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만으론 미국에 절대로 오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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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26 20:33  

"동경만으론 미국에 절대로 오지마라"

'나이 40에 무슨 미국 유학?' 미국에 절대로 오지 마라!
두둥둥둥, 하루키의 여행기 '먼 북소리'를 따라, 40세의 필자의 마음도 두둥거렸다.

<현재, 필자는 미국에 5년째 거주하면서, 그리 만만하지 않은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본 연재는 가급적 사실에 기반을 둔 자전적 에세이이며, 미국을 옹호하거나 특별히 미국에 대한 동경을 주기 위해 씌어진 글이 아님을 밝혀드립니다. >

나이 40에, 미국대륙 '레벨2' 플레이 시작
2008년 5월, 비행기가 LA상공에 접어들자, 이번엔 더 빨리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미국에 처음 로그인한 1996년, 그로부터 12년 후, 필자는 미국 유학을 감행했다. 사실 말이 유학이지, 미국 학생비자 신분을 가지고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유학원이며, 미국이민 세미나 참석도 수십 번. 그리고 미국 이민 전문 컨설팅 회사도 많이 찾아 다녔다. 수개월간의 미국 이민에 관한 모든 정보들을 취합한 결과, 필자에게 가장 효율적이며 경제적인 해답은 미국 유학생 신분(F1)이었다. 12년 만에 새로운 레벨로 등업되었다(엄밀하게 말하면, 레벨업의 개념보다는 게임에서의 전직에 가깝다. 자세한 비자 종류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다루겠다).

2008년 미국 LA 상공
미국에서의 새로운 도전과 낯선 이민생활의 시작! 그리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끝도 없이 듣고, 미국 행을 만류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지만,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미국으로 흘러 들어왔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지 모를 운명의 수레바퀴는 미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미국 행을 이야기하면, 주변사람들의 격한 반대에 부딪혔다. 그도 그럴 것이, 2008년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구촌을 뒤흔들 때였다.

'나이 40에 무슨 미국 유학?'

'왜 그 좋은 직장을 두고 모험을 하느냐?' 거의 대부분의 지인들이 말렸다.

사실, 미국유학은 대학생 때부터 꿈꿔왔다. 대학시절, 그러니까 80년대 말-90년대 초에는 배낭여행이 시골 출신 고학생에게는 로망이었다. 방학 때마다 '배낭여행 ***만원'이라는 포스터를 보면서도 결국 해외여행 한 번 못나가 보고 그렇게 대학시절을 마감했다. 물론, 그 당시에 해외여행은 사치로 여겨진 것도 사실이다. 민주화 투쟁에 옥살이를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런 치열한 격동의 시기에 해외여행은 배신 같은 거였다. 그럼에도, 대학시절 비행기 한 번 못 타본 것은 일종의 한이 되었다.

간혹, 해외에 다녀온 사람들에게 그곳의 생활을 무용담처럼 듣노라면, '나는 대체 언제나 나가볼 수 있을까?' 푸념도 자주했다. 그럴 때면, 친한 친구가 해줬던 말이 기억난다.

'공항에 배웅이나 마중을 나가기 시작하면, 아마 열 번 넘기 전에 너도 비행기 타게 될 것이다.'

아니다 다를까, 채 열 번이 되지 않아서, 나도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그것도 미국 행! 운 좋게도 삼성에서 선배님들을 잘 만나서,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미국출장의 기회로 캘리포니아 땅을 밟게 되었던 것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이 어렵지, 두 번 세 번 해외에 나갈 일이 자주 생겼다. 주로 국제 게임전시회와 해외 게임회사 방문 출장 일이 많았다.

그렇게, 필자도 한국의 여느 직장인들 아니 '게임인'들처럼 치열하게 살다가, 30대 중반이 넘어갈 무렵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유럽 3년 여행기 '먼 북소리'를 병상에서 접하게 되었다.

