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지원도 확대·식품 관세 감면…은행 세율 한시전 인상해 세수 확보
2030년 국방비 GDP 3% 목표…내년 성장률 전망치 1%로 0.6%p 대폭 하향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앤디 버넘 영국 정부가 28일(현지시간) 저소득 및 중산층 가정의 에너지 비용 지원에 26억파운드(약 4조6천500억원)를 투입하는 등 국민 생활고 경감에 초점을 맞춘 첫 예산안을 발표했다.
BBC 방송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존 힐리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추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중동 전쟁과 글로벌 무역 갈등 등을 언급하면서 "가정과 기업의 숨통을 트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이를 위해 2천만 가구에 가구당 100파운드를 직접 지원하고, 앞서 발표했던 유류세 동결을 최소 내년 7월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또한 47억파운드 규모의 정부 지원 대출을 통해 '첫 집 마련'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사회주택 및 저가형 주택 제공 프로그램에 추가 15억파운드(약 2조6천800억원)를 투입한다.
오이 피클, 마멀레이드 등 식품 100여 개 품목에 대한 수입 관세를 감면하기로 했다.
1만개 업체를 대상으로 에너지 요금의 25%를 깎아주는 새 프로그램도 내년 4월부터 시작하며, 지역 중심가 상점이 영업세를 납부하기 시작하는 기준선을 올려 잡아 면세 대상 상점 수를 늘릴 계획이다.
가정·기업에 대한 이 같은 지원을 위한 재원은 내년 1월부터 15개월간 한시적으로 은행 이익에 부과하는 추가 세율을 3%에서 6%로 두배로 높여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부동산 및 저축 소득세율을 2%포인트 높일 계획이다.
힐리 장관은 "글로벌 경제 충격 속에 우리 은행들이 영국 가정에 숨통을 틔울 자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은행에 대한 추가 세율 인상 폭은 앞서 시장에서 나온 예상보다는 작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 은행 JP모건은 은행에 대한 '선별적' 증세는 원칙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한 영국 은행 최고경영자(CEO)는 "오이피클 부가가치세를 낮추려고 성장엔진(금융업계)에 과세하는 건 로마 종말 수준의 어리석음"이라고 주장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내년 4월부터 법정 최저임금은 3.9% 높인다.
버넘 정부의 지방 분권 기조에 맞춰 2028년부터 각 지방 정부에 소득세 일부를 넘겨주는 방안도 제시됐다.
힐리 장관은 또한 각 정부 부처의 우선순위 재조정을 통해 영국의 장기 국방투자계획(DIP) 재정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로 국방비를 증액한다는 목표도 이날 예산안에서 확인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바로 "방위에 대한 강한 헌신"이라고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에서 재정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이날 영국 정부는 2030∼2031회계연도까지 추가 세수를 66억파운드 늘리고 추가 지출은 16억파운드로 비교적 낮추는 재정계획을 제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힐리 장관이 대대적인 정책 계획을 발표하기보다는 영국의 재정 안정성을 앞세우는 '로키'(low-key) 예산안을 내놓았다고 평가했다.
예산책임청(OBR)은 이날 영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지난 3월 춘계 예산안 때의 전망치 1.1%보다 상향 조정했고, 내년 전망치는 1.0%로 1.6%에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3.1%로 예상하고 내년 초 3.8%로 정점을 찍었다가 잉글랜드은행 목표치인 2%는 2028년에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2029∼2030회계연도 재정 여력은 150억 파운드로, 지난 3월 춘계 예산안의 236억 파운드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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