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티셔츠·성조기 모자 쓰고 '사상 첫 중간선거 전당대회' 댈러스에 속속
'유가 고통' 인정하면서도 "일시적 현상…트럼프 잘하고 있다" 적극 엄호
강경 이민정책엔 호평…민주당은 '이웃사랑 식료품 나누기'로 고물가 저격

(댈러스=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9일(현지시간) 오전 10시께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이메리칸항공센터 앞에 붉은 티셔츠와 성조기 무늬 모자를 쓴 이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모자를 쓴 이들도 섞여 있었다. 본격적인 행사 시작은 오후 3시부터이고 입장은 오후부터 가능하지만,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일찍 와 줄을 서기로 한 것이다.
오후가 되자 반짝이는 카우보이 모자와 붉은색 술이 치렁치렁 달린 화려한 옷차림을 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길게 줄을 서기 시작했다. 대체로 장년층 이상의 백인이 많이 보였는데, 기온이 36도까지 오른 더위에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도 인내심 있게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아메리칸항공센터는 2만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댈러스 지역의 대표적 경기장이다. 11월 초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 전역에서 마가들이 집결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직 대통령에게 불리한 중간선거에 이란전쟁 장기화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공화당의 속앓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전당대회다.
보통 전당대회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치러지는데 중간선거용 전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통해 지지층을 한데 모아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절박함이 감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행사장 앞에서 만난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엄호했지만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는 데 대한 불안감을 숨기지는 못했다.
오클라호마주에서 전날 댈러스로 왔다는 68세 흑인 남성 빈센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자 "일자리를 되돌렸다"는 답부터 내놨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빈센트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모든 게 외국으로 나갔다. 트럼프는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려놨다"면서 "백악관이 민주당에 넘어가면 또다시 (일자리가)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가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민주당 대통령보다는 훨씬 잘하고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 상승 문제도 잘 대응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조금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처럼 트럼프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센트와 함께 온 81세 백인 남성 제프리는 댈러스까지의 여행이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나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간다. 그게 우리 공화당원들이 하는 일"이라며 웃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를 묻자 "영어를 못하는 이민자들이 미국에 너무 많이 들어왔다. 트럼프가 집권하고 나서 문제를 잘 처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 패배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해봤느냐는 질문에는 빈센트와 제프리 둘 다 "당연히 공화당이 승리할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모두가 투표하러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댈러스 주민인 60대 백인 남성 케빈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중 강경 이민정책을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꼽았다.
케빈은 "바이든 시절에는 국경을 완전히 개방하는 정책을 펼쳤는데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로는 그다지 걱정되지 않는다. 트럼프가 일을 잘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전쟁 장기화에 대해서도 "이란은 핵무기 개발에 거의 근접했고 트럼프는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유리하지 않더라도 전쟁을 하는 희생을 했다"고 평가했다.
유가 상승이 염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기름값은 원래 오르내린다. 일시적인 일이고 인내할 수 있다"고 답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지 묻자 "나는 경비일을 한다. 전혀 부자가 아니다"라고 웃으며 손사래를 친 뒤 "나는 1970년대에 오일쇼크를 직접 겪었다"고 했다. 결국에는 사태가 해결되고 유가도 하락하니 이란전쟁의 '대의'를 지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케빈은 다만 "일하지 않고 집에서 아이를 보는 부모에게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추진한다는데 좋은 생각인지 모르겠다. 사회주의로 가는 첫걸음 같아 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40대 라틴계 여성 서맨사는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댈러스로 왔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볼 수 있게 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줘야 한다. 민주당은 분열하지만 우리는 단합한다"고 말했다.
라틴계 유권자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실망하는 기류가 있지 않느냐고 묻자 "생각만큼 라틴계를 위한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실망하는 이들이 있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민주당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는 점을 다들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두고서는 '흥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소 2만5천달러의 입장권까지 구매해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무대에 오르는 것이 과연 유리한지를 따져볼 수밖에 없는 공화당 후보들과 기부자들이 줄줄이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은 최근 일반 참석자용 무료 티켓을 더 많이 배포하기로 결정했다. 전당대회라는 초대형 이벤트에서 자리가 군데군데 비는 모습이 연출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프로풋볼(NFL) 개막전이 이날 저녁 열리는 점도 변수다. TV를 켜는 공화당원들이 전당대회보다 개막전을 선택할 수도 있다.
행사장에서 만난 텍사스 지역 언론 매체 기자 크리스는 "댈러스에서 정당의 대규모 행사가 열린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면서 "얼마나 많이 참석할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최근 며칠 새에 공화당이 참석률을 늘리려고 애를 많이 썼다고 들었다"고 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 맞춰 민주당도 맞불을 놓고 나섰다.
텍사스주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한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 캠프는 댈러스에서 '이웃사랑 식료품 기부' 캠페인을 열었다.
'이웃 사랑'이라는 주제로 전통적 공화당 유권자들을 파고드는 전략이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상당히 오른 물가에 유권자들이 힘을 합쳐 대응하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텍사스주는 공화당 텃밭이지만 탈라리코 후보가 기독교인 유권자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업은 공화당 켄 팩스턴 후보와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2028년 대권 도전 가능성이 큰 JB 프리츠커 일리노이주 주지사도 댈러스를 찾아 "트럼프는 치매에 걸린 대통령"이라며 맹비난했다.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민주당이 댈러스 시내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집회'를 연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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