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벨기에·이탈리아·알바니아서 시위
공공 부문·교육 여건 개선 등도 요구…당국 강경대응에도 불만 폭발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24일(현지시간)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알바니아 등 유럽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교육을 비롯한 공공부문 투자 부족과 에너지 가격 등 높은 물가, 높은 주거비용 및 주택 부족 등 열악한 현실에 항의하며 정부에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요구했다.
곳곳에서 시위가 격화하며 폭력 사태로 번지자 각국 정부가 강경 진압에 나섰으나 불만 여론을 잠재우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열악한 교육 현실에 항의하는 학생 시위가 고물가 항의 시위로 번진 프랑스에서는 이날 당국의 시위 제한에도 전국적으로 41만명(경찰 추산)이 거리로 나섰다.
당국이 폭력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시위 제한령을 내리고 경찰 7만명과 헬기, 장갑차 등을 투입한 가운데 열려 지난 17일 55만명보다는 적었지만, 여전히 많은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수도 파리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산발적 충돌도 벌어졌다.

카미유 셰스니에(27)는 공학 학사와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는데도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면서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고, 특권 없이 거리로 나앉은 사람들도 많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당국의 시위 제한령은 정부가 사람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억누르려만 한다는 불만을 키웠고, 시위대는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를 향해 분통을 터뜨렸다.
주최 측인 노동총연맹(CGT) 조끼를 입고 거리로 나선 간호사 수마야 아베(58)는 30여년간 노조 시위에 참여해 왔으나 도심이 아닌 외곽에서 행진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당국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주 일어난 일(폭력사태)을 시위대 입에 재갈을 물리는 데 이용하고 있다"며 "그런다고 운동을 멈출 순 없을 거다. 더 나은 학교를 요구하는 학생들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교육 여건 개선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지난주보다는 규모가 줄었으나 이날도 최루 가스와 분사기를 들고 대응한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자들이 달아나다가 거리에서 넘어졌고 한 명은 경찰관들에게 발길질을 당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일부 시위자들은 도로 표지판 등을 던지고 스쿠터나 자전거에 불을 질렀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연금 보장과 공공부문 개선을 촉구하고 높은 물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약 2만5천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스페인에서는 내달 총선을 앞두고 주택난 항의 시위가 한달간 이어지고 있으며 국가 연금 개편 관측이 제기돼 선거 쟁점으로 떠오르자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고령층을 포함한 시위대는 마드리드 아토차역에서 주요 쇼핑가인 그란비아까지 행진하며 "우리의 연금을 보호하고 보장하라", "오늘, 그리고 장래에도 제대로 연금을 줘야 한다"고 쓰인 팻말을 들었다. "빵, 지붕(주거권), 자유"라는 말로 먹고 살 권리와 자유를 요구하는 팻말도 있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도 사람들이 이날 도심을 행진하며 주택난 개선을 정부에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최근 정부가 연간 주택 임차료 인상률 상한선을 완화하고 월세 체납 세입자 퇴거 조치를 간소화한 정책을 발표한 데 항의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도 청년층이 대다수인 군중이 몰려 "국가의 거짓말에 반대한다" 등이 쓰인 팻말을 들고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현지 방송에선 에너지 규제 당국 건물에 한 무리가 찾아와 오물을 뿌리고 에너지 요금 고지서 모형을 불태우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주와 같은 폭력 사태에 대비해 밀라노 거리의 명품 매장 등 상점들은 유리창에 나무판을 대거나 조기에 영업을 종료했다.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교육 투자 확대, 등록금 인하, 교육계 부패 근절과 에디 라마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날도 이어갔다.
알바니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위의 리조트 개발에 맞서 불거진 거리 시위가 대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요구로 확산했다.
경찰은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일부 시위대가 정부 건물에 불을 지르고 경찰을 향해 발사체를 쏘는 등 충돌이 거세졌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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