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 "美보다 사우디가 당신 더 필요"…도청 직원 "100% 동의"
군부, 직원 가족 탈출 항공권 제공…美검찰, 구금 유지 청구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오픈AI 임원 회의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혐의로 구금된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직원이 사우디 왕가와 군부에서 지원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19일 미 연방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구금 유지 청구서에 따르면 피고인인 압둘라흐만 알포잔(35) 전 오픈AI 엔지니어는 지난해부터 사우디 왕가 인사와 와츠앱 메신저를 통해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 사우디 왕가 인사는 자국에서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계획에 알포잔을 영입하려고 시도하면서 "미국보다 사우디가 당신을 더 필요로 한다"고 했고, 알포잔은 이에 100%라고 답하며 동조했다.
다만 알포잔은 오픈AI로부터 받은 주식이 행사(vesting) 가능해질 때까지는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알포잔이 지난 9일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직후 그의 부인과 아들이 미국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도 사우디 정부·군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가족은 당초 지난 12일 함께 리야드로 향할 계획이었으나 알포잔이 체포되자 이튿날인 10일 부인과 아들만 카타르행 편도 비즈니스 항공편으로 출국했는데, 이 항공권은 사우디 군 관계자가 예약하고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부인은 출국 전 FBI 조사에서 "미국 비자가 만료돼 사우디로 영구 귀국한다"며 "남편도 사우디로 돌아와 함께 살 계획이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사우디가 미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데다 무제한에 가까운 자원과 신속한 해외 도피 지원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재판 때까지 피고인의 구금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트위터에 잠입했던 사우디 스파이가 영사관 등의 개입으로 사건 이튿날 출국했던 사례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알포잔 측은 그가 15년간 미국에 거주해왔고 미국 시민권도 신청한 상태이며 사우디 출국 일정은 이민 등 목적으로 예약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여권을 제출하고 위치 추적 장치를 착용하는 조건으로 보석을 요구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로이터 통신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알포잔은 오픈AI 최고위 임원들과 정부 당국자, 외부 파트너 등이 참석하는 핵심 회의실 TV 뒤편에 직접 개조한 도청 장치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그는 AI를 이용해 녹음기 제작법과 녹음파일 암호화 방법, 회의실 위치 등을 미리 상세히 검색하고 정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AI는 지난달 30일 회의실에서 도청 장치를 발견해 FBI에 신고했으며, 알포잔을 즉시 해고 조치했다.
알포잔은 오픈AI에서 연봉 38만5천 달러(약 5억1천만원)와 220만 달러(약 29억3천만원) 상당의 주식을 받았으며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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