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 인상으로 정책 여력 확보…동결은 '호미질의 결실'"
"재정건전성 상당히 양호…지속가능성은 생각해야"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은 한 국가 경제의 신뢰도를 상징하며, 예측가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총재는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은 비정상적인 상황을 되돌리는 과정이며, 원화는 여전히 약세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한 금통위 결정과 관련해 "지난 8월 인상에서 '가래로 막아야 할 것을 호미로 막았다'고 표현했는데, 이번 동결은 '호미질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7, 8월 연속 금리 인상으로 환율이 안정됐고, 정책을 한국의 경제 상황에 맞게 운용할 수 있는 운신의 폭도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정책과 관련해서 "지속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예산 집행이) 지속적인 지출로 이어지면 되돌릴 수 없는 항목들이 많이 생기고, 나중에 다시 되돌리려 할 때 상당히 어려운 면이 많다"고 입장을 선명히 밝혔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약간의 소비 조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 총재와의 일문일답. 시
-- 만장일치 동결 결정이 최근 긴축적 메시지와 결이 다른 것 같다. 이번 동결이 다음 달 인상을 위한 속도 조절이라는 해석도 있다.
▲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해서 시장 상황에 쫓기지 않고 국내 경제 여건에 맞게 정책을 펼 수 있는 운신의 폭을 얻었다. 9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과 시장 상황 변동도 있었지만, 한국 금융시장은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선제적으로 정책을 함으로써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주택가격이나 금융취약성지수가 완화됐다고 평가한다. 그런 의미에서 8월 정책 결정은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았다'고 했는데, 이번 동결은 호미질의 결실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앞으로 경제 상황을 봤을 때 성장이나 물가 측면에서 상방 위험이 8월 회의 때보다는 좀 더 커진 측면이 있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8월 회의에서는 각각 3.3%, 2.9%로 말했는데, 현재 판단으로는 상당 폭 높을 것으로 본다. 이 부분은 11월 회의 때 수정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근원물가도 올해는 대체로 8월 전망과 부합하지만, 내년에는 8월 전망치였던 2.5%보다는 높을 것으로 본다.
만장일치에 관해선, 통화정책에는 여러 가지 소통 방식이 있고, 그에 따른 관행이 있는데 앞서 호미로 정책을 한 것도 관행과 벗어난 측면이 있었다. 소수의견을 내면서 소통하는 방식도 이제는 그렇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린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 평가에는 상당한 공감대가 있었다. 향후 성장세, 물가 오름세가 8월보다 강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가 오름세가 목표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
-- 앞으로 경제지표들이 경기 개선 방향을 나타낸다면 선제 대응을 통해 경제적인 비용을 줄이는 선택을 할 공산이 크다고 해석해도 되나.
▲ 이번 동결은 8월 호미질의 결실이라고 말했는데, 시장 상황이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환율도 하향 안정됐다. 수입 물가가 내려가면서 저소득층의 구매력 향상에도 효과가 있었다. 환율이 10% 내렸을 때 (최저 소득 구간인)1분위 가계의 구매력이 0.4% 이상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양극화 해소에도 환율의 향방이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본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금융안정은 천천히 움직이는 지표다. 특히 금융취약성 지수는 그 효과를 볼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서 선제적 대응을 통해서 기울기를 완화하는 점이 있다. 선제 대응, 호미질을 통해서 전반적으로 국내 경제에 맞게 정책을 펼 수 있는 운신의 폭을 넓혔고, 환율안정을 통해 수입물가를 제어해 가계부문의 구매력을 높이는 등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도움이 됐다. 이런 점에서 시간을 벌었다고 말할 수 있다.
-- 최근 원/달러 환율이 더 내릴 여지가 있다고 최근에 언급했다. 펀더멘털뿐 아니라 시장심리를 고려했을 때도 그렇게 보나.
▲ 환율은 예측 가능성이 아주 중요하다. 초여름 고환율은 예외적이고 상당히 비정상적인 면이 있었다. 이후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는 추세는 비정상을 되돌리는 과정이다. 교역 상대국의 가중치를 고려한 국제결제은행(BIS) 실효환율을 보는 게 중요한데, 8월 말 기준 89로 평균(101)보다 낮아 원화는 아직 약세다.
원화 강세는 수입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가계부문의 구매력을 키워서 한국의 양극화 상황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환율은 교역을 중개하는 가격변수지만, 그 이상으로 경제에 대한 신뢰를 상징한다. 통화가치의 안정을 추구하는 중앙은행에 환율은 상당히 중요한 변수다. 한은은 환율과 관련해 시장의 중심을 잡아주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 우리나라 국채 시장이 외국인 매수 등에 힘입어서 최근 상당히 안정됐는데, 채권시장이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라는 점에서 통화 긴축 효과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나.
