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연구팀 "다른 상대 있어도 서로 선택…성행동의 사회적 의미 연구 단서"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에티오피아에서 황소와 수컷 당나귀가 반복적으로 성적 행동을 하고 서로 핥거나 몸을 비비는 등 친화적 행동을 주고받으며 선택적인 사회적 유대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탈리아 피사대학 엘리사베타 팔라기 교수팀은 3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에티오피아 목초지에서 황소와 수컷 당나귀가 2주간 삽입 34차례를 포함해 51차례나 올라타기 행동을 하는 모습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두 동물은 다른 암수 개체들과 함께 지내고 다른 상대를 만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성적·사회적 상호작용을 서로에게 집중했다며 이는 동물의 성행동을 번식 기능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포함한 더 복잡한 행동 특성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동물의 동성 또는 이종 간 성적 행동은 일본원숭이와 사슴, 황소끼리 올라타기, 남극 물개와 펭귄 등 여러 종에서 관찰됐고, 이를 성적 강압, 상대를 잘못 알아본 행동, 이성 개체 접촉 기회 부족 등으로 설명하는 여러 가설이 제시돼 왔다.
연구팀은 에티오피아 데브레 리바노스 고원 목초지에서 다른 연구를 위한 현장 조사 중 황소 아킬레(Achille)가 수컷 당나귀 파트로클로(Patroclo)의 등에 올라타는데 당나귀가 피하거나 방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관찰을 시작했다.
그 결과 관찰 기간인 2026년 3월 6~19일 두 동물이 목초지에 함께 있었던 때에 올라타기 행동이 모두 51회 관찰됐으며, 이 가운데 34회는 삽입이 동반됐다. 황소와 당나귀는 서로 주인이 달라 목초지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때만 만날 수 있었다.
올라타기 행동이 반복되는 동안 당나귀는 아킬레를 피하거나 발로 차며 접근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킬레에게 엉덩이 쪽을 내보이거나 가볍게 깨무는 행동을 보였으며, 두 동물은 서로 핥고 몸을 비비는 행동도 반복했다.
논문 공동 제1 저자인 앙드레 다 크루스 연구원(박사과정)은 "중요한 점은 두 동물이 각각 같은 종의 암수 개체들과 함께 생활하며 다른 상대를 만날 수 있었는데도 서로에게 반복적으로 성적 행동과 친화적 행동을 보였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는 두 동물 사례가 단순히 다른 짝을 만날 기회가 부족해서 나타난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목초지에는 황소와 암소, 암수 당나귀가 함께 있었지만, 두 동물 모두 같은 종의 다른 개체에 올라타거나 올라타기를 시도하는 행동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관찰 결과가 동물의 성행동을 번식이라는 기능만으로 설명하지 않고, 사회적 관계를 포함한 더 복잡한 행동 특성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관찰만으로는 두 동물의 성적 행동과 사회적 유대 관계의 원인이나 기능을 알 수 없다며 사회적 체계가 서로 다른 여러 종을 비교하는 후속 연구를 통해 종간 동성 성행동의 잠재적 기능과 진화적 기원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팔라기 교수는 "향후 연구에서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이러한 상호작용의 바탕에 어떤 기제가 있으며, 어떤 기능을 하고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라며 "이 발견을 이런 폭넓은 질문을 제기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출처: Current Biology, Andre B. da Cruz et al., "A socio-sexual bond between a bull and a male donkey",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6)01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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