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물대포로 군중 해산…시위 막바지에 충돌 격화
내무장관 "1천명 체포, 증가 예상"…시위대 "우린 계속 싸울 것"
국민연합 당대회 열린 오를레앙서 1만명 "마크롱 사임, 르펜 감옥행"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24일(현지시간) 프랑스 각지에서 공공부문 투자 부족과 높은 물가에 항의하는 학생·노동조합 시위가 벌어졌다.
토요일인 이날 시위는 당국이 폭력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시위 제한령을 내리고 경찰 7만명과 헬기, 장갑차 등을 투입한 가운데 열렸으나 여전히 수십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허가받은 노조 시위 외의 모든 시위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여러 지역 당국이 시위 전면·부분 금지령을 내렸지만, 이를 어기고 시위대가 몰린 지역이 여럿이었다.
내무부는 이날 시위 규모를 파리 11만명을 포함해 41만명으로 집계했다. 주최 측인 노동총연맹(CGT)은 파리 25만명 등 8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 17일 경찰 추산 55만명이 참여한 것보다는 줄었으며,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나 폭력 사태는 지난 시위보다 크게 완화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수도 파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산발적 충돌이 빚어졌다. 낮 시간대에는 비교적 평온하게 진행되다가 오후 늦게 격화하면서 곳곳에서 최루가스와 물대포가 등장했고 거리에서 자전거, 스쿠터에 불이 붙는 모습이 보였다고 AFP, 로이터, AP 통신 등이 전했다.
로랑 뉘녜즈 내무장관은 BFM TV에 이날 시위와 관련해 1천명 가까이 체포됐으며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뉘녜즈 장관은 이날도 "검은 복면을 쓴 극좌 세력이 폭력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시위 관련 135명을 체포하면서 많은 금지 물품을 압수했다. 압수품에는 금속 구슬과 납탄, 폭죽, 새총, 흉기, 비비탄총, 방독면, 절단용 공구, 곤봉 등이 포함됐다.
툴루즈에서 1명, 클레르몽페랑에서 다른 1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뉘녜즈 장관은 전했다. 그는 다만 부상 경위는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툴루즈 부상자는 손가락이 절단된 것으로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수도 파리에서는 당초 바스티유 광장에서 동쪽으로 노조 행진이 허용됐지만, 파리 경찰이 막판에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남동부 포르트 디탈리로 이동을 명령했다.
노조 측 뮈리엘 길베르는 취재진에게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시위대가 원하는 곳에서 시위하지 못하게 한다며 "수치스러운 짓"이라고 비판했다.
시위자들은 "우리가 타면, 당신도 함께 탄다", "지구가 타고 있고 우리의 미래도 함께 타고 있다", "우리는 지긋지긋하다" 등의 문구를 들고 행진했다.
노란 조끼 운동 측은 다음 토요일인 오는 31일 추가 시위를 예고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바스티유 광장에서 취재진에게 "우리는 시위할 자유, 우리 모두의 자유를 위해 시위하겠다"고 말했다.
극좌 성향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대선 주자 장뤼크 멜랑숑은 이날도 파리 시위에 참여해 "마크롱은 이 시위가 매주 반복되리란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큰 충돌 없이 행진이 끝나가고 군중이 해산하는 시점에 충돌이 벌어졌다. 뉘녜즈 장관은 행렬 뒤편에서 '폭도 500명'이 2시간가량 마찰을 빚었다고 말했다.
AFP 통신은 경찰이 젊은 시위자들을 향해 최루가스를 뿌리거나 곤봉을 휘두르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리옹에서는 시위가 전면 금지됐는데도 약 1만명이 모였다. 이들은 도시 곳곳에 무리를 지어 다니고 건물에 진입을 시도하는 등 시위를 강행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던져 군중 해산에 나섰다.
한 21세 학생은 AFP에 "경찰이 정말 기동성 있게 움직이고 있다"며 "시위대가 형성되기도 전에 해산시키려고 온다"고 말했다.
경찰 헬기가 상공을 돌며 순찰했고 장갑차와 진압 경찰 차량이 거리에 늘어섰다.
낭트에서도 고물가에 항의하고 공공서비스 보호와 재정적, 사회적 정의 실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경찰은 루아르강 다리를 건너 시위 금지 구역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며 저지했고, 일부 시위자들은 경찰을 향해 소형 물체를 쏘면서 맞섰다.
마르세유에선 경찰은 1만7천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집계했다. 그러나 주최 측인 CGT는 10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릴, 툴루즈, 클레르몽페랑, 그레노블, 니스 등지에서도 경찰이 시위 금지 지역이라며 해산을 요구했으나 시위대가 응하지 않자 최루 가스나 물대포를 사용했다.
경찰 추산 2만6천500명이 시위에 나선 툴루즈에서는 한 시위자가 최루 가스통을 발로 차버리는 모습이 보였다. 고등학생 엘라(17)는 "요즘에는 시위에 참여하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두렵다"며 "하지만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르도에서도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수천 명이 참여한 행진이 이어졌다.
오는 25일까지 이틀간 대선 유력주자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전당대회가 열리는 오를레앙에서는 반극우 집회가 열렸다.
시위대는 "마크롱 사임, 르펜 감옥행"이라며 르펜뿐 아니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반대 구호도 외쳤다. 이들이 든 현수막에는 "청년들은 국민연합에 '꺼지라'고 말한다", "파시스트보다 뜨겁다"고 적혔다.
경찰은 반극우 시위에 1만3천명이 참여했다고 집계했고, 주최 측은 2만6천명이라고 밝혔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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