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에 PE 인재상도 변화…산업·이공계 출신 부상

입력 2026-09-18 08:00  

국민성장펀드에 PE 인재상도 변화…산업·이공계 출신 부상
VC선 익숙한 기술전문가 활용…PE까지 확산 추세
반도체·AI·바이오 연구인력 수요↑…운용역 자격에 산업경력 인정



(서울=연합뉴스) 정회인 기자 =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출범을 계기로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 활발했던 산업·이공계 출신 인력 활용이 사모펀드(PEF) 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민성장펀드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된 한 PEF 운용사는 상반기 산업 현장에서 이공계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인력을 다수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GP는 향후 국민성장펀드 출자사업에 대비해 박사 또는 엔지니어 출신 인력 영입을 검토 중이며, PEF 인력 채용시장에서도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의 산업 현장에서 기술을 직접 다뤄본 박사·엔지니어 출신을 찾는 움직임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로봇 등 첨단산업에 공급되는 자금이 크게 늘면서 재무제표 분석이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정뿐 아니라 투자 대상의 기술과 산업 자체를 이해하는 역량이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AI나 로봇 같은 첨단산업은 아직 숫자로 바로 드러나지 않는 영역이 많아 재무제표 분석만으로는 투자 판단에 한계가 있다"며 "산업계 출신 인력을 활용해보니 국민성장펀드가 요구하는 방향이나 투자 대상 기업의 사업성을 이해하는 데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PEF 업계는 회계법인과 컨설팅, 외국계 IB 출신을 중심으로 투자 인력을 충원해왔다. 딜 소싱(인수 대상 발굴)과 자금조달·구조 설계, 재무실사와 PMI(인수 후 밸류업)까지 투자 전 과정에서 이들이 각자 강점을 발휘하기 용이했기 때문이다.
국민성장펀드가 첨단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면서 이러한 인력 구성이 PEF로도 옮겨가는 모습이다.
정책자금의 성격이 달라지면서 운용사를 뽑는 기준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출범한 8천800억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초장기기술투자펀드는 기존 정책성 펀드의 단기 재무성과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기술투자 전문성'을 운용사 평가에 별도로 반영한다.
특히 대표펀드매니저는 투자경력 5년 이상 외에 주목적 투자대상 관련 산업경력 10년 이상도 자격요건으로 인정한다. 핵심운용인력도 투자경력 3년 또는 산업경력 6년 이상이면 선임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경력이 없더라도 일정 수준의 산업 전문성을 갖추면 펀드 핵심운용인력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넓힌 셈이다.
GP 구성에서도 산업 전문성을 접목한 사례가 나왔다. KB증권 PE부문은 지난 7월 에코프로[086520]그룹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에코프로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민성장펀드 지역전용 분야 공동 GP로 선정됐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이차전지·핵심광물 등 첨단산업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갖고 있다.
국민성장펀드 AI·반도체 중형리그 GP로 선정된 대신프라이빗에쿼티(PE)의 박병건 대표도 공학박사 출신이다. 박 대표는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하고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삼성전자 연구원과 인텔캐피탈 등을 거쳐 기술기업 투자 경험을 쌓았다.
이처럼 국민성장펀드 GP 선정 과정에서도 산업·기술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운용인력이나 조직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VC 업계에서는 산업·이공계 출신 심사역 활용이 이전부터 활발했다. 지난해 8월 DSC인베스트먼트는 의료 AI 기업 루닛[328130]에서 임상연구를 맡았던 약물역학 박사를 영입했고, KB인베스트먼트도 글로벌 제약사 머크에서 근무한 연구원 출신을 심사역으로 채용했다.
산업·기술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출신 공학박사인 맹두진 딥테크 부문 대표를 올해 3월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맹 대표는 반도체 소부장과 로봇, 이차전지 등 딥테크 투자를 총괄해온 인물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이런 흐름을 PEF 업계까지 끌어들이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펀드는 향후 5년간 150조원을 첨단산업 생태계에 공급할 예정이며 올해 공급 규모만 30조6천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민간 GP가 참여하는 간접투자 규모는 7조원대다.
이는 최근 전통 기관투자자들의 출자사업과 비교해도 큰 규모다. 올해 과학기술인공제회의 국내 PEF·VC 블라인드펀드 출자 규모는 4천600억원, 군인공제회는 3천억원, 우정사업본부의 국내 VC 출자 규모는 600억원이다. 투자 대상과 구조가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국민성장펀드의 연간 간접투자 규모는 세 기관의 출자액을 합친 것보다 크게 웃돈다.
hihell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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