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예멘 친이란 반군 후티의 전방위적인 무력 공세에 사우디아라비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가 핵심 인프라가 잇따라 타격을 입고 방공망 한계가 노출되면서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글로벌 자본 유치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 주도 아랍 동맹군에 따르면 전날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으로 사우디인 4명, 방글라데시인 2명, 미국·이집트·요르단 등 다국적 민간인 12명이 사망하고 3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최근 10여 년 만에 최대 인명피해를 유발한 공격을 받으면서 리야드 금융지구의 다수 글로벌 기업이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각급 학교가 일주일간 원격 수업에 들어가는 등 수도의 주요 기능이 일부 마비되며 후티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 및 에너지 업계 거물들을 초청해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던 사우디의 굵직한 국제 행사들이 직격탄을 맞으며 차질을 빚고 있다.
이날 개막한 제25회 세계석유회의(WPC) 주최 측은 정상적인 행사 진행을 공지했으나 핵심 인사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메그 오닐 BP 최고경영자(CEO)가 항공편 차질로 불참을 통보했고, 와엘 사완 셸 CEO도 참석 불가 통보를 했다.
이탈리아 에너지부 장관은 화상 참석으로 선회했으며, 주요 글로벌 자문 업체들 역시 출장을 취소하거나 파견 규모를 축소했다.
이달 하순 개최를 앞둔 리야드의 대표적 투자자 모임인 제10회 미래 투자이니셔티브(FII) 역시 파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엑손모빌,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 월가 거물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인 가운데 주최 측은 철저한 치안 유지를 약속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피격 이후 리야드 공항 운영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11일 기준 항공편의 약 85%가 취소되는 물류 대란이 겹쳐 정상적인 대면 행사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사우디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고스란히 노출했다고 지적한다.
사우디의 국가 개조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은 연간 1천억 달러(약 135조 원)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를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후티 반군의 맹공으로 지정학적 불안이 가중되면서 사우디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상승하는 등 투자 위험도가 급등하고 있다.

중동 경제 분석가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85%에 달하는 항공편 취소율과 핵심 상업 시설의 셧다운은 치명적인 위험 신호"라며 "사우디가 자국 영공의 안전을 온전히 보장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획기적인 경제 개방 조치를 제시하더라도 대규모 장기 자본을 끌어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사우디 정부는 최근 국방 및 인프라 지출이 급증함에 따라 재정 적자 전망치를 확대하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사우디 전역의 핵심 인프라를 겨냥한 후티 반군의 공격과 그에 따른 경제적 타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번 공항 타격의 배후를 자처하지는 않았으나, 사우디 영공 전체가 타격 목표임을 공식 경고했다.
전날 밤 사우디 아람코 본사가 있는 동부 다란 공항 인근에 발사체가 떨어진 데 이어, 동부 지역을 겨냥한 드론 탐지 및 리야드 남부 알카르즈 상공에서의 탄도미사일 요격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후티의 공격은 최근 몇 달간 사우디의 경제 생명줄인 에너지 인프라와 물류 전반을 옥죄고 있다.
지난달 이라크에서 날아온 발사체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의 핵심 우회로인 사우디 동서 송유관 가동이 중단됐으며, 7월에는 홍해를 지나는 사우디 선박에 대한 전면 봉쇄를 선언했다.
후티는 또 글로벌 해상 물류의 주요 병목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통제력까지 강화하며 사우디를 압박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사우디 정부는 연이은 안보 위기 속에 국제사회 지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사우디의 대 후티 공습 동참 여부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미국은 사우디에 정보 지원을 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얀부항에 방어용 군사 장비를, 영국은 공중급유기를 파견했다.
최근 사우디와 국방 조약을 맺은 튀르키예와 파키스탄 역시 방어 목적의 병력 및 무기 지원 의사를 표명했지만, 악화 일로를 걷는 전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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