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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아프리카의 산업구조 전환 전략과 한·아프리카 협력 방안

입력 2026-09-29 07:00  

[우분투칼럼] 아프리카의 산업구조 전환 전략과 한·아프리카 협력 방안

[우분투칼럼] 아프리카의 산업구조 전환 전략과 한·아프리카 협력 방안
서상현 고려대 아프리카센터 연구위원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 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아프리카 경제는 지난 40년간 연평균 3.8%의 실질 GDP 성장을 달성해 왔다. 그러나 가파른 인구 증가세를 고려할 때 1인당 소득 증대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성장의 질'과 '경제 구조'에 있다. 과거 동아시아 국가들이 농업 인력을 제조업으로 이동시키며 생산성 향상을 이뤄낸 것과 달리, 아프리카는 농업 이탈 노동력이 제조업을 거치지 않은 채 도소매업, 개인서비스업 등 저생산성 비공식 부문으로 직행하는 '조기 탈산업화'를 겪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 경제활동인구의 약 42%가 여전히 생산성이 낮은 전통 농업에 머물러 있고, 이탈 노동력을 흡수할 제조업 기반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제는 농업·광물·에너지·제조업·디지털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새로운 산업구조 전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 핵심 광물 확보 경쟁, 글로벌 에너지전환, AI·디지털 기술 확산, 그리고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의 출범은 아프리카 산업화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 핵심 광물, '원광 채굴'에서 '역내 가치사슬'로
첫 번째 기회는 핵심 광물의 현지 가치사슬 구축이다. 아프리카는 코발트·망간·백금·리튬·니켈·구리 등 청정에너지 전환과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전략 광물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원광을 헐값에 수출하고 고부가가치 소재와 완제품을 비싸게 되사오는 식민지형 교역 구조가 지속되면서, 현지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이러한 구조를 전환할 기회다. 단순 채굴을 넘어 선광, 제련·정제, 소재·부품 생산으로 가치사슬을 단계적으로 내재화하고, 이를 역내 재생에너지 발전과 직결해야 한다. 핵심은 '얼마나 많은 광물을 캐내는가'가 아니라 '광물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 중 얼마를 아프리카 현지에 남길 것인가'에 있다.
◇ 전력 인프라, 산업화를 견인하는 동력으로
두 번째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 공급망 확충이다. 만성적인 전력 부족과 과도한 전력비용은 아프리카 제조업과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최대 병목 요인이다. 세계은행과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이 공동 추진하는 '미션 300'(Mission 300)은 2030년까지 아프리카 인구 3억명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전력망 현대화, 마이크로그리드, 독립형 태양광 보급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전력 확충을 민생 지원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산업정책과 연계하는 것이다. 주요 산업단지와 경제회랑에 전력을 우선 공급하고, 재생에너지를 광물 제련 및 제조업에 투입해 에너지 집약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즉 전력 인프라를 단순 복지 수단이 아닌 산업 생산성의 핵심 생산 요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 AI·디지털, 기존 산업의 생산성을 혁신으로
세 번째 기회는 AI와 디지털 혁신이다. 아프리카는 과거 유선통신망 단계를 건너뛰고 모바일 금융과 디지털 결제로 빠르게 전환한 경험이 있다. 이제는 이러한 디지털 역량을 산업 현장의 생산성 증대로 확장해야 한다.
농업에서는 AI 기반 작황 예측과 정밀농업, 제조업에서는 품질관리 자동화와 설비 예지보전(설비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고장을 방지), 물류에서는 항만·운송 최적화, 금융에서는 신용평가 등에 AI를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의 AI 전략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거대언어모델(LLM) 자체의 개발보다는, 기존 산업에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는 'AI+기존 산업'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전력, 광대역 통신망,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전문인력 등 AI 활용 기반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 또한 범아프리카 결제정산시스템(PAPSS)을 활성화하고 AfCFTA와 연계해 역내 결제와 교역을 확대한다면 국경 간 거래비용을 낮추고 디지털 서비스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 AfCFTA, 지역 가치사슬 구축의 플랫폼으로
네 번째 기회는 AfCFTA다. 개별 아프리카 국가의 작은 시장과 높은 국경 장벽은 제조업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데 제약이 되어왔다. AfCFTA는 약 14억명 규모의 단일시장을 형성해 이러한 한계를 완화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AfCFTA의 전략적 가치는 단순한 관세 인하를 넘어 국가 간 생산 공정을 분업화하는 '지역 가치사슬'(RVC) 구축에 있다. 농식품 가공, 제약·보건의료, 자동차 및 이모빌리티, 섬유·의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제약산업은 제조역량 강화와 보건 안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AfCFTA를 아프리카 산업화의 내수시장과 생산 네트워크를 설계하는 산업정책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한다.
◇ 산업 전환을 위한 4대 정책 우선순위
아프리카의 산업구조 전환을 위해서는 네 가지 정책이 중요하다. 첫째, 전력·물류·금융·인력·기술·규제를 통합한 생태계 기반 산업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제약, 농식품 가공, 이모빌리티, 재생에너지 부품 등 연관산업과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내 재원 동원을 확대해야 한다. 글로벌 ODA 감소와 고금리 기조로 외자 유치 환경이 악화된 만큼 조세 행정의 디지털화와 과세 기반 확대, 불법 자금 유출 및 조세 회피 차단을 통해 국내 자본을 산업투자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R&D와 청년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산업 고도화에는 외산 기술의 도입뿐 아니라 이를 현지 환경에 맞게 흡수·개량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STEM 교육, 직업기술교육, 산학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아프리카 주도의 금융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 높은 국가 신용 리스크와 자본비용을 낮추기 위해 AfDB, 아프리카수출입은행 등 역내 개발금융기관의 역할을 확대하고, 민간자본의 투자 위험을 분담할 수 있는 금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 한·아프리카 협력, '원조'에서 '산업전환 파트너십'으로
한국도 아프리카를 단순한 원조 대상이 아니라 산업전환의 핵심 파트너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강점은 정책 설계, 인프라 구축, 금융, 기술, 인력양성을 결합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 경험에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한-아프리카 산업전환 공동투자 플랫폼' 구축을 제안할 수 있다.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을 통해 국가별 맞춤형 전략산업을 발굴하고 타당성을 검증한 뒤, 대외경제협력기금, 한·아프리카 경제협력기금, AfDB 등 개발금융을 연계해 초기 사업 위험을 대폭 낮추는 구조다. 이렇게 판이 깔리면 한국과 아프리카 기업 간의 합작투자, 민관협력사업(PPP), 민간 직접투자가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산업전환 파이프라인'이 완성된다.
협력 방식도 개별 프로젝트 중심에서 산업 가치사슬 단위로 전환해야 한다. 디지털 농업은 AI 플랫폼, 농업생산, 금융, 저장·콜드체인, 식품가공, 물류·수출을 연계하고, 핵심 광물은 광산개발에서 제련·정제, 소재, 배터리·이모빌리티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아프리카 산업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 많은 자원을 추출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현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핵심 광물은 소재·제조업으로, 재생에너지는 산업용 전력으로, 농업은 고부가가치 식품 가공·물류로, AI·디지털 기술은 산업 생산성 혁신으로 각각 연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산업 간 연결고리를 구축할 때 아프리카는 조기 탈산업화의 한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생산적 산업화의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서상현 박사
현 고려대학교 아프리카센터 연구위원,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현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역임,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아공대학(UNISA) 정치학 박사, '아프리카 이해', '아프리카 경제'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 집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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