지금은 꽤나 유명해진 서울 신사동의 가로수길 근처에서 게임개발사 경영진으로 참여할 때, 과로와 교통사고로 쓰러져서 난생 처음 입원이라는 걸 했다. 필자의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던 대학시절의 그 '먼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하루키도 37세부터 40세에 그리스의 외딴 섬에서, 세기의 역작 '상실의 시대'를 썼듯이, 필자도 그렇게 인생의 전환점(Turning Point)를 미국에서 찾아볼 심산이었다.

거의 일상이 되어버린 시계추 같은 삶!
누굴 위해서 사는 것일까 ?
충격이 필요하다!
휴식도 필요하다!
그리고 변화가 필요하다!
하루하루 나는 죽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저 좀비가 되어가는 것이 싫었다.
20대 후반의 패기와 열정은 어디로 가고,
풀이 죽어가는 40대의 나와 자주 마주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40대가 되어 미국으로 유학이나 이민을 강행하는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권하고 싶지는 않다.'

미국에 절대 오지 마라, 그런 정신상태로는!

2008년의 미국.
레벨2의 상태인 필자는 12년 전의 그것보다 한결 익숙하게 LA 공항을 플레이 했다(그렇지만 그게 함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임업계 선배가 마중 나왔다. 미국 이민자들에게 회자되는 속설이 있다.

'이민 가서 처음 공항에 마중 나오는 사람이 그 이민자의 미래를 좌우한다.'

마치 게임에서 파티 구성에 따라 그 게임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나는 의식적으로, 바쁜 그 선배를 공항픽업 나와 달라고 부탁을 했고, 흔쾌히 응했다. 그 선배도 미국에 처음 마중 나왔던 사람이 게임업계의 지인이었고 그래서 잘 미국에 정착하게 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임시숙소로 오는 길에, 선배는 미국 이민생활에 도움이 될 충고도 많이 해줬고, 녹록하지 않은 미국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미국이민 결정에 앞서 자문을 구할 겸해서, 두어 차례 이 선배 사무실에 방문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베버리힐즈 인근의 고층건물에 있는 선배의 멋진 사무실은 나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나도 이렇게 멋진 사무실에서 성공해야지' 하는 마음을 다잡았었다. 그런데 필자에게 돌아왔던 말은

니 절대로 미국에 오지 마라!
지금 있는 곳에서 더 열심히 하는 게 낫다.
뭐 하러 미국에 오려고 기를 쓰는 건가?
특별히 니는 더 잘할 거 같다는 생각해봐야 소용없다.
미국사회는 어찌 보면, 참 공평한 것 같다. 딱 먹고 살게만 만들어 준다.
한국처럼 니 바닥도 아니고, 그리 만만하지 않다.
막연한 미국에 대한 동경, 한국의 생활패턴 그대로, 그 정신 상태로는 미국에 절대 오지 마라!

그랬다. 미국에 특별한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영어를 썩 잘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대체 무슨 배짱으로 생면부지인 미국에서 살려고 작정을 한 것인가? 그저 LA와 샌프란시스코에 출장 몇 번 온 경험과, 끔찍이 추웠던 피츠버그에서 몇 주간의 연수경험을 떠올리며, 미국생활을 만만히 생각하고 있었다..

미국출장과 미국 이민생활은 완전히 달랐다. 미국에서 생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하루하루 고난과 역경의 퀘스트들의 연속이었다. 이것을 게임이라고 재미있게 생각한다면 그 고단함과 스트레스가 덜 했겠지만, 대부분의 초기 미국 이민자들은 그런 생각을 할 처지가 아니다. 친지들이라도 있다면 다행히 훨씬 초기 미국플레이가 수월하겠지만, 생면부지의 미국 땅에서의 필자는 하루하루가 쉽지 않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미국을 가까스로 플레이 해나갔다. 그간 미국을 플레이 하면서 겪은 도전과 경험은 차차 설명하기로 하겠다.

미국 행을 고민 중인 독자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미국을 5년 정도 플레이 해 본 지금 시점에서의 경험으로 '미국에 오면 안 되는 사람들'의 유형을 정리해 보았다(물론 철저히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다음과 같은 사람들은 미국이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시길……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후속 연재에서 사례별로 깨알같이 말씀 드리겠다).

