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공부방 ‘줌 도서관’으로 성적 올린다?···대학생 56% “혼공보다 집중력 높다”

입력 2021-01-25 17:23   수정 2021-01-26 13:36




△대학생들이 비대면 공부방 '줌 도서관'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서채운 대학생 기자] “코로나19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줌 도서관을 활용해 공부할 거예요”(김수정 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부 3)

“줌 도서관의 이용 후기를 보니 대부분 긍정적이었어요. 시험기간이 아닌데도 줌 도서관이 계속 열리는 것을 보면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 같아요.“(안나현 숙명여대 경제학부 4)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 줌 도서관이 인기다. 줌 도서관은 비대면 화상 플랫폼 ‘줌(zoom)’을 활용해 대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노출하며 타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비대면 공부방이다. ‘줌 도서관’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도서관, 카페를 이용하지 못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새롭게 생긴 문화다. 실제 도서관처럼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줌 도서관’은 코로나19로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상황에 대학생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2.5단계 시설 특성별 방역수칙(사진 출처=12월 11일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줌 도서관은 함께 할 사람을 모집해 운영되는 캠 스터디(카메라와 스터디의 합성어)와 달리 별도의 모집 절차가 없다. 링크를 통해 입장하면 함께 공부할 수 있다. 줌 도서관에서 카메라를 켜고 끄는 것은 자유지만, 타인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마이크는 필수적으로 꺼야 한다. 실제 도서관에서처럼 출입시간과 공부 시간이 자유롭다는 특징도 있다.

또 다른 비대면 공부방인 유튜브 콘텐츠 ‘스터디 윗 미(Study with me)’는 말 그대로 ‘나와 함께 공부하자’는 뜻으로, 채널 운영자가 자신의 공부하는 모습을 촬영해 업로드한다. 스터디 윗 미를 보며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은 댓글 등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 반면 스터디 윗 미는 운영자의 공부하는 모습만 볼 수 있고 함께 참여하는 이들의 모습은 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오다은(숭실대 정치외교학과 2)씨는 “(유튜브의) 스터디 윗 미보다 줌 도서관이 더 자극이 많이 되었다”라며 그 이유를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 심리와 남들보다 더 오래 남아있고 싶다는 승부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의주(25)씨는 “유튜브는 다른 콘텐츠도 보고 싶은 갈등이 생기고, 댓글도 보게 된다. 나와의 싸움인데 항상 지는 기분이다. 줌 도서관의 경우에는 잘 모르는 타인들과 경쟁심이 생겨 다시 공부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공부 위해선 타인 있어도 괜찮아···줌 도서관 ‘모르는 사람’ 65%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줌 도서관을 어떻게 생각할까. 대학생 119명을 대상으로 줌 도서관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7.1%가 ‘줌 도서관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줌 도서관에 처음 참여한 시기는 ‘2학기 기말고사 기간’이 가장 많았고(47%), ‘2학기 중간고사 기간’(22%), ‘1학기 기말고사’(8.8%), ‘1학기 중간고사’(4.4%) 순이었다. 참여한 기간은 약 1주일과 약 2주일이 각각 29.4%로 가장 많아, 시험 기간에 학생들이 줌 도서관을 집중적으로 이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줌 도서관 설문조사 결과.

줌 도서관을 일주일 동안 평균적으로 얼마나 자주 이용했는지를 물은 결과 ‘일주일 중 5일’과 ‘일주일 중 3일’이 각각 20.5%로 가장 많았다. 하루 동안 줌 도서관을 이용한 시간은 ‘1~3시간’, ‘4~6시간’이 각각 39.7%를, ‘7~9시간’이 19.1%를 기록했다. ‘10~12시간’ 이용했다는 응답은 단 1건이었다.

줌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한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 64.7%로 ‘친구, 동기 등 아는 사람’(35.2%)의 약 2배였다. 줌 도서관에 참여한 경로는 ‘학교 커뮤니티의 게시물에 첨부된 링크를 통해’가 63.2%였으며, ‘친구에게 공유 받음’이 24.9%, ‘스터디 모집에 참여’(2.9%)가 그 뒤를 이었다. 그 외의 방법으로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검색’, ‘학과 단체 채팅방의 공지사항을 통해’ 등이 있었다.

