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만 해놓고 거래대금 종일 '0원'…코빗 80여개, 코인원 130여개
'유동성 부족'에 이용자 외면…거래소마다 체결가 천차만별, 주의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수현 기자 = 국내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알트코인 100여개가 온종일 한 번도 거래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알트코인은 이따금 이뤄지는 소규모 거래 체결에도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어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8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기준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디지털X)에서 거래 지원되는 가상자산 190여개 중 80여개는 24시간 거래대금이 0원이었다.
상장은 돼 있으나 이용자 외면에 거래가 전무한 알트코인이 수두룩하다는 뜻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에서도 거래 지원되는 가상자산 360여개 중 130여개의 24시간 거래대금이 0원이었다. 온종일 단 1개도 거래되지 않았다.
코빗과 코인원에서 '개점휴업' 상태인 알트코인은 중복으로 상장된 것을 제외해도 족히 1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24시간 거래대금이 1만원도 되지 않는 알트코인 역시 적지 않았다.
양대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의 경우 주력 시장인 원화마켓에서 거래대금이 0원인 알트코인은 없었다. 다만, 원화가 아닌 비트코인(BTC)으로 결제하는 마켓에는 다수 있었다.
오랜 시간 거래가 없었던 코인은 마지막 거래 체결가에서 가격이 멈춰, 같은 코인이라도 거래소별로 가격 차이가 최대 20%가량 나기도 했다.
예를 들어 A 코인은 전날 오후 2시 20분 기준으로 24시간 거래대금이 업비트에서는 4억2천834만원, 빗썸에서는 8천313만원이었지만, 코빗에선 5천원, 코인원에서는 0원이었다.
이 코인 가격은 업비트에서는 131원, 빗썸에서는 129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코인원에서는 119원, 코빗에서는 105원 등으로 최고가가 최저가보다 19.8% 높았다.
A 코인은 코빗에서 매수호가와 매도호가가 20% 넘게 차이나 거래가 체결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거래가 체결될 때마다 가격이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날 기자가 모니터링하는 수 시간 동안 가격 변동이 전혀 없던 B 코인도 2만8천원 규모의 거래가 발생하자 가격이 순식간에 5% 급락하는 변동성을 나타냈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에서는 유동성공급자(LP) 등 거래소 차원의 직접적인 거래 관여가 허용되지 않는 만큼 거래량 없는 알트코인에 유동성을 공급할 방법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한다.
국내 거래소들이 알트코인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신규 가상자산에 에어드롭이나 입금·거래 이벤트를 열지만, 이벤트가 종료되면 고객 참여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부터 전 종목 거래 수수료를 면제한 코빗과 코인원에서 스테이블코인 외 알트코인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수수료가 낮아도 유동성이 부족하면 매수·매도 호가 간 스프레드가 벌어지고, 슬리피지(주문 시점 예상 가격과 실제 체결된 가격의 차이)가 발생해 수수료 절감분보다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유동성이 풍부한 거래소에서는 이용자가 원하는 시점과 가격에 거래를 체결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라며 "이 때문에 유동성이 이용자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선택하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인기 알트코인의 거래를 활성화하고,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가 부족한 유동성을 채우기 위해서는 해외 거래소와 같은 LP 도입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법인 거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명확한 기준과 감독 체계 아래 전문적인 유동성공급자와 시장조성자(MM)가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s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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