미국에 절대 오면 안 되는 유형들!

1. 막연히 영어를 그냥 잘하고 싶은 사람들 - 필자도 한국에서 수도 없이 영어학원을 기웃거리던 사람 중에 하나다. 이런저런 바쁘다는 핑계로 등록하고 포기하고를 밥 먹듯이 했지만, 영어실력은 제자리. 이런 사람들이 미국에 온다고 영어가 쑥쑥 느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에 살아도 확실한 목표와 노력 없이는 영어실력은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30대가 넘어서 미국에서 영어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독자라면, 성공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사실을 꼭 염두 하길 바란다. 미국에 산 지 15년 20년간 산 친한 지인들이 농담처럼 건네는 말 '아직도 영어 포기 안 했냐?'. (이건 LA, 뉴욕 같은 한인들이 많은 곳이나, 한인들이 없는 곳이나 별 차이가 없다. )

2. 해외출장 몇 번 다녀온 것으로 미국이민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생각하는 직장인 – 미국이민은 출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출장 오면 바쁜 미팅스케줄에 대부분의 시간을 쫓기듯이 지내다가,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저녁이나 출장 마지막 날 혹은 한나절(반나절) 정도의 자유 시간에 훑어보는 미국의 긍정적인 볼거리와 체험거리들은 그걸로 족하다. 필자도 그랬듯이 미국에서 제법 자리잡고 있는 것 같은 분들에게 직접 물어보면 빠르다. '미국에 이민 와서 6개월 내에 부지런히 많이 여행 다니라고, 왜냐하면 앞으로는 10년 아니 20년 동안 여행가기 힘들 수도 있다'고 충고들을 한다(이 또한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의 삶은 페이먼트(집세, 차 할부금, 보험료, 카드 값, 각종 세금 등)에 허덕이는 구조다. 그렇기에 부지런하고 알뜰한 한인들은 더욱 더 여행갈 짬이 없다).

3. 한국의 괜찮은 직장에서 10년 이상 바쁘게 산 사람들 – 미국은 엄청나게 큰 대륙 국이다. 따라서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미국은 정말 느려터진 나라다. 수년간 거의 똑 같은 길거리 모습과 간판들. 관공서의 일 처리나 은행시스템이나 전화응답시스템 등은 미국에 이민이나 유학 온 사람들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한국에서의 초광속 서비스와 고객 감동시키는 서비스를 기대한다면, 제발 미국에 오지 마시라! 고객이 우선이 아니라, 종업원 목소리가 더 큰 나라, 미국! 최근에 미국이민 온 초기이민자들이 한국으로 다시 역이민 들어가는 상당수를 주변에서 보는데, 대부분은 한국에서 꽤 괜찮은 기업에서 십 수년간 근무했던 분들이다. 예전의 아메리칸 드림이 이젠 사라졌다고도 한다. 일 년에 한두 번 몇 개월씩 한국에 들어가 생활해본 느낌은, '한국, 특히 서울은 세계에서 제일 좋은 것들이 제일 먼저 들어가고 있다.' 이런 편하고 익숙한 시스템을 박차고 나올 만큼 미국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다만 '미국은 매년 지날수록 달라져 보인다'고들 하지만, 몇 년 후의 미국이 과연 얼마나 달리 보일지?

4. 한국의 음주가무와 밤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 – LA나 뉴욕의 코리아타운이 아무리 한국 업소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서울 강남이나 홍대 주변 상권을 위시한 역세권으로 펼쳐진 화려한 네온사인과 다양한 엔터테이닝에 익숙한 독자들은 미국 이민을 꿈도 꾸지 마시라. 일단 대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한국의 그런 편리하면서도 익사이팅한 광경은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의 대도시의 밤 문화라는 것은 하물며 맘 편 하지도 않다. 미국에는 어디든 총이 있다. 최근에는 경기 악화로 미국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곳에서도 총기사고가 가끔 일어난다. 그렇지만 미국은 워낙 넓은 나라인지라 한국의 뉴스방송에서 호들갑스럽게 떠드는 것만큼은 아니다.

