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기업, 68억원 자금 받아…정부 "안보 영향 평가할 것"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필리핀에서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이자 친중 성향으로 잘 알려진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과 관련된 기업에 중국·홍콩발 수십억대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나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전날 로넬 부엔벤투라 필리핀 자금세탁방지위원회(AMLC) 사무국장은 상원에서 열린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심판에 출석, 두테르테 부통령의 남편이 설립한 식품회사 '케일99 푸드'가 중국·홍콩으로부터 3억1천900만 필리핀페소(약 68억2천만원)의 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자금의 출처가 중국 정부 측인지는 기록상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검찰은 두테르테 부통령이 출처 불명의 부를 축적했다는 탄핵 사유를 입증하는 자료의 일환으로 이 송금 내역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자금의 성격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두테르테 부통령 부부의 자산·부채·순자산 명세서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들이 신고한 자산이 실제 소득·금융 거래 내역과 일치하는지를 조사해 왔다.
이와 관련해 에두아르도 오번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을 내고 해당 송금 내역이 은행에서 의심스러운 거래로 분류돼 AMLC에 보고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 의혹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자신이 사무총장으로 있는 필리핀 국가안보회의(NSC)가 탄핵심판 과정에서 제시된 관련 정보를 검토하고 이 문제가 국가 안보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평가하도록 정보·수사기관에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번 보좌관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당한 규모의 외국 자금 흐름과 관련된 신뢰할 만한 정보는 신중하고 심층적이며 책임 있는 평가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부엔벤투라 사무국장은 또 두테르테 부통령과 남편이 2007∼2025년 사이에 총 44억 필리핀페소(약 940억원) 규모의 의심스러운 은행 거래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두테르테 부통령 측 대변인은 이번 증언으로 해당 자금이 불법적인 것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AMLC에서 나온 이처럼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에는 각각의 금전 거래 관련 맥락이 빠져 있어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부정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필리핀 중국대사관도 성명을 내고 이 같은 의혹 제기가 "악의적인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부통령·교육부 장관을 지내면서 공금을 유용한 혐의, 만약 자신이 암살되면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 등을 살해하도록 자신의 경호원에게 지시했다고 말해 이들을 협박한 혐의 등으로 탄핵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상원에서 탄핵 유죄 판결을 받으면 부통령직이 박탈되고 선출직 출마가 영구적으로 불가능해져 2028년 대선에 나설 수 없게 된다.
앞서 지난달 하순 상원은 탄핵심판 유죄 판결의 헌법상 요건인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전체 의원이 아닌 출석 의원을 기준으로 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재 전체 상원의원 24명 중 두테르테 부통령과 가까운 의원 4명이 각종 수사에 따른 체포나 도피 등으로 탄핵심판 표결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탄핵 가결에 필요한 의원 수가 기존 16명에서 14명으로 줄어들면서 탄핵 유죄 판결 가능성이 커졌다.
두테르테 부통령의 부친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2016∼2022년 재임)은 중국과 가까운 사이였으나, 정치적 경쟁자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현 대통령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과 관련해 강경한 반(反)중국·친서방 노선을 지속하고 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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