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비브 '인질광장'서 만난 유권자들, 아이젠코트에 환호하며 '정권교체'
서안 정착촌에선 네타냐후 지지 변함없어…"부정적 뉴스는 좌파 음해"
(텔아비브·예루살렘=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가자지구 전쟁 발발 3년. 여기에 이란과 그 대리세력인 헤즈볼라와의 끝없는 소모전 속에서 이스라엘은 오는 27일(현지시간) 차기 국정을 이끌 지도부를 뽑기 위한 선거를 치른다.
총선을 불과 이틀 앞둔 25일(현지시간) 기자는 과거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 가족들이 모였던 텔아비브의 인질 광장과 지난 총선 집권당인 리쿠드 지지도가 가장 높았던 요르단강 서안 마알레 아둠밈 정착촌에서 3년 넘게 전쟁과 함께 생활해온 이스라엘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차로 불과 1시간 30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두 공간은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진보·중도 진영과 완전한 안보를 부르짖는 보수·우파 진영의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마치 서로 반목하는 두 나라의 사람들을 따로 만난 것 같았다.

◇ "국민 연대해 무조건 정권 바꿔야…안전하다는 느낌 없어"
이날 오후 이스라엘의 관문인 벤구리온 공항 앞에서 만난 25세 대학생 노아 씨는 "이번 선거는 이스라엘의 지난 30~40년 역사 중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반네타냐후 진영이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 나라에서는 건국 이래 최악의 대학살(1천200여명이 희생된 하마스 기습작전)이 벌어졌지만, 여당의 반대로 국가 조사위원회도 구성되지 못했다. 차기 정부에서는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반드시 답을 얻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아 씨는 또 "지난 4년간 현 정권이 보여준 국정 운영 방식과 시민들을 대하는 태도는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졌다"면서 "이곳의 삶은 너무 힘들고, 물가는 끔찍하게 비싸며 안전하다는 느낌도 없다"고 덧붙였다.

공항을 빠져나와 이른바 '인질 광장'(Hostage Square)으로 불리는 텔아비브 미술관 앞 광장으로 향했다.
오랜 기간 억류된 인질들의 무사 귀환을 눈물로 호소하던 이 공간에서는 전날 선거를 앞두고 마지막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고, 네타냐후의 대항마로 급부상한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출신 가디 아이젠코트가 열렬한 환호 속에 대중과 만났다. 현장에서는 "누가 오고 있다고? 차기 총리"라는 구호가 잇따랐다.
선거 전 마지막 대규모 집회가 끝난 광장은 한산했지만, 하마스의 기습작전 시간인 2023년 10월7일 오전 6시29분에 멈춰 선 시계, 그리고 인질들이 갇혀 있던 가자지구의 하마스 터널을 형상화한 조형물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광장에서 만난 전기회사 애널리스트 이단(35)씨는 노바(Nova) 음악 축제에서 하마스에 납치됐던 친구들 때문에 가끔 인질 석방 촉구 집회에 참석했다면서 이젠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지난 선거에서 현 정부에 투표했다. 하지만 10월 7일의 그 끔찍한 혼란을 겪은 이후에는 정말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현 정부가 잘한 부분도 있고 못한 부분도 있지만, 이건 마치 망한 회사에서 최고경영자를 해고하듯 네타냐후를 해고하고 새로운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더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가 연대하는 것인데, 연대 없이는 또다시 똑같은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것"이라며 "무조건 정권을 바꾸고 모두가 연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비비만이 이스라엘 지킨다…부패·안보실패는 좌파의 조작극"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릴 무렵, 텔아비브에서 동쪽으로 1시간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예루살렘 외곽의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마알레 아둠밈.
4년 전 총선에서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 지지도가 가장 높았던 이곳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대부분 '비비'(네타냐후의 애칭)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지지를 표했다.
공무원 출신 유권자 엘리(66)는 "네타냐후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다. 정치적 역량부터 군사적 결단력까지 모든 면에서"라며 "좌파 단체들로 구성된 야권의 온갖 방해와 난관에도 동시에 무려 7개의 전선에서 전쟁을 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의 부패 혐의 재판이나 하마스의 기습작전 경고 묵살 등 논란에 대해선, 선거를 통해 네타냐후를 끌어내리지 못한 야당이 만들어낸 조작극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이번 총선이 네타냐후에게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면서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여권이) 과반을 얻지 못해 재선거로 가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군소 우파 정당들이 정리되면서 오히려 확실한 결판이 날 수도 있다.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건설업자인 엘리아후 슈리키(56)씨는 "나이 든 네타냐후를 대체할 사람이 있다면 그를 뽑겠지만, 현 시점에서 그처럼 책임감 있고 이스라엘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네타냐후는 풍부한 국정 경험을 가진 인물로 전 세계를 상대로 당당히 맞설 줄 알고, 이스라엘이 겪는 모든 위기와 도전 과제를 헤쳐 나갈 줄 아는 유일한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슈리키 씨는 또 "여러분이 언론을 통해 접하는 (네타냐후에 대한) 부정적 뉴스들은 전부 현 정부를 무너뜨리려 안달이 난 좌파 성향 언론들에서 흘러나온 것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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