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토큰증권 발행·유통 앞두고 장외거래소 준비 잰걸음
한국거래소 신종증권시장도 모의운영 거쳐 11월 개설 예정
전자증권 기반 장내시장·토큰증권 장외거래소, 잇달아 출사표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상품까지도 '토큰화'를 거쳐 거래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토큰증권(STO)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새로운 자금조달 경로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내달에는 이와 별개로 전자증권 형태로 발행된 조각투자 상품을 거래하는 신종증권시장도 모의운영에 들어간다. 전자증권 기반의 장내시장과, 토큰증권을 다루는 장외시장이 나란히 문을 여는 것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4일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를 통해 '토큰증권 정책방향'을 공개했다.
올해 2월 개정된 전자증권법에 따라 내년 2월 4일 제도권 편입을 앞둔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장부에 기재돼 발행·유통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예컨대 조각투자상품이 기존 전자증권 방식으로 발행된다면 토큰증권이 아니지만, 분산원장을 통해 토큰화된다면 토큰증권이 된다.
특히 이번 발표는 단순히 조각투자 제도를 정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식과 채권, 펀드를 포함한 기존 증권시장 전체를 토큰화 대상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책의 의미는 자본시장 인프라 전환"이라면서 "토큰증권의 시장성은 기존 자본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자산이 토큰화된 방식으로 전환되는지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별도의 토큰증권 라이선스를 만들지 않고 기존 투자매매·중개 인가 범위에서 토큰증권 취급을 허용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기존 증권업 업무가 토큰증권 인프라로 이전되는 방향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내년 2월 토큰증권 발행 및 관리가 가능해지면 장기적으로는 전통적 거래소 시장을 넘어 블록체인 기반 장외시장에서 토큰화된 주식이 24시간 거래되는 혁명적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실제 금융위는 단계별로 토큰화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1단계로는 공모 조각투자, 기관 전용 사모 머니마켓펀드(MMF)·사모사채, 신탁 방식 비상장 주식 등이 토큰화돼 거래되고, 이후 2단계에선 안정성과 시장 수요 등을 확인하며 공모증권 등으로 범위를 키운다. 이어 3단계에선 스테이블코인 등을 결제수단으로 하는 온체인 결제 인프라가 구축된다.
상장주식 토큰화와 관련해선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모델 검증 및 시범사업도 병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코스콤 중심의 KDX컨소시엄과, 넥스트레이드 주도의 NXT컨소시엄은 지난달 초 금융위원회에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본인가를 신청하고 관련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에선 연내에 거래소 출범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홍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초기 경쟁은 상품 확보에서 갈릴 것"이라면서 "상품이 많아져야 투자자가 유입되고, 주문이 쌓여야 유동성이 개선되며, 유동성이 다시 신규발행사를 끌어들이는 양면 시장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토큰증권 발행이 허용돼도 실제 유통할 수 있는 상품이 충분하지 않다면 시장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자금조달, 구조화, 발행주선, 판매, 계좌관리, 유통, 고객관리 등에서 중점적 역할을 맡을 증권사들 입장에서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도 고려할 대목이다.
그럼에도 시스템 구축 여력이 있는 주요 증권사들은 대부분 토큰증권 사업에 적극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세희 연구원은 "현 단계의 토큰증권은 향후 증권업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 전환에 가깝게 봐야 한다"면서 "단기 수익성은 매우 제한적이나, 향후 시장참여를 위해서는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변화"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내달 6일부터 6주간 모의시장을 운영한 뒤 올해 11월 16일 '신종증권시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초기에는 기존 전자증권 방식으로 발행·등록되는 신종증권이 거래될 예정이다. 미술품, 가축 사육, 영화 제작, 부동산, 음원 저작권 등 다양한 자산이나 권리를 나눠 여러 투자자가 투자하는 조각투자상품이 대표적이다.
증권사를 통해 주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조각 투자 상품을 사고팔 수 있으나, 정규시장(오전 9시∼오후 3시 30분) 내에서 지정가 주문만 허용된다.
다만, 즉각적으로 시장이 활성화하기보다는 내년 2월부터 본격화할 토큰증권 장외거래와 발맞춰 점진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장내 신종증권시장에 상품을 상장하려는 발행인은 자기자본 20억원 이상, 만기까지 의무 보유 10억원(또는 5%) 이상 등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하며, 상품 역시 기준시가총액 30억원 이상, 상장증권 총수 10만 증권(또는 10만좌) 이상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까닭이다.
관련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미술품 등은 시총 기준을 맞추기 힘들고, 부동산은 관련 상품이 준비된 게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장외 시장이 먼저 활성화하면 그중에서 규모가 크고 많은 사람에게 노출될 필요가 있는 상품이 장내로 진입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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