5. '미국은 천천히 플레이하며 즐기는 게임'이라고 생각 하지 않는 사람들 – 단시간에 미국에서 떼돈을 벌겠다고 오는 사람들은 정말 말리고 싶다. 물론 아주 극히 드문 예외가 있을 수는 있긴 하지만, 거의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필자도 미국생활 초창기에 대박의 꿈을 계속 꾸어왔다. 물론 지금도 대박의 꿈은 여전하지만…… 그러나 지금은 미국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쥐꼬리 만한 월급에도 해외여행을 7개월간 떠날 수 있는 배짱과 사고방식을 가진 미국인 직원을 보면서, '몸 조심하며 여행 잘하고 돌아오라'며 노자 돈을 얹어주는 쿨함까지 보였다. 이러한 자유도 높은 게임을 즐기지는 못할망정, 셧다운하려 드는 사람들은 정말 미국에 오면 절대 안 된다.

그 밖에 미국에 오면 안되는 사람들
6. 피부 노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 – 야외활동을 많이 즐기니 피부가 까무잡잡해짐. 특히 캘리포니아의 태양은 1년 내내 강한 편이며, 동부 뉴욕 쪽은 유난히 겨울이 춥지만 공히 야외활동이 훨씬 많음..
7. 자녀들을 학교에 매일 등하교시키기 어려운 사람들 – 이런 사람들은 그냥 한국의 완전자동 학원시스템에서 사는 게 백배 행복할 것임. 고교졸업까지 등하교(라이드)시켜야 함.
8. 가족보다 일이 더 좋은 사람들 – 자녀들의 학교행사도 수시로 참석해야 하며(회사에서 용인해줌), 거의 일년 365일 내내 가족생활 위주의 삶이 최우선이므로, 가족에게 소홀히 하면 이혼사유가 될 수 있음.
9. 자연과 애완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 많은 미국인들이 애완동물도 거의 가족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으며, 매일 산책도 시키고 곳곳에 널려진 공원들과 해변들에 함께 동반함. 이런 삶을 이해 못하면 미국 적응이 쉽지 않을 수 있음.
10. 명품쇼핑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 – 천지에 명품 브랜드가 많고 세일도 많아서 순식간에 전 재산 탕진할 수 있음.

위의 10가지 유형 중 3가지 이상에 해당되는 분들은 미국행을 정말 말리고 싶다. 신문방송에 오르내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성공한 분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어떤 이민자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미국에 오지만, 그들 앞에 펼쳐지는 미국이라는 대륙의 게임의 난이도와 스토리는 각양각색, 천지차이다. 그 이유는, 미국에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미국을 플레이 하다(5)'에서 자세히 설명함).

그리스의 외딴 섬에서 느꼈을 법한 하루키의 외로움을 '미국 대륙'(아니 '미국섬')에 살면서도 가끔 느낀다. '먼 북소리'를 쫓아 미국행을 결정했던 필자의 귓전에는 아직도 두 둥둥거린다.

미국 쉐퍼드 대학 게임전공 교수 game3651@gmail.com

김정태 교수 프로필

1995~1999 삼성전자㈜ 게임 프로듀서 (게임/멀티미디어 타이틀 300여편 기획/개발/마케팅)
1999~2002 ㈜ 디지틀조선일보 비즈니스팀장/사업부장(게임조선 웹진 창간, 월간 게임조선 창간)
2002~2005 청강대, 한국산업기술대,상명대,서울디지털대 게임전공 겸임교수 역임
2005~2006 지스타 국제게임전시회 총괄부장 (문화부 장관상 수상)
2007~2008 하이원리조트 문화콘텐츠 TF팀장(Director)
2008~ 현재 미국 Game In USA, Inc 대표 (게임퍼블리싱/마케팅)
2012~ 현재 미국 쉐퍼드 대학교(Shepherd University) 게임전공교수( Game Art &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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