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어학강의, 절대평가로 전환될까···지속적 불만 제기해 온 학생들 반발 예상돼

입력 2020-05-04 14:51   수정 2020-05-06 10:45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최준형 대학생 기자] 현재 한국외대는 모든 강의에 상대평가를 적용한다. 3월 17일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SNS를 통해 ‘학교 측이 회의를 통해 빠르면 오는 2학기부터 일부 어학강의를 절대평가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학교 측은 현재 구체적인 시행 시기나 내용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학강의 절대평가 시행은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온 사안이라 결과에 따라 학생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외대의 특수성 고려 않는 상대평가…지속적인 개선 요구

일명 ‘학점 인플레이션(이하 학점 인플레)’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00년대다. 학점 인플레란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학점을 후하게 주는 현상으로, 이로 인해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때 학점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교육부는 2014년까지 대학평가 항목에 ‘성적 분포의 적절성’ 항목을 추가했다. 이후 대다수 대학이 ABC 학점 비율을 일정하게 나누는 ‘상대평가’ 방식을 채택했다. 한국외대는 학점 인플레로 인해 대학구조평가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을 것과 정원 감축을 우려해 2014년부터 모든 과목에 대해 상대평가를 적용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본관 사진.(사진 출처=Google)



당시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원어 강의가 다수 존재하고 소수의 학생이 수강하는 강의가 상당수 존재하는 여러 가지 외대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본관 점거 시위를 벌이고 정기총회를 통해 개선 요구를 해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 어학강의 절대평가에 대해 처음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온 것이다.

교수들도 ‘상대평가의 문제점’ 인식

2007년 고대신문에서 고려대 교수 17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0%가 절대평가가 ‘학습정도를 평가하는 가장 적절한 평가방법’이라고 답했다. ‘열심히 공부하고도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에 해당 학교 교수의 60.7%가 동의했다.

학생들이 상대평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도 열심히 공부하고도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외대에서 어학강의를 수강하면 입학 전에 고등학교나 사교육을 통해, 혹은 해외 체류를 통해 이미 해당 언어를 배운 학생들이 많다. 또 대부분의 어학 강의는 수강 인원이 20명 이하인 경우가 많다. 즉 한 강의에서 20명 중 6~7명만이 A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외국어를 입학 후 처음 배우는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해도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다.



(사진 제공 = freepik).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이 안 나와요”

2학년 때부터 스페인어를 복수 전공한 김도은(한국외대 경영학과 3)씨는 처음 스페인어 수업을 받았을 때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초급 회화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스페인어가 능숙한 학생들이 많았던 것. 수업 진도 역시 우수한 학생들에 맞춰져 빠르게 진행됐다. 스페인어를 처음 배우는 김 씨가 상대평가로 좋은 성적을 받기란 어려웠다. 김 씨는 “물론 상대평가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언어를 이미 배워 온 학생들만큼 잘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끔은 열심히 해도 좋은 성적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의욕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어학강의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 김 씨는 긍정적이었다. “어학강의가 절대평가로 전환된다면 다른 학생이 아무리 잘해도 함께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르지 않나. 수강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어학강의 위주라는 외대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절대평가에 일부 회의적인 목소리도

하지만 절대평가 전환에 일부 다른 의견도 존재했다. 외대에서 중국어 관련 학과를 복수 전공하는 A 씨는, 어린 시절 중국 체류 경험 덕분에 상대적으로 중국어 과목에서 높은 학점을 받기 쉬웠다. 그는 상대평가로 인한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언어 실력도 스스로 노력한 결과이고, 이를 통해 학점을 잘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절대평가 시행으로 만약 모두가 높은 성적을 가져가면, 반대로 미리 열심히 한 사람들의 노력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절대평가에서도 모든 학생에게 A 학점을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변별력을 위해 시험이 어려워진다면 결국 상대평가와 크게 다를 것 없다”며 절대평가 시행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학교육연구소 박거용 소장 “교수들 각자가 성적평가윤리 가져야”

박거용 대학교육연구소장은 학점 인플레 현상에 따른 상대평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학생 개개인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절대평가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성적평가 방식을 법으로 제도화하고 각 대학에 강제할 수 없는 한, 학점 인플레 현상은 어느 정도 어쩔 수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교수들 각자가 연구윤리처럼, 성적 평가에서도 주관을 배제하는 ‘성적평가윤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4 (사진 제공 = 대교연 홈페이지)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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