줌 도서관에 참여한 이유를 자유롭게 기재해 달라고 했을 때 다수의 학생들이 ‘집중을 하기 위해’(64.7%)와 ‘동기부여와 공부 자극을 위해’(26.5%)라고 답했다. 또한 설문에 응답한 학생들 중 91%가 줌 도서관을 이용했을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집중이 잘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왼쪽부터) 대학생 서채운, 김수정 씨의 공부 시간 기록.




줌 도서관에 참여하기 이전과 비교해 얼마나 더 집중이 되었는지 0점(이전과 차이가 없음)에서 10점(매우 집중이 잘 되었음) 사이로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서는 33.8%가 8점을, 22%가 7점으로 나왔다. 설문에 참여한 김수정 씨는 “자취를 하다 본가로 내려온 후에는 공부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는데, 줌 도서관을 이용하며 공부하는 습관을 잡을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숙대, 숭실대 등 학생회서 줌 도서관 운영

몇몇 대학에서는 시험 기간에 줌 도서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숙명여대 문과대학 학생회 ‘물결’은 2020년 2학기 중간고사 기간인 10월 20~21일, 숭실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SSUM:More(이하 썸머)’는 2020년 2학기 기말고사 기간인 12월 7~11일에 운영했다. ‘물결’의 줌 도서관은 45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물결’의 줌 도서관 홍보자료(사진 제공=‘물결’)



숙명여대의 줌 도서관은 실제 도서관처럼 다른 이의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카메라는 필수적으로 켜야 했다. 자신의 얼굴이나 방을 노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들을 고려해 카메라가 비추는 각도는 자유롭게 하는 반면 카메라를 끄고 입장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썸머’는 카메라의 사용을 학생들의 자율에 맡겼으며 매일 한 시간 이상 참여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해 상품을 증정했다.

줌 도서관을 계획한 이유에 대해 당시 ‘물결’의 집행국장 김지우 씨는 “비대면 학기를 보내며 도서관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학우가 많았다. 나 또한 혼자 공부를 하려니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수업 시간에 사용했던 줌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의 학우들과 함께 도서관에 있는 느낌으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계획했다”고 말했다. ‘썸머’ 학생회장 조항빈 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교내 강의실과 세미나실을 학우들에게 대여해 학업에 집중할 수 있게 했는데, 코로나19 이후 교내 시설이 통제되고 강의와 평가가 대부분 비대면으로 진행돼 해당 사업이 불가능해졌다. 이 고충을 해결하고 안전하게 함께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물결’과 ‘썸머’의 줌 도서관 모두 ‘다른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고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썸머'의 줌 도서관에 참여했던 이채민(숭실대 평생교육학과 3)씨는 “다른 사람들이 집중해서 공부하는 모습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나 자신을 반성하고, 열심히 공부해야하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화면을 켜고 있지 않더라도 같은 시간대에 많은 사람들이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김지우 씨 역시 “(줌 도서관에서) 학우들을 보면서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다. ‘물결’은 한 기기로 호스트 계정을 운영하다 보니 발열 현상이 나타났고, ‘썸머’는 대부분의 학우들이 화면을 끄고 참여해 분위기가 어색했다는 점을 꼽았다. 



△‘썸머’의 줌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모습(사진 제공=이채민 씨)

방학 중에도 줌 도서관은 계속 이어져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이 되었지만, 줌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은 여전하다. 숙명여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12월 20일 줌 도서관 게시판이 개설됐다. 이 게시판의 개설자인 김민지 씨(가명·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는 개설 이유에 대해 “토익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 공부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방학 동안에도 줌 도서관을 이용해 학우들과 공부하면 좋을 것 같았다. 줌 도서관을 더 많은 사람이 알고 함께 참여했으면 해서 줌 도서관 게시판을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썸머’ 역시 줌 도서관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썸머’ 관계자는 “38대 학생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 매 시험 기간마다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음에 운영할 때는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노래를 틀어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식”과 같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우 씨는 “학생회 임기는 끝났지만, 개인적으로 개설할 계획이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희망과 달리 2021년도 코로나의 그림자에 벗어나기 힘들다는 전망이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코로나 시국이 지속되면서 비대면, 온라인으로 하는 활동들이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만약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이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거나, 집중이 어렵다면 줌으로 도서관 분위기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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