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용 섬유로 조작해 러로 수출…"中 당국 사실상 묵인"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중국 국유기업이 러시아에 자폭 드론 제조에 필요한 자재를 공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싱크탱크 우크라이나 안보협력센터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중국 지린 화학섬유는 올해 초 러시아 로사톰 자회사로 탄소섬유 화학물질 46톤을 위장 이송했다.
로사톰은 러시아 자폭 드론의 핵심 부품을 개발하는 기업인데,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등 민간용 합성섬유를 수출하는 것처럼 관세 코드를 조작해 교묘히 제재망을 회피한 것이다.
러시아 드론에서 중국산 부품이 회수된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중국 국영기업이 핵심 부품을 러시아로 직접 수출한 경위가 밝혀진 문건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르히 쿠잔 안보협력센터 소장은 "중국 국유기업이 러시아 원자재 공급망에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며 "대러 제재로 중국이 러시아 무기 제조에 필요한 자재를 제공하는 사실상 유일한 공급원이 됐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이번 사안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불거졌다고 짚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온 만큼 미국 의회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압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그간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하지만 이번 문건을 통해 중국 당국이 실제로는 러시아와의 거래를 사실상 눈감아줬거나 적극적으로 조장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재차 불거질 수 있다.
선적된 분량은 최대 1천300대의 자폭 드론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탄소섬유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으로 추정된다.
미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서방의 제재 대상에 오른 로사톰 자회사로 선적한 점이 입증된 만큼 미 국무부가 해당 중국 업체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부장관 "러시아 군산 복합체에 이중용도 기술을 제공한 중국 기업 수는 수십 개에 달한다"고 지적했고, 안보협력센터 쿠잔 소장은 중국 덕에 러시아 방위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드론 소재 공급 주장이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분쟁 당사국 어느 쪽에도 살상 무기를 제공한 바 없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행위에 관한 의혹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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