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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전' 멈춘 CPTPP…'수출영토'·'식량안보'에 타협점 찾을까

입력 2026-10-17 08:00  

'속도전' 멈춘 CPTPP…'수출영토'·'식량안보'에 타협점 찾을까

'속도전' 멈춘 CPTPP…'수출영토'·'식량안보'에 타협점 찾을까
산업계 "가입 더 미룰 수 없어…수출 다변화·공급망 안정에 필요"
농림축수산업계 "반대 원칙 변함없다…식량 안보·주권 수호해야"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장보인 기자 =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원점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무역 확대와 농어촌 보호 사이에서 합리적 대안을 도출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산업계는 애초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수출 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협정 가입을 전략적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농림축수산업계는 가입 반대 원칙을 유지하면서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를 재검증하고 현장과 더욱 적극적으로 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연내 가입 신청을 하지 않고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기로 한 정부는 가입을 전제로 결론을 서두르기보다 경제적 효과와 산업별 영향을 함께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 통상 불확실성 고조에 필요성 더욱 부각되는 CPTPP
정부는 지난 8월 수출 시장 확대와 공급망 안정, 안정적인 통상 규범 참여를 위해 CPTPP 가입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주요 배경으로는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이 꼽힌다.
미·중 패권 경쟁과 세계무역기구(WTO) 다자 체제의 약화,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더해 중동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위험까지 겹치면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고조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CPTPP에 가입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의 수출 다변화는 물론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다 한국과 유사한 입장을 가진 중견국 간 연대를 강화하고, 역내 통상규범 형성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측면으로 거론된다.
권혜진 산업통상부 통상교섭실장은 최근 제조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급변하는 통상 질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수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CPTPP 가입을 통한 수출시장 다변화 및 유사 입장국과 연대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와 무역업계는 CPTPP 가입 시 한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멕시코·일본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고 역내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CPTPP 가입 관련 경제적 영향분석' 잠정 결과를 보면 CPTPP 발효 10년 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8%p(포인트) 높아지고, 제조업 생산 파급효과는 향후 15년간 연평균 최대 6조7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산업계는 2021년 말 문재인 정부 당시 가입 추진 방침을 공식화하고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CPTPP 가입이 한국에 꼭 필요한 전략적 선택지인 만큼, 더는 선택을 미룰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CPTPP 신규 가입에 모든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가입 결정이 늦어지면 설득해야 할 대상이 더 많아져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 농림축수산업계 반발…피해 재검증·대화 창구 마련 요구
농림축산업계는 강경하게 가입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CPTPP 가입에 따른 시장 개방으로 농림수산업은 발효 후 15년간 연평균 약 8천500억원의 생산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에 대해 농림축수산업계는 의구심을 품고 재검증과 산출 근거 공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정부의 농업 분야 영향 분석에 파급 효과, 지역별 영향, 농가 규모별 영향 분석이 포함되지 않아 피해가 과소 추산됐다고 지적했다.
수산업 영향 분석 또한 피해액 격차가 24배에 달하는 고무줄 추산이자, 제조업 이익에만 편향된 부실 분석이라고 주장했다.
농업인단체는 CPTPP 가입이 국내 농림축수산업계의 생산 기반을 훼손하고, 농림축수산인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농업·축산·수산·임업 분야 75개 단체로 구성된 'CPTPP 가입 저지 농림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 원칙에 변함이 없다"며 "가입을 전제로 일방적인 논의를 추진하거나 농림축수산업에 희생을 요구한다면, 전국 75개 농림축수산단체는 하나로 힘을 모아 이에 상응하는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연내 가입 신청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예정했던 대규모 집회는 잠정 보류했지만, 이를 가입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특히 비대위는 CPTPP 가입 반대 입장에 더해 식량 안보·주권 수호 차원에서 한·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무역협정 협상 재개 추진까지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비대위는 가입 논의 과정에 농림축수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하고, 대통령과 업계 대표가 직접 대화할 공식 창구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강정현 집행위원장은 "비빌 언덕 하나 없는 농림축수산업이 감당해야 할 피해와 국내 생산 기반에 미칠 영향을 먼저 면밀히 따져야 할 것"이라며 "농림축수산업계가 제기해온 요구 사항이 논의의 출발점부터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3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CPTPP는 개방의 강도가 높아 우리 농업계에서는 굉장히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소통해 농업계의 입장을 듣겠다"며 "농업계의 의견을 정부안에 충실히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redflag@yna.co.kr, bo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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