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봉 들고 밤새던 자동차 동아리 출신이에요” 르노삼성차 신입사원 임은영

입력 2017-08-28 14:22   수정 2017-09-04 12:35




△ 사진 = 김기남 기자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남성 중심의 기업 문화’, ‘여자가 하기 어려운 일’, ‘보수적인 분위기’. 으레 ‘자동차 업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르노삼성자동차 신입사원 임은영(25) 씨 역시 취업 준비를 할 때만 해도 이 같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르노삼성자동차를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강력 추천하는 중이다. 

지난 1월 입사해 르노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임은영 사원. 서울과학기술대에서 기계자동차공학 자동차프로그램을 전공한 그는 차량 성능 최적화 및 여러 문제 상황에 대한 솔루션을 제안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차량의 성능을 최적화해야 하는 부분으로는 충돌 성능, 내구 성능, 진동, 소음 성능 등이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매번 실제로 시험하면서 테스트할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컴퓨터로 모델링을 하고 각각의 조건에 맞춰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 제가 맡고 있는 일이죠. 저는 다양한 성능 중에서도 충돌 성능 디지털 시뮬레이션 업무를 맡고 있어요.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통해 어느 부분을 보강해야할지, 최적의 성능을 내기 위한 솔루션은 무엇일지 등을 제안하죠.” 



△ 사진 = 김기남 기자

트럭 운전하 부모님 위해 ‘안전한 자동차’ 만들겠다 결심

 

임 씨가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게 된 것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부터였다. 아버지의 지인이 트럭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다리를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임 씨의 부모님 역시 오랫동안 트럭 운전을 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트럭이 우리 아버지를 잡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커졌고, 아버지가 늦게 들어오시는 날에는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마음을 졸이곤 했다. 그때부터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고 싶겠다는 목표를 갖고 자동차 공학으로 전공을 정했다.

대학 입학 후 임 씨는 자작 자동차 동아리에도 가입했다. 직접 차를 만들어보면 자동차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작 자동차 동아리 활동을 하며 용접이나 볼팅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동아리원들과 함께 만든 자작 자동차로 대회에도 출전했다. 

“2015년과 2016년 두 번 자작 자동차 대회에 출전했어요. 전기자동차가 성능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입상도 했죠. 사실 동아리 활동을 할 때 힘든 시간도 많았거든요. 특히 용접 작업이 힘들었죠. 용접을 할 만한 시설이 따로 없어 교내에서 진행했는데,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항상 새벽 4~5시에 했어요. 새벽에 용접을 하고 종일 수업을 들으면 정말 피곤했죠. 그래도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자동차에 필요한 부품이 무엇인지, 각각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등을 배울 수 있었어요.”

임 씨는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하반기, 르노삼성자동차 신입 연구원으로 합격했다. 혹자는 ‘자동차학이라는 전문성 있는 공부를 했으니 취업이 쉬웠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 취업 준비 중인 동기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학과에서도 ‘성공 케이스’로 손꼽히는 경우다. 

 

“동아리 활동이 취업에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자소서나 면접 등에서 동아리 활동과 관련한 소재로 관심사를 어필했거든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자동차의 부품이나 설계 등에 대해 파악을 하고 있던 점도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아요. 또한 자동차 학과나 동아리 활동 등 남자가 많은 환경에서 잘 적응하며 생활했다는 점을 강조해 자동차 업계에서도 부담 없이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했죠.”

 



△ 사진 = 김기남 기자

스터디로 표정·말투 교정, 토론 면접 전 지원자들 이름 외우고 입실 




르노삼성자동차 대졸 공채는 지원서 접수-서류전형-1차 실무면접-2차 임원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인성·적성 검사가 없기 때문에 임 씨는 서류 접수 후 곧바로 면접 준비를 시작했다. 1차 면접인 실무면접에서는 그룹 프레젠테이션 면접과 영어면접이 진행된다. 그룹 프레젠테이션 면접은 토론 주제에 대한 개인 발표와 조별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영어 면접은 쓰기와 말하기로 구성된다. 

“어릴 때부터 미국 만화영화 ‘심슨’을 좋아해 즐겨 봤거든요. 최신편의 경우에는 자막이 없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자막 없이 보는 연습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영어 공부가 되더라고요. 대학 3학년 때부터는 학원을 다니며 토익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요. 겨울방학 한 달간 하루 종일 학원에서 공부하고 스터디를 하면서 점수를 만들었죠. 스터디를 함께 하던 멤버들이 당시 취업을 준비하던 4학년 언니, 오빠들이라 굉장히 열심히 하는 분위기였어요. 덩달아 저도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면접 준비 역시 스터디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기계, 전자, 화학 등 각기 다른 전공자가 모여 전공과 관련된 예상 문제를 뽑아 공유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각자 본인이 전공한 부분 외 정보는 접하기 어려운데, 함께 스터디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분야의 이슈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스터디원끼리 토론 면접을 진행하며 말투나 표정 등을 교정한 것도 도움이 됐다. 임 씨는 토론 면접의 경험이 없어 말을 할 때 표정이 굳어지거나 상대에 대한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등 서투른 점이 많았다. 이런 부분을 스터디원이 지적해줘 면접 전에 상당 부분 고칠 수 있었다.

 

“토론 면접을 연습하다보니 상대에 대한 호칭이 애매하더라고요. 그래서 실제 면접에서는 다른 지원자의 이름을 외우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실제 토론 면접에 응시할 때는 함께 입실하는 조원들과 미리 이름을 외우고 들어갔어요.” 

임원 면접에서는 동종 업계에 먼저 취업한 선배에게 임원 면접 질문과 적절한 답변에 대해 정보를 얻었고, 예상 질문을 뽑아 답변하는 것을 연습했다. 친구들 앞에서도 면접 답변을 선보이며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예상 질문에 대한 연습을 반복한 덕분에 면접장에서 크게 당황하지 않고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고, 최종합격이라는 기쁜 소식도 듣게 되었다.   



△ 사진 = 김기남 기자




여성 멘토와 고민 상담, 저녁 있는 삶으로 근무 만족도 UP 




최근 여성 운전자가 늘어나면서 여성에게 적합한 자동차 개발이 업계의 또 다른 마케팅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때문에 여성의 입장에서 자동차를 설계하고 불편사항을 개선할 수 있는 여성 인력의 충원이 필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여성 인력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는 신규인력의 30%를 여성으로 채용한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임 씨가 근무하는 팀 역시 정원 30명 중 8명이 여성일 정도로 동종업계에 비해 여성 비율이 높은 편이다. 

“입사 후에는 여자 선배와 신입사원이 멘토, 멘티의 관계로 맺어져 회사 생활 및 고민거리에 대해 상의할 수 있는 시간을 지속적으로 갖죠. 또한 여직원들의 역량 올리기 교육 등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회사에서 여성 인재를 위해 신경을 쓴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기업 분위기도 남성적이고 압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 만족스러워요.”

또한 임 씨는 입사 후 교육과정에서 여성 임원의 강의를 들었던 것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당당하게 실력을 인정받고 커리어를 쌓아 신입사원에게 진신어린 조언을 건네는 여성 임원의 모습이 굉장히 멋있게 느껴졌다고. 임 씨는 ‘언젠가 신입사원에게 회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할 수 있는 여성 임원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자동차 산업은 딱딱하고 보수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르노삼성자동차는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어요. 여성들이 근무하기에 부담이 없죠. 퇴근 시간에 대한 압박도 적어 퇴근 후 저녁 생활을 계획할 수 있는 점도 좋아요. 남녀 차별 없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반이 될 거라 생각해요.”  

phn09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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