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하반기 취업 여부 불투명…中企 취업 기회 놓치는 아이들·참여기업 눈치 보는 교사들

입력 2018-09-03 23:17   수정 2018-09-1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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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잡앤조이 1618= 김인희 기자] 특성화고 학생들은 조기취업형태인 근로중심 현장실습 제도가 적용된 지난해까지는 3학년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반면 올해부터는 ‘학습중심 현장실습’이 도입돼 기업과 학교가 공동으로 개발한 학습 프로그램 참여 형태로 운영된다. 

기존 제도와 큰 차이는 바로 ‘취업 시기’ 및 ‘신분(근로자 또는 학생)’이다. 학생과 교사들이 이번 제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취업률이 낮아질 것이다”, “취업이 어려워졌다”, “취업준비에 혼란만 가중됐다” 고 지적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고교 현장실습 제도의 개선 전후에 대한 비교·분석과 함께 최근 하반기 취업 준비 상황을 취재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마지막 1년의 시간은 취업 기회를 잡기 위한 ‘골든타임’이다. 지난 2월 대구 소재 특성화고를 졸업한 조 모씨를 만나 고등학교 3학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물었다. 그는 “저는 3월부터 지원서를 넣기 시작해 필기시험과 면접 준비를 중심으로 취업에 몰두해 취업에 성공했다”며 “중소기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기업채용에 별다른 절차가 없다보니 공고가 뜬 당일 면접을 보러갈 정도로 항상 면접 준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는 취업이 가능한 시기가 달라져 1·2학년에 이어 3학년에도 현장실습을 중심으로 학습에 집중한다. 이에 따라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대학진학으로 진로를 바꾸는 학생, 취업을 하지 못해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이 생겨났다. 공업·상업·가사·실업계열 등 국내 특성화고의 취업담당 교사에게 하반기 취업 준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었다. 

하반기 취업 상황 악화…어수선한 취업반 ‘아르바이트’ 또는 ‘대학진학’ 고려

익명을 요구한 공업계열의 A교사에 따르면 해당 학교는 지난해 8월 기준 3학년 전교생 약 300명 가운데 1/3이 취업했다면 올해는 같은 기간 중소기업 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 취업맞춤반 학생 30명만 취업을 준비할 뿐이다. A 교사는 “학교와 기업이 새로운 제도의 원칙을 준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며 현장실습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인원 문제, 현장실습과 관련한 제반 비용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공고는 지난해 8월 기준 3학년 전교생의 50% 이상이 취업과 연계해 현장실습에 나갔으나 올해 같은 기간 단 1명도 취업하지 못했다. 수원공고의 이기문 취업부장은 “학교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중소기업 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도 새로운 제도 여파로 협약 기업이 줄어들면서 참여 학생 인원도 120명에서 84명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선일이비즈니스고의 김숙례 교사는 “올해 특성화고 취업률 하락이 우려되는 이유는 학생들을 받아주는 기업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취업률이 특성화고 평가지표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교사라면 학생들의 취업에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는데 학생들의 졸업 후 까지 진로 지도할 여력이 되지 않아 학생들의 진로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고졸 채용 시장 분위기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자 취업을 목표로 한 친구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강서공고의 이모군(3학년)은 “그동안 취업을 목표로 공부 했고 개인적으로 취업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실습 제도가 바뀌어 진로 계획을 바꿨다”며 “졸업 전에 취업하기 힘들다면 대학에 들어가 다른 전공을 공부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선일이비즈니스고의 문희빈(3학년) 양은 “미리 사회생활을 해보고 싶어 이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아르바이트는 해도 되고 취업은 빨리 할 수 없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원효빈(3학년) 양도 “저는 6~8월에 취업하는 것이 가장 적당한 시기라고 생각했는데 졸업 내에 입사할 수 없다면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의 채혜림 양은 “올해 새로운 제도 영향으로 중소기업 채용공고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며 “당장 일할 사람을 구하는 중소기업은 10월 또는 동계방학 이후 출근이 가능한 학생을 채용하려 들지 않고 있어 중소기업 채용을 준비한 학생들이 취업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중심vs학습중심… 빠르면 10월 초 실무과목 연계된 곳 취업해 무보수로 일 배운다



▲교육부·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계고 학습중심 현장실습 운영 안내자료’(2018.05) 

이번 제도는 기존 현장실습 제도와 비교했을 때 전면적으로 개선됐다. 학습중심 현장실습은 학기 중에 현장실습을 자유롭게 나갈 수 있지만 기존보다 취업시기가 늦춰졌다. 실습 기간은 기존 6개월 이내에서 최대 3개월로 짧아졌다.

