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보니] "AI로 신약개발 2∼3년 단축…한국도 잠재력 충분"

입력 2026-09-06 07:55   수정 2026-09-06 08:36

[만나보니] "AI로 신약개발 2∼3년 단축…한국도 잠재력 충분"
표준희 제약협회 AI신약연구원장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까지 활용"
25억원 투입 자율실험실 구축…"화합물 합성 최적 실험조건 찾을 것"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인공지능(AI)은 이제 신약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 쓰이고 있습니다. AI 활용으로 통상 12∼15년 걸리던 신약 개발 기간에서 2∼3년은 단축됐다고 해요. 앞으로 신약 개발 기간은 더 짧아질 겁니다."

◇ "AI, 후보물질부터 임상까지 활용…한국도 상당한 잠재력"
표준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협회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AI는 신약 개발에 필요한 방대한 탐색 작업을 해 준다"며 이같이 말했다.
AI 성능 고도화와 맞물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AI는 중요한 화두로 부상했다. AI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은 물론 비임상과 임상시험 등에서도 업무 효율화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표 원장은 "신약은 전통적으로 후보물질을 많이 만들고 그중에서 좋은 것을 골라내는 방식으로 개발됐다"며 AI는 논문과 임상 결과 등을 분석한 뒤 단백질 구조나 약물 결합을 예측해 신약 후보물질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가 내놓은 결과를 바탕으로 실험하고, 실험 결과를 다시 AI에 학습시키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며 "AI가 독성 예측을 잘하면 임상시험에서 실패할 확률이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피부로 느껴지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임상 설계와 운영에 AI를 굉장히 많이 쓰고 있다"며 AI로 만든 신약 가운데 품목 허가를 받은 것은 없지만 임상 3상에 진입한 후보물질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표 원장은 AI 신약 개발이 실패 가능성을 없애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습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편향돼 있으면 예측이 잘못될 수 있다"며 "실패한 데이터가 누적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생물학은 매우 복잡한 학문입니다. 인과관계를 추론하기 어렵고, 신약이 몸 안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예측하기가 힘들어요. 신약 후보물질을 검증하는 실험의 병목 현상도 해결해야 하고요."
AI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미국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고, 중국이 빠르게 미국을 뒤쫓고 있다.
표 원장은 우리나라의 AI 신약 개발 경쟁력에 대해 "AI 기술력, 정보통신 인프라, 제조 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에 상당한 잠재력이 있다"며 AI 연구자와 신약 개발 실험을 하는 연구자 간 협업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모델을 하나 더 만드는 것보다는 AI 예측 결과를 실제 신약 개발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에 있는 좋은 자원과 역량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제약바이오협회가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과 AI 전문기업, 학계,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AI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로 인력난이 꼽혔다.


◇ 25억원 들인 자율실험실…"AI가 두뇌, 로봇이 손발"
제약바이오협회는 약 25억원을 들여 지난해 연말 자율실험실(SDL)을 구축했다. AI가 두뇌, 로봇이 손과 발 역할을 각각 맡아 사람 없이도 실험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표 원장은 "협회 자율실험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저분자 화합물 합성을 위한 최적의 실험 조건을 찾는 것"이라며 신약 개발 자체보다는 실험 고도화에 장비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우선 자율실험실을 기업 관계자나 연구자 대상 교육에 활용할 방침이다.
표 원장은 "사람들이 자율실험실을 직접 보고 사용해야 현장에서 적용할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며 향후 기업과 함께 특정 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실험실에서는 모든 데이터가 축적된다"며 "실험 시 온도, 무게 등 여러 조건과 결과가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작업을 반복할수록 점점 더 좋은 실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제약 기업을 가 보면 자율화된 기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런 기기를 써야 하는데, 아무런 테스트 없이 덥석 도입하기가 쉽지 않아요. 협회 자율실험실을 먼저 경험하면 확신을 갖고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겁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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