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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 민족갈등 재발…30년만에 '오렌지오더' 밤샘 대치

입력 2026-09-28 09:21   수정 2026-09-28 09:35

북아일랜드 민족갈등 재발…30년만에 '오렌지오더' 밤샘 대치
개신교 단체 거리 행진 강행…가톨릭계 민족주의 수백명 "우회하라" 봉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북아일랜드에서 개신교단체 '오렌지오더'(ORANGE ORDER)가 가톨릭신자가 대다수인 마을 한가운데를 행진하는 종교 행사를 놓고 개신교계 연합주의자들과 가톨릭계 민족주의자 간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촉발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벨파스트 항소법원은 27일(현지시간) 1997년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오렌지오더 행렬이 포타다운 가버기로드를 따라 행진하도록 허가했다.
오전 8시부터 9시 30분까지 밴드나 지지자 없이 35명만 조용히 행진한다는 조건에서다.
오렌지오더는 1795년 창설이후 17세기 '오렌지공'으로 불렸던 개신교도 윌리엄 3세가 가톨릭 신자였던 제임스 2세를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시가행진을 벌여왔다.
이들은 포타다운을 출발해 드럼크리의 교회에서 예배를 봐왔는데, 이후 돌아오는 길이 매년 문제가 됐다.
가톨릭교도들이 주로 거주하는 가버기로드를 따라 돌아오는 것을 고집했지만, 이곳 주민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1990년대 심각한 충돌이 발생하면서 이후로는 가버기로드는 우회하는 경로로만 행진해왔는데, 법원이 이날 통과를 허용하면서 갈등이 재현된 것이다.
가톨릭 신자 수백명은 법원 결정에 항의하며 폭우 속에서도 오렌지오더 행진을 막아섰고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밤늦게까지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미셸 오닐 북아일랜드 수반은 법원 결정에 대해 "제정신이라면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역사회에 혼란을 불러온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면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민주연합당(DUP)의 개빈 로빈슨 대표는 오닐 수반이 오렌지오더의 행진을 막아 법을 위반했다고 반발했다.
밤늦게까지 양측의 대치가 계속되자 영국 정부의 크리스 브라이언트 북아일랜드 담당 장관은 "과거의 일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양쪽에 자제를 촉구했다.
아일랜드 공화국 정부도 성명을 내고 "현재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일랜드는 1919∼1921년 전쟁후 영국에서 독립했지만, 영국과 종교적, 민족적으로 가까운 북아일랜드는 계속해서 영국에 남았다.
이후 북아일랜드에서는 그간 영국에서 독립 후 아일랜드와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톨릭계 민족주의 진영과 영국에 잔류해야 한다는 개신교계 연합주의 진영 간 갈등이 끊이지 않아 왔다.
AFP 통신은 이번 사태가 최근 몇 년간 북아일랜드에서 발생한 최악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eshi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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