기존과 크게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취업 시기’ 다. 기존에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 및 근로기준법에 근거해 현장실습 기간 내 근로계약서를 체결할 수 있어 졸업 전 여름방학부터 본격적으로 취업하는 학생이 다반사였다. 

반면 새로운 제도에서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취업시기가 빠르면 수업일수 2/3을 채운 시점인 10월 초다. 이는 교육부로부터 인증 받은 선도기업에 한해서다. 선도기업이 아닌 참여(일반)기업에 취업하는 경우는 동계방학 이후에 취업이 가능하다.  

또한 참여자의 ‘신분’이 달라진다. 학습중심 현장실습이 이뤄지는 기간 동안에는 철저히 학생 신분이 유지된다. 이전에는 현장실습 기간 동안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제는 현장에서 학습하는 학생으로서 기업 또는 학교에서 현장실습지원비(최소 20만원, 기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를 지급받게 된다. 

또한 기존 근로중심 현장실습에서는 기업을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학생의 실무과목과 연계되는 기업에서만 실습할 수 있다. 학생이 현장실습을 나가는 방법은 ‘참여(일반)기업’, ‘선도기업’ 등 두 트랙으로 구분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직무분야 적합성 및 교육여건(단순 반복 직무 제외) ▲안전·보건 관리 현황(산업재해보험 가입 여부,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 여부 등) ▲직무분야 적합성 및 교육 여건(학생 지도·관리 계획 수립 여부) ▲안전·보건 관리 현황 ▲기업 규모 및 CEO 의지(기업규모 및 상시근로자 수 10인 이상, 복리 후생 여건 등) 등 선정기준에 따라 현장실습 참여(선도)기업을 선정한다. 

여기서 평가점수 80점 이상을 받은 기업은 정부·지자체 및 공기업에 준하는 우수기업은 ‘선도기업’으로 인정된다. 또한 기존 특성화고에서 운영되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별도 심사 없이 선도기업 명단에 오른다.








선도기업 선정과정에 난항… 회사에 허락받고 자료 준비는 교사의 몫 

취업담당 교사들은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느라 바빴고 선도기업 선정 과정에서 혼란을 겪었다.영등포공고의 임정모 교사는 “선도기업 선정과정에서 중소기업 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 취업맞춤반 협약기업도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처럼 별다른 평가 없이 선도기업으로 바로 승인돼야 한다”며 “취업맞춤반 참여 기업은 중소기업진흥공단 차원에서 중소기업 인증 심사를 받았고 기업 수가 많아 현장실사가 과연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선일이비즈니스고의 김숙례 교사는 선도기업 선정 절차와 관련해 “학교마다 현장실습위원회를 통해 선도기업 기준을 정하기 때문에 선정 자체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기업체로부터 받아야 할 서류처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체는 이 선정 절차를 번거롭게 생각하고 있어 학교 측이 눈치 보는 상황”고 설명했다. 

상서고 장현주 교사는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이 전년도보다 더 많아졌는데 상반기 채용 공고가 크게 줄었고 일학습병행제 참여 기업에서도 면접을 서두르지 않는 상황”이라며 “본교에서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와 중소기업 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 산학맞춤반 과정을 통해 취업을 대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상업계열 B교사는 “2학기부터 곧바로 취업에 나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선도기업에 한 해 취업 인원이 제한되면서 대학진학 분위기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학교와 협력관계를 맺어온 중소기업에서 구인의뢰가 들어왔지만 참여기업으로 인증 받지 못해 학생들을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계열의 C교사는 “올해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는 데 정신없어 우선 선도기업에 선정될 확률이 높은 대기업·공기업 위주로 참여 기업 신청서를 냈다”며 “아직 선도기업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교육청에서는 해당 기업에서 현장실습을 진행할 준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취업지도 담당교사 및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참여 및 선도기업으로 선정되기까지 서면심사 및 현장실사 등 최소 2주에서 최대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kih0837@hankyung.com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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