들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이는 현실적인 계획"이라고 말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이어 "우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이주를 장려해야 한다"면서, 이 계획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그들의 땅에서 강제로 쫓아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점령지에서 민간인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것은 전쟁 범죄로 간주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을 그들의 땅에서 쫓아내려는 시도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의 대규모 강제 이주인 이른바 '나크바'(대재앙)를 떠올리게 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립정부의 핵심 인사인 벤그비르 장관의 이 같은 선동적인 계획은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고 있다.
벤그비르 장관은 자신이 이끄는 우파 포퓰리즘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가 차기 정부 구성 과정에서 가자지구 주민 이주 담당 부처 신설을 요구할 것이라면서, 이번 계획이 1년 반 동안 작업한 결과물이며 매우 구체적이라고 강조했다.
집권 우파 연정 인사들이 가자지구 밖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주시키겠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으나, 이들의 주장이 어느 정도까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이번 선거 역시 과거와 마찬가지로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 집권 세력이 선거 이후에도 권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앞서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은 전날 미국의 승인이 있다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주시키기 위한 계획을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카츠 장관은 지난 수개월 동안 가자지구 주민들의 자발적 이주라는 명목으로 이러한 조치를 옹호해 왔다.
또 다른 극우 성향 인사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한술 더 떠 1967년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게까지 이 조치를 확대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2기 초반, 모든 팔레스타인인이 가자지구를 떠날 것을 촉구해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초토화된 지중해 연안의 가자지구를 호화 리조트 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집트 등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자 해당 구상을 철회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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