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국제 행사 취소·온라인 수업 돌입…표적 분산에 방어도 한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공세가 격화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일상도 사실상 마비되고 있다.
수도 리야드의 공항이 폐쇄되고 각종 행사가 취소된 것은 물론 정부 기관들은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사우디는 튀르키예, 파키스탄, 유럽 등에 도움을 요청하고 미사일 요격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주요 기반 시설이 광활한 사막지대에 흩어져있는 탓에 방어에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FP,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 운영이 중단됐다.
킹칼리드 국제공항에 이착륙하려면 반드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며 비상시 대체공항으로 사용되는 것도 금지돼 리야드로 통하는 관문이 사실상 차단된 셈이다.
카타르 항공은 오는 24일까지 리야드행 항공편 운항을 전면 중단했고 에티하드 항공과 에어 인디아 등 다른 항공사들도 사우디로 운항을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공항 폐쇄는 후티의 공습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후티가 이달 들어 지금까지만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20차례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하늘길이 끊기면서 각종 국제 행사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오는 12월 열릴 예정이던 음악 페스티벌 '사운드스톰'은 취소됐고 15일 열릴 예정이던 리야드 패션위크와 테니스 대회 등 주요 행사들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사우디가 경제구조 전환을 위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야심 차게 추진해오던 투자 콘퍼런스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도 결국 내년 개최를 기약해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사우디는 10년간 진행해온 이번 행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원격 참여라는 고육책마저 짜내면서 밀어붙였지만, 공항 폐쇄에 따른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최근 빈살만 왕세자 관련 책을 집필하기도 한 카렌 엘리엇 하우스 전 월스트리트저널(WSJ) 발행인은 "지속적으로 치명적인 미사일 공격을 받는 나라를 방문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런 곳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다"고 말했다.
머리 위를 오가는 미사일에 사우디 정부 기관들은 안전보장을 위해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리야드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킹덤센터도 입주사들에 재택근무 조치를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발표했는데, 이곳에는 국제통화기금(IMF), 매켄지 등이 입주해있다.
리야드 및 인근 지역의 학교들은 온라인 수업을 2주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불안한 상황에 사우디를 떠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사우디에서 근무하는 중동 출신 외국인 근로자들은 재택근무 조치가 확산하면서 본국 귀국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 외국인 근로자는 "한 달 정도는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겠지만 더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우디를 떠나기 위해 버스를 타고 바레인이나 카타르로 향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으며 서방 대사관들도 사우디에 대한 여행 경보를 강화하고 있다.
사우디 당국은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 사우디 당국자는 WSJ에 "거주민 안전 보장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후티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인 위협으로 국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미국이 제공한 패트리엇 미사일 요격 체계와 방공 시스템으로 방어되는 지역을 겨냥한 후티의 미사일 중 90%를 성공적으로 요격해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후티의 공격 중 절반 이상이 제대로 된 방어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사막지대 등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우디의 핵심 인프라와 민간 공항, 사우디 아람코의 석유 시설 등은 인구밀도가 낮은 광활한 사막지대에 퍼져있다.
때문에 이런 시설들을 표적으로 한 후티의 공격을 온전히 방어해내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사우디 주재 미국 대사를 지냈던 마이클 래트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후티 반군은 비대칭적 방식으로 반격해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기지와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는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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