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원 미납진료비까지…'환자 700명에 소송' 美상원의원의 과거

입력 2026-09-09 05:37   수정 2026-09-09 07:04

14만원 미납진료비까지…'환자 700명에 소송' 美상원의원의 과거
'봉사하는 시골 의사'로 정계 입문…알고 보니 미납금 연 18% 고금리 추심
저소득층 산모들에 경제적 압박…법원 요청해 환자 81명 체포하기도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미국 연방 상원의원이 과거 산부인과 의사로 재직하던 시절, 미납 진료비를 받아내기 위해 환자 수백명을 상대로 대규모 소송을 제기하고 이 중 80여명을 체포에 이르게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납된 진료비 중에는 101달러(약 14만원)의 소액도 포함돼 있었다.
이 의원은 과거 선거 과정에서 자신을 시골 지역의 '믿음직한 산부인과 의사'이자, 환자 지급 능력과 상관없이 수십년간 저소득층을 돌봐온 의료인이라는 점을 적극 내세웠다.
캔자스주 로저 마셜(공화) 상원의원의 얘기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법원 기록과 환자 인터뷰 등을 인용해 마셜 의원이 과거 캔자스주에서 산부인과 의사와 병원 운영자로 일하며 벌인 강도 높은 채권 추심 실태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셜 의원 개인 명의와 그가 소유·운영했던 병원 법인을 통해 제기된 소송 대상은 700명이 넘는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했거나 출산 직후 생활고를 겪던 시골 지역의 저소득층 산모들이었다.
이들에게는 관행적으로 연 18%의 높은 이자가 부과됐다. 일부 환자는 은행 계좌와 급여가 압류되는 등 극심한 경제적 압박을 겪었다.
실제로 2007년 응급 자궁절제술 비용을 내지 못해 소송을 당했던 조 바스케스는 경찰에 체포돼 이틀간 구금됐다.
임신 8개월의 만삭 상태였던 메이샤 지머먼은 제왕절개 수술비 미납 문제로 6년간 세 차례 체포됐다.
2009년 첫 임신 당시 의료보험이 없었던 지머먼은 출산 비용 3천596달러(약 480만원)를 제때 내지 못했다. 월 50달러씩 분할 납부하려 했으나, 연 18%의 높은 이자가 붙으면서 빚은 7천달러를 넘겼다.
마셜 의원의 변호인단은 환자들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에 체포영장을 발부해달라고 거듭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체포된 환자는 81명에 달한다.
25년 이상 산부인과 의사로 활동했던 마셜 의원은 2016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2020년에는 상원의원으로 당선돼 현재 재직 중이다.
의회에서는 의사이자 의료 투자자로서의 경험을 발판 삼아 2017년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려는 공화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 의료 혜택(메디케이드)을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성 환자들을 만나기 위해 160㎞ 이상 운전해 찾아가기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의료비가 비싼 미국이지만, 이처럼 환자를 상대로 한 대규모 소송과 체포 조치는 의료계에서 극히 이례적인 대응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조지워싱턴대 보건법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 바라크 리치먼 교수는 NYT에 환자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의사들도 일부 있긴 하지만, 임금 압류나 체포는 확실히 극단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마셜 의원은 특히 의원직을 수행하는 중에도 일부 추심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마셜 의원 측은 이번 보도에 대해 "법정 출석일을 반복적으로 어기는 사람들에게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판사"라며 "선거를 앞에 두고 시골 지역 의사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보도"라고 반박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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