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잘차흐 강변 따라 흐르는 선율…눈과 귀 온통 모차르트에 홀리다

입력 2013-01-20 16:56   수정 2013-01-20 21:52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배경
모차르트 생가부터 즐겨찾던 카페까지…옛 시가지 전체가 예술과 역사 박물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수많은 수식어로 기억되는 곳이다. 여행자들은 문화와 예술의 도시 잘츠부르크를 ‘가장 아름다운 도시’ ‘가장 낭만적인 도시’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수식어 가운데 ‘유럽의 심장’이라는 말처럼 잘츠부르크를 잘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차르트의 고향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잘츠부르크는 여행자의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 도시 어느 곳을 다녀도 모차르트의 작은 편린 하나는 발견할 수 있는 곳이 잘츠부르크다. 이곳은 또한 소리의 도시다. 오래된 건물 사이로 은은하게 아리아가 울려퍼지고,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지답게 이명처럼 선율이 거리 곳곳에 메아리치는 것 같다.

◆모차르트에게 빚진 도시 잘츠부르크

수도 빈에서 서쪽으로 320㎞ 떨어진 잘츠부르크는 고즈넉하고 수려하다. 빈에서 잘츠부르크로 가는 기차 안에서 거리를 보면 파란 잔디와 그림 같은 집들이 어우러진 목가적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잘츠부르크는 소금(salz)의 성(burg)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근처 암연광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잘츠부르크 어디를 돌아봐도 광산지대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오히려 넉넉한 예술의 향기가 거리 곳곳에 풍겨난다. 불멸의 예술가로 추앙받는 모차르트의 자취가 도시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도시 전체가 마치 거대한 모차르트박물관처럼 모차르트에게 빚지지 않은 곳이 없다. 모차르트 광장과 동상 외에도 박물관이 별도로 세워져 있다. 심지어 초콜릿이나 화장품에도 그의 얼굴이 새겨졌다. 모차르트의 자취를 쫓고 싶다면, 그 시작점은 모차르트 생가다. 게트라이데 거리에서 유일하게 노란색 건물인 모차르트 생가에는 모차르트가 쓰던 바이올린, 피아노, 필사본 악본 등이 전시돼 있다. 이 집에서 모차르트는 1756년에 태어났다.

호헨 잘츠부르크 성 바로 아래에 있는 중세풍의 우아한 공연장 ‘슈티프크 켈러’에서는 모차르트 음악을 상시로 들을 수 있다. 모차르트를 음악적인 영성의 길로 이끌어 준 곳은 ‘토마젤리’ 카페. 1703년에 문을 연 ‘토마젤리’는 모차르트가 어릴 적 아버지 손에 이끌려 찾던 카페다. 지금은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인 동시에 외지인들의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잡았다. 현대의 걸출한 지휘자였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도 생전에 이곳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이곳의 멜랑제(우유 거품과 초콜릿 가루를 첨가한 커피·3.3유로)는 맛있기로 소문났다. 모차르트를 기념해 1922년부터 시작된 ‘잘츠부르크 음악제’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로 꼽힌다. 매년 7월과 8월 사이에 한 달 동안 개최되는 이 축제는 세계 정상급의 오페라 가수들이 평생에 한 번만이라도 참여하고 싶어 할 정도로 권위 있는 음악 축제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도 잘츠부르크의 명성을 이어가는 데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원래 뮤지컬로 만들어졌던 ‘사운드 오브 뮤직’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무려 1400회가 넘도록 연속 공연을 했고, 1965년 영화로 제작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백미인 ‘도레미송’이 불려졌던 곳은 미라벨 정원이다. 가정교사였던 마리아 수녀(줄리 앤드루스)가 아이들과 함께 고풍스런 정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는 사랑스러운 모습은 영화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다. 바로크풍의 미라벨 정원은 봄이면 흐드러지게 꽃이 피어 주변까지 화사하게 만든다. 미라벨 정원의 ‘대리석의 방’에서는 실제로 모차르트가 연주를 했다고 한다.

‘스턴 브로이’에서는 식사하며 사운드 오브 뮤직 쇼를 볼 수 있다. 국립극장 옆에 있는 세계적인 인형극 전문극장 ‘마리오네트’에서는 오는 5월부터 ‘사운드 오브 뮤직’을 인형극으로 공연한다. 미라벨 광장에서 매일 오전 9시부터 출발하는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를 이용하면 영화의 무대로 등장했던 장소를 편하게 돌아볼 수 있다.

◆역사 숨결 들리는 호헨 잘츠부르크 성

중세에 잘츠부르크는 대주교가 다스리던 독립국가였다. 지하자원이 풍부해 주변 여러 왕국이 서로 차지하려고 다툼이 많았고, 결국 대주교에게 통치를 맡겼다. 독립국가였던 만큼 모차르트가 합스부르크 왕가의 부름을 받아 빈으로 갈 때도 비자를 발급받았다고 한다. 이곳의 성당과 궁궐도 대부분 대주교가 세웠다.

