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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GDP 14% 묶은 거대블록 CPTPP…트럼프 시대 뜨거운 감자

입력 2026-10-17 08:00  

전세계 GDP 14% 묶은 거대블록 CPTPP…트럼프 시대 뜨거운 감자

전세계 GDP 14% 묶은 거대블록 CPTPP…트럼프 시대 뜨거운 감자
불확실성 커진 수출 전선…산업장관 "가입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
농업계는 농축수산물 피해 심화 우려…식량 안보 위기 가능성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 같은 통상 국가가 CPTPP에 가입을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8월 관훈토론회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과 관련해 이같이 단언했다.
다만 김 장관은 "우리 농산물과 수산물에 대한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허심탄회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김 장관의 발언에는 CPTPP 가입을 둘러싼 정부의 기대와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주 CPTPP의 연내 가입 신청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CPTPP 가입 추진이 멈춰 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CPTPP의 전신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관심을 표명했지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른 통상협상을 우선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도 2021년 가입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경색된 한일 관계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문제 등으로 인해 정식 가입 신청에는 이르지 못했다.
정부가 좌고우면하는 사이 CPTPP는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새로운 글로벌 통상 규범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CPTPP의 뿌리는 2005년 6월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4개국이 맺은 이른바 'P4'다. 소수의 국가가 고품질의 무역협정을 만드는 게 당시 목표였다.
이후 2008년 미국이 참여를 선언하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 중시 정책의 일환으로 협상을 본격 주도하면서 TPP로 확대 발전했다.
당시 TPP는 미국과 일본을 주축으로 12개국이 협상에 참여하며 세계 최대 경제동맹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라 TPP 탈퇴를 공식 선언하면서 와해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일본의 주도 아래 미국을 제외한 11개국이 협정을 재정비해 2018년 3월 정식 서명했고, 명칭도 현재의 CPTPP로 변경해 같은 해 12월 공식 발효됐다.

원년 회원국은 일본, 캐나다, 호주, 멕시코, 싱가포르, 베트남, 뉴질랜드,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11개국이다.
이후 비(非)아태 지역 국가로는 처음으로 영국이 가입을 추진해 2024년 12번째 정식 회원국으로 합류했다.
현재 12개 회원국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4%를 차지한다. 무역 규모 합계 역시 미국이나 중국의 단일 경제 규모를 웃돌며, 한국과의 교역량 비중에서도 전체 상품교역의 약 25%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 비중이 크다.
현재도 CPTPP 외연 확장은 이어지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올해 5월 가입 협상의 실질적 타결을 발표했다. 우루과이도 가입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CPTPP는 단순한 상품 관세 인하를 넘어 통상 질서 전반의 표준화를 지향하는 포괄적 협정이다.
시장 개방 수준 면에서는 공산품은 물론 민감 품목인 농축수산물까지 포함해 품목 기준 95∼100%에 육박하는 관세 철폐를 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도적으로는 회원국 전체를 단일 경제권으로 묶는 공통 원산지 누적 제도를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역내 어느 한 국가에서 조달한 중간재나 원자재라도 최종 생산국에서 가공 과정을 거치면 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다자간 공급망 활용 폭이 크게 넓어진다.
정부가 농림수산업 피해를 우려해 CPTPP 가입 보류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수출업계에서는 그 배경을 이해하면서도 대외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2기 집권으로 미국의 관세 등 보호무역 파고가 거세지고 중동 전쟁 등 공급망 리스크가 상시화되면서 다자 통상 블록 합류가 국가적 필수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멕시코 정부가 올해 1월부터 FTA 미체결국 대상 자동차 부품 등 1천463개 품목의 관세를 최대 50%까지 인상한 것도 우리나라가 CPTPP 가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다만 직접적 타격이 우려되는 농업 분야들을 살펴보면 상황이 그리 쉽지 않다. CPTPP는 기존 FTA보다 관세 철폐율이 훨씬 높아 고추, 마늘, 양파 등 영세 농가가 밀집한 민감 품목까지 전면 개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대형 마트와 식자재 시장에서 국산 농산물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는 방향으로 귀결될 수 있다.
식량 안보 위기도 문제다. 장기적으로 국가 식량 자급률이 떨어질 경우 앞으로 글로벌 식량 위기 발생 시 외부 충격에 취약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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