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롬' 때문에 알바도 못 하나요?” 장기간 합숙하는 '바롬인성교육'으로 생계형 알바 잃는 서울여대생들

입력 2019-11-06 17:21   수정 2019-11-12 10:00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슬기 대학생 기자]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졸업을 위한 필수과목인 바롬인성교육으로 인해 대학생 A(21) 씨는 어렵게 구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었다. 3주간 진행되는 합숙 프로그램으로 근무가 불가능한 것이 이유였다. 또 매학기 바롬인성교육관의 수질 문제가 제기되면서 학생들이 편히 씻을 수도 없는 공간이 됐다.



△바롬인성교육관 사진. (사진=이슬기 대학생 기자)

서울여대의 바롬인성교육은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두고 지(智)·덕(德)·술(術)을 갖춘 여성 지도자 양성’이라는 건학 이념 아래 마련된 공동체 생활교육 과정이다. 바롬은 3개의 교육 과정으로 구성돼 있고, 바롬1·2는 각각 3주, 2주간 수강해야 하는 합숙형 인성교육이다. 바롬3은 바롬1·2를 수강한 후 들을 수 있는 프로젝트형 인성교육이다. 한 학기동안 진행되며 바롬1·2와 달리 바롬3은 상대평가다. 서울여대생들은 바롬1~3을 모두 수강해야 졸업할 수 있다.

합숙형 교육 진행 방식·수질 문제 등 학생들 비판 이어져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롬인성교육의 장시간 합숙형 교육 진행 방식과 교육관 수질 문제 등이다. 이에 2017년부터 학생들의 바롬 폐지 시위와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또 지난해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여대에 일반적 행동자유권 침해를 이유로 합숙 방식 폐지 또는 선택 과목 전환을 권고하기도 했다.

1. 강제적인 합숙 방식을 폐지하거나

2. 합숙 방식을 유지하더라도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으로 전환할 것

3.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운영하더라도 합숙 여부에 관한 학생들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할 것

4. 성인인 대학생들의 일상생활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인성교육 내부지침을 점검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한을 완화할 것

하지만 서울여대는 개교 때부터 이어져 온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반박했다. 또 합숙 방식과 교양필수과목 형식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개선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바롬을 바꾸는 탈출구-엑시트 대자보. (사진=이슬기 대학생 기자)

바롬인성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서울여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프로젝트 팀 바롬을 바꾸는 탈출구-엑시트’ 측은 “바롬에 대한 불만은 늘 나오지만, 이러한 불만 사항이 잘 전달되지 않고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 분노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팀은 교내 서명운동을 진행해 총 1973명(2018명 기준 등록 인원 약 7000명)의 서명과 요구안을 10월 8일 오후 3시 바롬인성교육원에 전달했다. 본래 담당 교무처에 전달하려 했으나 학교 측의 요구로 바롬인성교육원으로 변경됐다.

교무처 담당자는 바롬인성운동 개선 서명운동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냐는 질문에 “서명운동이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아직 전달받은 바가 없어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 전달받은 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교무처 대신 서명을 전달받은 바롬인성교육원의 교학실 담당자는 “실장님이 휴가를 간 상태라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라며 논의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바롬인성교육관에서 2주간 사용한 샤워필터 및 수도꼭지 (사진 제공=서울여대 재학생 B씨)

서울여대생들 선택권 보장해달라” VS 학교 측 문제없다

서울여대 재학생 B(21)씨는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에 2주 동안 바롬인성교육관에서 사용한 필터 사진을 공개했다. “피부가 뒤집어지는 이유가 있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노랗게 물든 샤워필터와 알 수 없는 이물질이 묻어 있는 기존 수도꼭지 사진을 게시판에 올렸다. 바롬인성교육원은 수질 문제에 대해 “문제 없다”로 일관해 왔으나, 2019년 1학기 바롬1 과정을 수강한 B씨는 “첫날 샤워 후 피부가 빨개져 근처 목욕탕에서 샤워를 하곤 했다”고 말했다.

바롬1·2·3 과정을 모두 수강한 C(24)씨는 바롬2의 소집단 수업 중 사회적 약자 상황극 프로그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바롬인성교육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사회의 다양한 문화 인식하기를 목표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는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역량을 개발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시민의식을 배우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C씨는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것을 한 번도 부끄럽게 생각한 적 없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온갖 동정을 받는 걸 보며 되려 ‘안 부끄럽게 생각한 내가 바보인가’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여대 학생들은 합숙이 진행되는 바롬1·2를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으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바롬1·합숙 방식에 대한 선택권 보장과 바롬3를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가 되길 바라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에 학교 측이 얼마나 응답할지, 어떤 해결책이 돌아올지 올해도 수많은 학우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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