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서 룰라 승리로 트럼프 '돈로주의' 제동…美 서반구 전략 차질
발칸의 지정학적 요충지 세르비아서도 트럼프에 적극 구애해온 부치치 실권
네타냐후 재집권 여부도 촉각…내주 美중간선거 패배시 트럼프에 이중 타격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브라질 대선과 세르비아 총선에서 잇따라 우군이 고배를 마시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 영향력에 타격이 있을지 주목된다.
27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이스라엘 총선도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우호적인 판세가 아니다. 미국도 다음 주 중간선거를 앞둔 터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안팎에서 시험대에 오르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장 뼈아픈 소식은 '남미 좌파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4선 성공이다.
눈엣가시로 여겼던 룰라 대통령이 우파 성향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꺾고 중남미의 '블루타이드'(우파 집권 물결)를 멈춰 세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중남미 대선에서 우파가 패배한 첫 사례다. 더구나 브라질은 중남미 최대 국가라 이번 대선 결과의 상징성이 크다.
서반구에서의 미국의 주도권을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돈로주의'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유럽의 간섭 배제를 골자로 1823년 당시 제임스 먼로 미 대통령이 천명한 '먼로 독트린'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 '도널드'를 합친 것이 돈로주의다.
당장 브라질을 시작으로 중남미가 '좌향좌'에 나설지는 알 수 없지만 룰라의 승리가 미국의 패권 행사에 반대하는 중남미 좌파 세력의 결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집안과 각별한 관계다.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의 부친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탄압받고 있다며 작년 7월 브라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룰라에 패한 후 쿠데타를 시도한 혐의로 징역 27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가택 연금 중이다.
내정 간섭 논란을 불사하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비호했는데도 룰라의 승리를 막지 못한 셈이라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트럼프식 대외 전략의 한계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세르비아 총선에서 14년간 장기집권한 알렉산다르 부치치가 학생운동이 주도한 반정부 세력의 도전에 실권한 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심사가 편치 않은 소식이다.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우파 정치인 부치치는 정치적 기반 유지를 위해 공통점이 적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구축에 공을 들였다. 트럼프 대통령 장남의 세르비아 방문을 성사시켰고 맏사위가 세르비아에서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해 특혜 의혹이 일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정학적 요충지인 발칸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부치치를 활용해왔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트럼프의 가족과 측근에 구애해온 발칸의 권위주의 지도자가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었다"면서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온 세르비아와 미국의 향후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칭 '비비'로 불러온 네타냐후 총리 역시 쉽지 않은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친(親)네타냐후 진영과 반(反)네타냐후 진영이 초박빙의 판세를 보이는 가운데 양쪽 모두 연정 구성에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미국의 중간선거 일주일 전에 치러지는 이스라엘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거센 정권심판론에 밀려 퇴진하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정책에 직격탄이 되는 것은 물론 이란전쟁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한층 기름을 붓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전쟁을 개시한 이후 네타냐후 총리의 확전 요구를 내치며 거리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는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 지지했다.

'우파 동맹'의 잇단 패배는 미국의 중간선거와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독주에 제동을 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달 3일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이 유력한 가운데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화당에서는 자칫 상하원 모두 민주당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간선거 패배의 위기감 속에 국제사회 우군 감소라는 안팎의 골칫거리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중간선거 패배가 현실화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을 뒷배로 삼던 각국 우파 진영 역시 세력 약화의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브라질에서 일어난 일이 스페인에서도 일어날 것이다. 전 세계 진보의 귀환이 시작됐다"며 룰라의 승리를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맞물린 우파 진영의 세력 확산에 맞서 진보 진영의 결집을 촉구한 셈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동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총선에서 패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지지하고 JD 밴스 부통령이 헝가리를 찾아 지원사격을 해줬으나 결국 패한 것이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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