잘츠부르크 시내 관광은 잘츠부르크 돔(대성당)과 그 뒤 언덕 위에 자리잡은 호헨 잘츠부르크 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포근하고 온화한 도시 이미지와는 달리 대성당 내부는 사람을 압도할 정도로 웅장하고 장엄한 분위기다.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6000개의 파이프가 들어 있는 파이프 오르간도 장관이다. 레지덴츠 광장, 모차르트 광장, 축제극장 등 명소가 대부분 이 근처에 몰려 있다.

호헨 잘츠부르크 성으로 발길을 돌리면 성 페터 묘지를 지난다. 묘지가 을씨년스럽고 적막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죽은 이들이 산 자를 위해 배려해준 고즈넉함과 평온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산자는 죽은 자들의 삶을 추억하고 죽은 이들은 깊고 고요한 잠을 자는 곳. 때마침 대성당의 종탑에서 ‘뎅그렁 뎅그렁’ 소리가 울려 퍼지면 평화로운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호헨 잘츠부르크 성은 거대한 석회암 산 위에 돌로 쌓은 성이다. 중유럽에서 보존 상태가 양호한 성 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명성에 걸맞게 위용이 대단하다. 성 곳곳에 대포도 그대로 남아 있다. 호헨 잘츠부르크 성은 산악기차의 일종인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간다. 성에 오르자 잘자흐강이 관통하는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오후 햇살 사이로 저 멀리 알프스의 하얀 봉우리가 빛을 발하고 있다.

◆낭만적인 잘자흐 강변과 게트라이데 거리


잘츠부르크는 잘자흐강을 중심으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뉜다. 미라벨 정원을 제외한 잘츠부르크의 명소는 대부분 구시가지에 몰려 있다. 수많은 문화명소가 밀집해 있다보니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잘츠부르크 시내를 관통하는 잘자흐강 위에는 7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강변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있고, 이 자전거 도로는 300여㎞ 떨어진 빈까지 이어진다. 잘자흐 강변과 구시가지 안의 게트라이데 거리는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산책로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하다. 고풍스런 중세 건물이 양쪽에 늘어서 있고, 알프스의 눈이 녹아 내린 푸른 강물이 흐르는 잘자흐 강변은 천천히 음미하며 느릿느릿 걸어야 한다. 구시가지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강변을 따라 걷는 데 1시간이면 족하다. 알프스 자락의 이 작은 도시는 혼자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강변을 따라 걷다가 구시가지로 들어와 이번에는 게트라이데 거리를 걷는다. 게트라이데의 오래된 거리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모차르트 생가가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에서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예술 간판을 만날 수 있다. 쇼핑 거리지만, 간판 하나 하나가 예술 작품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 문화공간에 들어온 듯한 기분에 젖게 한다.

상호와 문양이 새겨진 아담한 크기의 간판은 모두 독특한 모양의 철제 수공예품이다. 간판을 자세히 살펴보면 무엇을 취급하는 가게인지 금세 알아볼 수 있다. 안경집의 간판은 안경처럼 생겼고, 맥주집의 간판은 맥주컵처럼 생겼다. 예전에 간판을 이같이 만든 것은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잘츠부르크는 하루면 주요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지만 도시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캐내려면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해야 한다. 오선지의 은은한 선율처럼 감미롭고 우아한 고독처럼 낭만적인 도시. 잘츠부르크의 이미지는 물빛 그림자가 돼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을 것이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팁

눈처럼 사르르 녹는 노케를의 달콤함

빈의 서부역에서 잘츠부르크 중앙역까지 기차로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독일 뮌헨에서는 기차로 1시간30분이면 도착한다. 대한항공이 인천~뮌헨 직항을 운항하고 있다.

잘츠부르크의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잘츠부르크 노케를(Salzburg Nockerl)이 있다. 달걀과 밀가루, 레몬 껍질, 버터 등으로 만든 디저트로 17세기 초 살로메 알트라는 사람이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디저트 위에 뿌려진 하얀 설탕은 잘츠부르크를 에워싸고 있는 가이스베르크, 묀히스베르크, 논베르크 언덕에 쌓인 눈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합스부르크 황가 요제프 1세가 즐겨 먹던 ‘황제의 디저트’ 카이저슈마른(Kaiserschmarrn)도 유명하다. 다이어트에 집착한 황후 엘리자베트가 살이 찐다고 디저트를 거부하자 카이저 황제가 황실 요리사 슈마른에게 새로 만들게 한 디저트다.

카스텔라니호텔(hotel-castellani.com)은 구시가지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4성급 호텔. 넓은 정원이 인상적인 우아한 호텔로, 내부는 현대식으로 고급스럽고 깨끗하게 꾸며져 있다. 잘츠부르크 카드(19~32유로)를 구입하면 교통수단과 박물관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국내에는 오스트리아관광청이 없고 주한 대사관 무역대표부에서 여행안내를 한다. (02)732-7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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