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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예심 빨라졌지만…금감원 문턱서 줄줄이 증권신고서 정정

입력 2026-11-05 10:39   수정 2026-11-05 10:41

상장 예심 빨라졌지만…금감원 문턱서 줄줄이 증권신고서 정정
유캐스트 공모가 낮추고 제논 기업가치 재산정
기술특례기업 실적 추정·기업가치 산정 근거 보완 요구



(서울=연합뉴스) 정회인 기자 = 올해 하반기 한국거래소의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기간이 크게 단축된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심사 과정에서는 기업가치 산정과 실적 추정에 대한 보완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중복상장 규제 강화 등으로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된 이후 거래소가 하반기 들어 상장예심 처리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기업가치 산정에 대한 검증 부담이 금감원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차원(3D) 세포배양 기반 정밀의료 기업 엠비디, 기업용 생성형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제논, 공간 데이터 AI 플랫폼 기업 다비오, 5G 특화망 전문 기업 유캐스트,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아델 등이 줄줄이 금감원으로부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았다.
다비오, 제논은 금감원으로부터 두 차례, 유캐스트는 한 차례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고 공모 일정을 한달 이상 뒤로 미뤘다.
제논은 지난달 26일 제출한 정정신고서에서 기업가치 산정에 적용한 조정 당기순이익을 기존 56억7천600만원에서 49억9천500만원으로 약 12% 낮췄다. 이에 따라 주당 평가가액은 1만3천996원에서 1만3천823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대신 비교기업에 일본 상장사 브레인스테크놀로지를 추가하면서 적용 주가수익비율(PER)은 36.49배에서 40.96배로 높아졌다.
PER이 높아지면 동일한 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한 기업가치가 커질 수 있어 일반 공모투자자에게는 공모가 고평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제논은 추정 이익을 낮춘 영향으로 주당 평가가액이 소폭 하락했고, 희망 공모가는 기존 9천700∼1만2천200원을 유지했다.
유캐스트는 지난달 21일 제출한 정정신고서에서 희망 공모가를 기존 2만1천∼2만6천원에서 1만9천∼2만3천원으로 낮추면서 기업가치도 1천237억∼1천531억원에서 1천119억∼1천354억원으로 줄였다.
유캐스트와 같은 기술특례상장기업은 미래 순이익의 전망치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데, 금감원의 정정 요구에서 실적 전망치가 높다고 판단된 것으로 보인다.
공모가 산정의 기초가 되는 2028년 추정 당기순이익의 현재가치는 당초 118억900만원에서 104억100만원으로 11.9% 낮춰 잡았다.
이에 따라 주당 평가가액도 3만5천522원에서 3만1천286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유캐스트는 국내 대표 벤처캐피털(VC) 스틱벤처스와 한국산업은행 등이 투자한 기업이다. 공모 후 지분율은 각각 1.96%, 7.38%로 예상된다.
다비오는 비교기업 선정 기준과 미래 매출 추정 방식에 대한 근거를 보완해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특히 비교기업의 사업 유사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구체화하고, 매출액과 영업비용 추정 근거, 영업비용 증가에 따른 위험 등을 추가로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일정도 당초 이달 2∼6일에서 23∼27일로 연기됐다.



엠비디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서도 2030년 매출액 651억원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한 데 대해 미래 매출 추정에 활용한 시장조사 자료를 추가하도록 했다. 엠비디의 지난해 매출액은 15억원이었다.
엠비디는 추정 손익계산서에 적용한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환율 등의 근거를 구체화한 배경 설명을 추가했다.
아델은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성공 확률과 기술이전 수익 추정 근거 등을 보완해 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특히 후보물질 'ADEL-Y03'의 임상 단계별 성공 확률과 개발 기간, 기술이전 수익 배분 방식 등에 관한 설명을 보강했다.
이처럼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잇따르는 배경에는 하반기 들어 단축된 거래소의 상장예심 처리 속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하반기 들어 코스닥 상장예심 기간은 눈에 띄게 짧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승인 기업 24곳의 평균 심사 기간은 78.5영업일에 육박했지만, 하반기 들어 승인된 39곳은 평균 63.8영업일로 14.7영업일 단축됐다.
태석광학의 경우 지난 9월 14일 예심을 청구한 뒤 17영업일 만인 10월 13일 승인을 받았다. LG전자 모터사업부에서 분사한 씨앤엠도 9월 8일 예심 청구 이후 19영업일 만인 10월 8일 심사를 통과했다.
통상 IPO 과정에서 거래소와 금감원은 서로 다른 심사 역할을 맡는다. 거래소는 기업의 상장 적격성을 심사하는 반면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의 기재 충실성과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적정성 등을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기업에 직접 정정신고서를 발부하거나 자진정정을 유도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공모주 투자 위험에 관한 정보가 투자자에게 충분히 공개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의 정정 요구가 곧 거래소의 상장예심 부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래 성장성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늘어나는 만큼 상장심사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실적 추정치와 기업가치 산정 근거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제도인 만큼 기업가치 산정에 활용되는 추정 실적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투자자 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상장 단계에서 긴밀히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ihell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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