▲ 채권 시장에서 세계적인 추세는 장기 금리 상승이고 어느 나라도 이걸 피할 수 없다. 재정이 튼튼한 나라도 장기금리가 많이 오르고 있지만, 상승 폭은 작은 편이다. 재정이 취약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그 외에도 장기적인 요소가 있다.
-- 구조적인 변화에 따른 중립금리 상승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 시장에서는 지금 투자 재원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를 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은 장기 회사채 시장에 뛰어들어서 장기 자금을 확보하면서 국고채 발행과 경쟁하는 구도가 생겼다. 미국에서 30년 국채금리가 연 5.4%를 넘기기도 했다. 투자가 확대되면 생산성이 향상돼서 장기성장률까지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성장률이 올라가면 균형금리는 따라 올라가게 돼 있다. 어떤 성장 모델을 봐도 성장률이 오르면 금리도 같이 오른다.
--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엇박자 논란이 계속되는데.
▲ 투자를 통해서 미래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면 투자를 위한 재정은 엇박자가 아닐 수 있다. 이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말한 거다. 단기적으로는 총수요에 가세해서 물가 압력을 어느 정도 높일 수는 있다.
지난주 한은 국정감사에서 내년 예산과 통화정책이 엇박자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예산안 내용을 보면 투자 관련한 내용이 많지만, 이전지출 형식의 항목도 상당히 있다. 이전지출은 재정 승수 측면에서 봤을 때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이전 지출은 재정승수가 0.2 정도라고 보는데, 이 모든 요소를 감안했을 때 내년 예산안이 GDP에 미치는 영향이 0.5%p,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0.06%p다. 재정승수가 낮은 항목들이 있어서 이런 수치가 나온다.
다만 재정승수가 낮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되고 지속가능성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일시적인 재원으로 지속적인 지출이 생긴다면 지속가능성에 관해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지속적인 지출로 이어진다면 되돌릴 수 없는 항목들이 생기는데, 나중에 그걸 되돌리려고 할 때는 상당히 어려워진다. 지출을 설계할 때 얼마나 되돌리기 쉬운지를 생각해야 한다. 아니면 지속가능성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은 당국에서 잘 볼 거라고 생각하고, 궁극적으로는 국회에서 심사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
-- 석유 최고가격제 정책 효과에 과한 의견이 궁금하다. 장기간 시행할 경우 부작용은 무엇인가.
▲ 국감에서 일시적으로는 유류가격을 조정해서 비용상승이 다른 항목으로 전이되는 비용전이 과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물가가 불안한 와중에도 소비자물가를 이 정도로 억제할 수 있었던 데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상당히 큰 몫을 했다고 판단하지만, 오래 지속되면 가격 구조에 왜곡이 생긴다. 소비를 억제해야 하는데 억제가 안 되고 장기적으로는 재정에도 문제가 생긴다. 재정정책이 오래 지속되면 상당히 되돌리기가 힘들다. 이 부분을 정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출구전략을 분명히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 최근 주가 하락이 내수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보나.
▲ 주가는 실물경제에도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소비심리나 소매지출 등을 봤을 때는 부의 효과도 배제할 수 없는 것 같다. 소비 항목 중 금융서비스 소비가 있는데, 주식 거래량에 따른 수수료 등을 측정하기 때문에 주식시장 활기가 수그러들면 통계적인 서비스 소비도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주가 조정으로 약간의 소비 조정이 일시적으로 있지 않은가 하는 판단이 있다.
-- 원화 국제화의 첫 번째 축으로 꼽은 게 24시간 거래인데, 이후에 실제로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의존도가 낮아졌나.
▲ 원화 국제화와 관련해서는 아직 초기 단계다. 24시간 거래를 7월에 시작했고, 한은 원화국제결제망도 시범 운영 중이라 실제로 효과를 충분히 보기에는 이른 시기다. 그런데도 24시간 거래 이후에 NDF 거래 대비 DF 거래는 조금 더 증가했다고 말할 수 있다. 원화 국제결제망의 경우 실제로 가동되고 해외 외국계 은행들이 원화 거래 은행으로 지정돼서 결제망에 연결되면 효과가 상당히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결제망이란 것은 통화 제도의 근간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에 대한 가장 핵심 인프라기 때문에 단순히 환율 자체 떠나서 원화의 위상, 신뢰가 공고해지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 물가상승률이 내년에도 2%대 중반을 상회한다면 긴축 사이클이나 최종 금리가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보다 더 길어지거나 높아질 수 있나.
▲ 8월에 근원물가 전망치를 2.5%로 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이 수치가) 낮다고 본다. 내년에는 목표인 2.0%보단 높을 것 같지만, 내후년에는 목표 수준에 다가갈 것으로 본다. 지금 장기금리가 세계적으로 많이 올랐지만,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상당히 양호하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국채금리가 올랐는데 한국은 내리기도 했다. 내년 근원물가가 8월 전망치보다 높아진다고 해서 국채금리에 시사하는 것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leed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