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부적절 지시 확인에도 공소시효 지나 불기소 의견 송치
불법파견·블랙리스트 의혹도 무혐의…법위반 206건 중 61건 사법처리
쿠팡 "필요한 사항 적극 개선"…김범석 부적절 지시 '확인' 언급엔 "유감"

(서울=연합뉴스) 옥성구 조민정 기자 = 쿠팡의 고(故) 장덕준 씨 산업재해 은폐 의혹 등을 수사한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총 206건을 적발해 61건을 사법처리하고 145건에 대해 과태료 19억6천여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부적절한 지시 등 산재 은폐 정황을 확인했음에도, 법적 요건 미비와 공소시효 도과 등을 이유로 공소청에 불기소 의견 송치했다. 불법파견과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도 위법 사항을 확인하지 못했다.
노동부는 22일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물류센터 및 배송캠프 105곳을 기획 감독한 결과를 이같이 공개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였던 장씨는 2020년 10월 경북 칠곡군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심야 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뒤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이 과정에서 쿠팡 측의 산재 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노동부 수사에서는 김 의장이 쿠팡 관계자에게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쿠팡 관계자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물 마시기, 화장실 가기 등 카테고리를 분류해 장씨가 휴식을 취하는 장면만 담기게 자료를 정리한 정황도 포착됐다.
그러나 노동부는 김 의장의 이런 부적절한 지시에도 공소시효 5년이 지난 탓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 공소청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로 했다.
산안법상 산재 은폐죄 처벌도 어렵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산재 은폐죄가 성립하려면 산재 발생 사실을 감독 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외부에도 누설되지 않게 하려는 적극적 방해 행위가 인정돼야 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보고가 있었고, 근로복지공단 산재 승인 과정에서 직접적인 방해 행위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산안법상 산재 은폐죄로 의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노동부는 쿠팡 측이 유가족에게 합의금을 주고 관리자와 면담하는 방식으로 산재요양 신청을 취하하게 하고 산업재해 조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2건에 대해선 범죄인지 후 수사를 개시했다.
또 노동부는 쿠팡 측이 산재 조사표를 제출하지 않거나 지연 제출한 25건을 적발해 1억7천여만원 과태료를 물릴 예정이다. 3일 이상 휴업이 필요한 부상·질병이 발생한 경우 산재 조사표를 1개월 내에 관할 노동관서에 제출해야 한다.
이 외에 노동부는 산안법 위반사항 178건을 적발했다.
산재로 이어질 수 있는 컨베이어 방호조치 미실시, 지게차 접촉 방지 조치 미실시 등 59건은 범죄 인지 후 수사할 계획이다.
야간노동자 등에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고 휴게시설 설치·관리를 부실하게 하는 등 119건에 대해서는 약 17억8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계열사별로 과태료는 쿠팡 3천여만원, 쿠팡CFS 12억9천여만원, 쿠팡CLS 6억3천여만원이다.
쿠팡 측의 불법파견 및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도 법 위반이 발견되지 않았다.
쿠팡CLS는 대리점 소속 배송기사(퀵플렉서)에게 실시간 업무 지시를 하는 등 불법파견 의혹을 받았다. 파견법상 원청과 하청업체 직원이 혼재돼 근무하거나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게 직접 지휘·명령을 내리는 건 불법이다.
이와 관련 노동부 관계자는 "쿠팡과 쿠팡CLS는 각자 소속 노동자에게 노선 배정과 업무 배치 등 지휘·명령을 하고 있다"며 "각사의 배송 상품이 명확히 나뉘어 있는 등 쿠팡이 쿠팡CLS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다고 보기 어려워 불법파견은 인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향후 불법파견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자 교육 등 예방조치 실시를 지도한다는 방침이다.
'직원 퇴출용'으로 썼다는 의혹을 받은 쿠팡의 저성과자 퇴출프로그램(PIP)은 운영 사실은 확인됐으나, 이를 통해 해고한 사례가 잡히지 않았다.
쿠팡은 업무성과 하위 10% 노동자 등에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한 뒤 수행이 불가능한 과제를 부여해 사실상 퇴출용으로 썼다는 의심을 샀다.
그러나 노동부는 실제 해고로 이어진 사례가 없어 해고 제한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PIP 주요 내용을 취업규칙에 적어놓지 않은 점에서 시정지시 및 과태료 70만원만 부과됐다.
아울러 '직원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과 관련, 쿠팡이 일부 퇴사자 명단(심사숙고 고려대상자 리스트)을 작성해 자사 재채용 시 참고자료로 활용한 사실은 확인됐다.
하지만 이 또한 타사의 취업을 방해하기 위해 외부 공유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법 위반이 없다고 판단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명단을 타사에 취업하는 걸 방해할 목적으로 활용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지만, 자사 채용에만 썼을 때는 근로기준법 의율을 못 한다는 다수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노동부는 쿠팡 외 다른 물류센터 등에서도 다수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확인된 만큼, 물류센터 전반에 대한 지도·감독을 지속할 방침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쿠팡은 이번 감독을 계기로 다수의 법 위반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존중하는 경영 방침을 확립해 국민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이날 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와 관련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필요한 사안들은 충실히 소명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만 노동부가 장덕준씨 사망 이후 김 의장이 부적절한 지시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해당 지시 내용은) 비위행위로 해고되고 소송에서 패소한 전직 임원의 일방적 주장이며, 관련 수사에서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부적절한 지시가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발표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 유가족께 다시 한번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ok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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