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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대 사건 연루자와 동명이인들, 무차별 신상털기 피해

입력 2026-10-12 10:51  

코넬대 사건 연루자와 동명이인들, 무차별 신상털기 피해
"지옥에서 썩어라"…온갖 위협·저주 메시지 쏟아져
피해자도 살해 위협…신원 보호 나선 여성들 "내가 제인 도"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미국 코넬대 집단 성폭행 의혹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과 이름이 같은 무고한 시민들이 네티즌들의 신상 털기 표적이 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생인 한 남성은 지난 달 코넬대 사건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지옥에서 썩어라" 같은 온갖 위협적인 메시지를 받고 있다.
그의 얼굴은 온라인상의 코넬대 관련 영상들에 도배가 됐고 심지어 한 연예·가십 매체에서도 그에게 연락해 왔다. 가해자로 지목된 7명의 남성 중 한 명과 이름이 같아서 생긴 일이다.
코넬대에 다닌 적이 없는 이 남성은 상황을 명확히 하기 위해 최근 링크트인 프로필에 "나는 코넬대에 다니지 않는다"는 정보를 추가했다.
그는 '네티즌 수사대'들이 자기 집 주소를 찾아낼까 봐 걱정해 왔다고 말하며 "전반적으로 지난 몇 주간 정신 건강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호소했다.
기해자 중 한 명과 이름이 똑같은 미 해병대 병장 역시 비슷한 피해를 봤다. 그의 집 주소가 실수로 법원 문서에 기재된 후 그의 가족 앞으로 온갖 협박 메시지가 쏟아졌다. 집 마당엔 쓰레기와 개똥 같은 오물들이 투척됐다.
병장의 어머니는 자신과 가족이 "공포에 떨고 있었다"며 사람들에게 상황 설명을 하려 해도 '거짓말한다'는 반응만 돌아왔다고 하소연했다. 가족들이 잠을 청하기도 힘들었다는 이 어머니는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 오류를 알아챈 법원은 9일 여러 법원 문서를 비공개 처리한 뒤, 이런 괴롭힘을 "무모하고 경솔하며, 궁극적으로 위험한 인터넷 자경단 행위"라고 규탄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이 속해 있던 남학생 사교 클럽 '카이 파이'(Chi Phi)의 다른 회원들도 같은 처지다.
한 페이스북 계정엔 "단 7명 만이 아니었다. 다른 50명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카이 파이' 회원들의 사진이 게시됐다.
이 사건 발생 전에 졸업해 가해자들과 같은 채팅방에 있지 않았던 전 회원들까지 일부 온라인 게시물에 포함돼 대학이나 고용주로부터 정직 처분 등 불이익을 당한 사례도 생겨났다. 이들의 공동 대리인은 코넬대에 서한을 보내 자기 의뢰인들이 해당 사건과 무관함을 확인해 주는 서신을 발급해달라고 요청했다.

네티즌 신상 털기는 피해자에게로도 향했다.
피해자인 '제인 도'(Jane Doe·익명의 피해 여성에게 붙이는 이름)는 지난달 소송을 제기한 이후 살해 위협을 받았으며, 누군가 허위 신고를 한 탓에 무장 경찰이 그의 집에 출동하는 일도 있었다.
'제인 도'의 변호인에 따르면 적어도 세 명의 다른 여성은 소셜 미디어에서 '제인 도'로 오인당했다. 이에 진짜 '제인 도'의 신원을 감춰주기 위해 다른 여성들이 "내가 제인 도"라고 선언하는 영상들이 쏟아져 나왔다.
온라인 괴롭힘을 연구하는 미시간대의 사리타 셰네베크 교수는 "사법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믿을 때" 이런 '네티즌 수사대'가 활개를 친다며 "신상 털기 자체는 사법 제도가 요구하는 사실 확인, 안전장치, 책임성 등을 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실수로 지목된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피해는 오류가 수정된 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며 "한 번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 정정된 내용이 원래 주장만큼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신상 털기의 피해자가 된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생은 정의를 추구하려는 인간의 충동을 이해한다면서도 "군중 심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퍼질 수 있는 만큼, 사람들은 우리 말과 행동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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