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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14K 시대' 열린 월가…'미첼 경고' 왜 주목하나?

입력 2013-02-03 17:02   수정 2013-02-04 00:43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주가 예측 경제지표 이해 필수…비관론 뒤에 낙관론 오류 경계



미국의 소득통계를 담당하는 상무부가 “작년 3분기 3.1%를 기록했던 성장률이 4분기에는 -0.1%까지 떨어졌다”며 “하지만 올 1분기에는 2% 이상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다우존스지수가 급등하며 2007년 7월 이후 ‘14K(K=1000) 시대’가 다시 열렸다.

보통 수준의 경제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발표 내용에 두 가지 의문이 든다. 하나는 미국처럼 소득 규모가 크고 성숙단계에 이른 국가가 성장률이 왜 분기마다 들쑥날쑥하느냐다. 다른 하나는 이런 성장률로 어떻게 경제 현실을 진단하고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예측된 전망치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도 의문으로 남는다.

분기별 성장률이 들쑥날쑥하는 것에 대해선 경제지표 통계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미국의 분기 지표는 전분기, 월별 지표는 전월비 방식을 원칙으로 한다. 신흥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전년 동기비나 전년 동월비 방식은 보다 정확한 경기판단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되는 일종의 보조지표일 뿐이다.

경기 사이클이 단축되는 시대에 이 방식은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같은 증감분(분자)이라고 하더라도 기준(분모)에 따라 변화율에 차이가 나는 ‘기저 효과(base effect)’가 발생한다. 전미경제연구소(NBER) 등은 경기를 판단할 때 이 효과에 따른 왜곡현상을 막기 위해 분기 지표는 2분기 연속, 월별 지표는 3개월 이동 평균치를 활용한다.

경제지표가 들쑥날쑥한 또 다른 요인은 ‘경기순응성(procyclicality)’ 때문이다. 경기순응성이란 금융시스템이 경기변동을 증폭시키는 금융과 실물 간 상호작용을 말한다. 회복기에는 자산값 동반 상승에 따라 은행 대출까지 늘어나면서 ‘정점(peak)’이 더 올라간다. 하지만 침체기엔 자산값 동반 하락에 은행 대출 회수까지 겹치면서 ‘저점(trough)’이 더 떨어진다.

미국 중앙은행(Fed) 등은 경기 순응성이 나타나는 현상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 경기 사이클의 단기화와 순응성을 보완하기 위해 예측 주기도 단축했다. ‘반기’를 원칙으로 했던 예측 주기를 작년부터 ‘분기’로 변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반기’ 예측 주기를 지키고 있지만, 작년부터 그 중간 시점에 수정치를 내놓고 있다. 대부분 투자은행(IB)들은 수시 예측체제로 전환했다.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통계환경도 ‘뉴 노멀 시대’에 경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다. 예컨대 ‘A’라는 경제주체는 10년 전과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이제는 ‘하나의 세계(one world)’가 한손 안에 놓여 있다. 동일한 현상에 처해 ‘A’가 만들어내는 주가, 금리, 환율 등과 같은 경제성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각종 차트나 기술적 분석에서 과거 특정 사건이 터진 이후 이렇게 됐으니, 이번에도 그런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동일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경제주체들의 행위와 가장 비슷한 직전의 사례를 더 감안해 판단하고 예측해야 한다. ‘최근 효과(recent effect)’를 중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뉴 노멀 시대’에 전망기관들의 예측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종전과 다른 여건에서 만들어지는 시계열 자료들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가변수(dummy)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가변수를 사용하다 보면 예측모형을 통해 추정된 전망치는 현실과 다른 세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 ‘치마끝선 법칙(hemline theory)’ 등과 같은 참고지표(reference indicator)를 다양하게 확보해 활용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경기를 판단하는 참고지표로 가장 많이 애용되는 ’립스틱 효과’란 여성들이 입술에 바르는 립스틱 색이 빨개질수록 경기가 침체되고, 엷어질수록 회복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측력에 대해서도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불확실한 시대에는 우연의 일치를 빼고는 ‘족집게’란 있을 수 없다. 예측치에서 실적치를 뺀 수치를 백분화한 절대오차율이 30% 이내면 예측의 주목적인 ‘경제주체들의 안내판 역할’을 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예측기관들은 새로운 환경에 맞는 예측기법을 개발해 예측력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미첼의 경고(Mitchell’s warning)’도 유념해야 한다. 미국의 저명한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그릇된 비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태어난 그릇된 낙관론이 문제가 된다”고 봤다. “즉, 새로 탄생한 오류는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과거 비관론에 위축됐던 사람들이 쉽게 낙관론에 빠져든다”고 지적했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연초 들어 경기와 주가가 당초 전망에 비해 훨씬 좋았던 만큼 올해 남은 기간 ‘비관론의 위기’에 이어지는 ‘낙관론의 오류’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주가 상승으로 들뜬 월가에서 빌 그로스, 마크 파버 등과 같은 비관론자들의 주가 폭락설에 계속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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